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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해 3번의 크레인 고공 농성 끝에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해고 문제가 일단락됐다.

지난해 하이스코 등 노사가 서명한 '확약서' 이행을 요구하며 해고 노동자 2명이 서울 양재동 현대본사 신축 공사장 타워 크레인 농성에 들어간 지 13일째인 13일 오전에 합의서가 도출됐다. 크레인 농성에 돌입한 이들은 조대익(30) 노조 사무차장과 정경진(30) 노조원.

13일 동안 타워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조대익(30) 전국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 사무차장은 "승리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승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사무차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확약서 이행을 하지 않았던 현대하이스코측이 이번 합의서 약속은 지켜리라고 믿는다"면서도 "또 다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현대하이스코 측에 "약속을 잘 지켜달라"며 "노사 양자가 상생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폭력시위 논란과 고공 농성에 대해 "저임금과 열악한 상황에서 우리의 어려움을 토로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봉쇄된 상황에서 폭력시위만 하지말라고 몰아세워 안타깝다"며 "노동자 누구나 폭력을 좋아할 사람이 없다, 비정규직들이 노동3권을 요구한다고 해고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도 논평을 내고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대재벌과의 일전에서 중요한 승리를 만들었다"며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고 환영했다. 노조는 "정몽구 회장과 하이스코의 그간의 행적이 의심을 가지게 하지만 우리는 다시 한번 믿기로 했다"며 "다시는 장난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합의로 노사가 마주보는 기차가 아닌 신의에 기초한 노사관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체결된 문서는 지난해 11월 3일 체결한 '확약서'보다 더 의미있는 내용이 포함됐다. 문서 명칭도 '합의서'로 했다. 또 지난해 해고 노동자 복직이 추상적으로 약속됐다면 이번엔 구체적인 시기와 인원을 명시했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합의서'에 원청인 현대하이스코가 서명함에 따라 원청이 노조를 인정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합의된 창원 GM대우의 '공장 정상화를 위한 특별노사협의'와는 크게 다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광주전남본부 정찬호 부장은 "무엇보다 원청이 합의서에 서명한 것은 노조를 인정한 것이다"이라며 "이는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하이스코 합의서는 비정규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3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인 조대익 사무차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는 소식을 들었을텐데 기분이 어떤가.
"우선 우리가 승리했다는 생각에 매우 기쁘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과제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 3권을 요구해 왔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이다. 이것을 얻어내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 우리는 이번 합의가 잘 이뤄지도록 감시하고 또 투쟁도 할 것이다."

- 크레인 농성만 3번째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다. 우리는 이번 고공농성에서 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지, 얼마나 심각한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것인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지만 더 문제는 노동 3권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해 왔다는 것이다. 하이스코가 그랬다. 이렇게 크레인 농성을 해야만 법으로 보장받아야 할 노동 3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다른 사업장에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

- 이번 합의서의 의미는 어디있다고 보나.
"이번엔 확약서가 아닌 합의서다. 그리고 본청이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운, 시간의 길이와 고통의 깊이가 들어간 것이다."

- 약속이 잘 지켜질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
"이번엔 약속이 잘 지켜지리라 생각한다. 다만 또 안 지켜지면 이전처럼 투쟁을 통해서 약속을 지키도록 하겠다."

- 현대하이스코 측에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오늘 합의한 사항을 잘 지켜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노조 활동을 제대로 보장해서 노사 양자가 상생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 다시 지켜지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사타가 벌어질 것이다."

- 크레인 농성, 과격한 시위 등에 대해서 국민들의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노동자들도 가능하면 합리적으로 해결하고 싶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겠나. 누가 힘들게 폭력시위라는 것을 하고 싶겠나. 누가 크레인에 올라가서 이 고생을 하고 싶겠는가. 그런데 우리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길거리로 쫓겨났다. 우리 요구를 이야기할 조건이 봉쇄되고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로 집회를 하고 호소를 했다. 그런데 묵묵부답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지 않고 폭력적 시위만을 내세워 우리를 몰아세워서 안타깝다. 양자간에 합리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폭력집회가 없어질 것이다.

하이스코 상황에서만 말하자면 사측이 약속을 한 상황에서 지키지 않았다. 불법파견 등 자본에게 법적 강제력을 동원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정부는 신경도 안썼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 점에 대해서 양해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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