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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궁동초등학교의 손현영 선생님.
익산 궁동초등학교의 손현영 선생님. ⓒ 모형숙
"촌지 받아보신 적 있으세요?"
"예. 교육자로서 소신이 없었을 때는 받았던 기억이 있지만 교육적 소신이 있는 지금은 받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저의 교육 소신을 위해서 도와주십시오. 보내지 말아주십시오. 교육자로서 소신이 없던 그 시절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전북 익산 궁동초등학교 손현영(32) 교사는 스승의 날이 끼어 있는 5월이 되면 이런 내용의 통신문을 가정으로 발송한다.

지난 2002년 처음 초등학생들의 담임을 맡은 손씨는 얼떨결에 받은 상품권을 떠올리며, 부끄러웠던 때라고 설명했다.

촌지거절 작전, 기분 안 상하게 돌려보내기

그 이후 손씨의 촌지거절 작전이 시작된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남편과 함께, 이맘때쯤 오는 선물을 다시 돌려보내며 보낸 이를 최대한 기분 상하지 않게 한다.

하지만 정말 거절하기 곤란한 선물도 있다. 예를 들어 목이 약한 손씨에게 좋다며 갖다주는 약은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그때는 부모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미리 구입해 답례로 편지와 함께 보내드린다.

"동료교사들이 선물을 받으면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고민 얘기를 많이 해요. 학부모들은 마음을 담아 보냈는데 매정하게 돌려보내 드리는 게 미안해서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사들끼리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결과는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다는 것. 즉 백화점상품권을 보내오게 되면 아이들 학용품을 구입해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영수증은 부모께 보내드리거나 먹을 것을 해오는 경우는 아이들과 골고루 나눠 먹는 방법 등이다.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임기가 끝난 후에 전하는 게 더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한창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는 얘기가 있는데 그래서 나오는 말이 아닐까요. 아무래도 5월은 '기브 앤 테이크'가 가능한 시기이다 보니 뭔가를 주면 뭔가를 바라지 않을까요? 고생에 대한 마음은 임기가 끝난 후인데 말입니다."

정말 사람냄새 나는 아이들로 기르고 싶어

ⓒ 모형숙
손현영 교사를 알게 된 것은 무심코 열어본 메일 한통을 통해서였다. 지난해 12월 궁동초등학교 5학년 3반 아이들이 나눔 저금통을 통해 아름다운 나눔 행사에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한다는 내용의 메일이었다. 시민사회단체의 뉴스레터를 통해 읽은 이 메일로 손씨가 궁금해졌다.

중등교사자격증을 지닌 손씨는 기간제 교사 1년을 거쳐 초등교사로 부임한 지 5년째다. 그는 아이들을 부를 때 '함께 크는 우리반 5기'라고 부른다. 지난 2002년 부임 첫해 맡은 아이들을 1기라고 스스로 표기한 뒤 만들어진 명칭이다. 그는 아이들이 뒷심이 되어준다며 너무 뿌듯해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변했다는 소리를 자주 들어요. 휴지도 함부로 못 버리죠, 신호등도 꼭 지켜야 하지요. 왜 선생님을 샌님이라고 부르는지 알겠어요. 말보다는 아이들에게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소소한 것들을 지켜나가는 게 몸에 배더라고요. 일종의 직업병이죠. 그래도 좋습니다. 맑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 아무나 못하거든요. 저는 선생님만큼 좋은 직업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왜 정치인들은 그러지를 못하는지…, 정치인은 심부름꾼이지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말입니다."

손씨의 교육관은 집 가훈이기도 한 '사람이 다 사람이냐, 사람다워야 사람이지'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정말 사람냄새 나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가슴에 새겨놓은 글이다.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기계지 제 자식이 아닙니다. 남을 위할 줄 알고 배려해줄 때 사람다운 것 아닌가요. 남을 위하는 마음을 가르치고 싶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벽화 봉사활동, 나눔도 또 다른 교육

ⓒ 모형숙
그래서 지난해부터 손씨가 아이들과 실천하는 일이 벽화 봉사활동이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담장 벽화를 그리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인디스쿨 초등학교 교사 모임에서 알게 된 아름다운 재단의 나눔 행사는 기부금을 모아 보내는 일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아이들과 무언가를 해보고자 하면 일단 걸림돌이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 펼친 1% 기부운동과 나눔 수첩을 적어가는 일은 아이들에게 색다른 체험이었을 것입니다."

지난 2월에 모인 금액이 6만원 가량. 아이들의 투표를 거쳐 반은 익산지역에 있는 희망연대라는 시민사회단체에 기부해 익산 삼성동 어린이 도서관 도서구입비로 사용되고 50%는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다.

6만여원의 돈은 28명의 아이들이 용돈 1000원을 받으면 10원을 기부하고 만원을 받으면 100원을 기부하는 식으로 모였다. 모인 금액은 10원, 50원, 100원짜리 동전이 대부분이었다.

손씨는 "요즘은 자녀들이 적다보니 이기적인 경우가 많다"며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교육이 결코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듯이 부모님들이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교사를 믿어 달라"고 부탁했다.

덧붙이는 글 | 손현영 선생님을 12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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