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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이전 선거와는 다른 별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이후 진행된 거의 모든 선거에서 망령처럼 떠돌던 색깔논쟁과 지역논쟁이 표면적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까지 색깔논쟁과 지역감정을 부추겨 막대한 반사이익을 챙겨왔던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에서 만큼은 유난히도 '포지티브 정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는 호남과 대전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자당 후보가 압도적 우세를 지키고 있는 현실에서 굳이 유권자의 반감을 살 만한 행동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난히도 '네거티브 정치'를 경계하는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안정적으로 앞서가고 있는 상황에서 쟁점이 생기면 생길수록 자신들에게는 손실이 있을 뿐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전략에서 출발한 네거티브 경계론은 강금실 후보측이 제기한 '오세훈 후보 13제에 대한 성명'에 대한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 정병국 의원이 "사실무근인 부분과 확인되지 않은 사안들을 가지고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식의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며 반발하는 것을 필두로 박근혜 대표 등이 나서서 연일 오세훈 후보 자질논쟁이 '네거티브 전략'임을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강금실은 네거티브 정치를 하고 있는가?
'네거티브 정치'와 '후보검증'의 차이
우리 정치에서 네거티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흑색선전이나 인신비방은 네거티브 정치의 대표적 사례이며, 이 밖에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색깔논쟁,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 폭로 등도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공직자를 선출하는 데 있어서 후보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이고 무엇을 검증해야 할 것인가를 살펴본다면, 후보자가 공인으로서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가를 우선적으로 검증해야 할 것이다.
또 후보자가 제시하는 공약의 진실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당사자가 과거에 해온 언행과 공약이 일관성을 유지하는가', '공인으로서 도덕적 결함은 없는지'를 살펴보는 일 등은 공무를 담당할 공인으로서 후보자가 적법한 자격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검증 차원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 각료나 고위 공직자 임명과정에서 인사청문회는 막중한 공무를 담당할 인사가 그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검증하고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하자를 지니고 있지 않는지를 검증한다는 차원에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일개 장관도 아니요 수도 서울의 살림을 책임질 막중한 대표자를 뽑는 선거에서 후보자에 대한 능력이나 자질 도덕성 일관성 등을 검증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어떤 후보이든 자신에게 제기된 근거 있는 문제제기에 대해서 해명하고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 바로잡을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자 자신에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당이 제기한 '13제'는 네거티브인가?
한나라당이 연일 '네거티브 정치'라고 비난하는 13가지 문제는 ▲오세훈 후보의 보안사 군복무경력 ▲민변에서 활동하다 석연치 않게 민변을 탈퇴하게 된 경위 ▲정수기 광고 출연 경위 ▲한나라당 당비를 미납한 경위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졸속행정, 비환경적이라고 비판하다가 찬양 일색으로 돌아선 계기 ▲2000년 총선에서 민주당으로 입후보 하려다 지역구에 대한 불만으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하게 된 계기 등 이다.
여기서 제기된 문제들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가 아니라 대부분이 사실적 인과관계에서 가질 수 있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일관성 등과 관련해서 나올 수 있는 당연한 질문이다.
따라서 이렇게 불거진 문제들을 오 후보 측은 막연히 '네거티브 정치'라고 발뺌 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잘못 알려진 사실에 대해서는 바로 잡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즉 '군 복무에서 보직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든지, '민변에서 활동하다 탈퇴하게 된 계기가 이러이러 했다'든지 불거진 모든 문제에 대해서 더 이상 거론되지 않도록 명쾌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다.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서 유권자인 시민들은 답을 궁금해 하고 있으며 그 답을 들을 권리가 있다.
정치다운 정치를 기대한다
이것은 상대후보인 강금실 후보 또한 마찬가지 이다. 강금실 후보가 공직자로서의 자질이나 언행 도덕성 등에 문제가 있었다면 '포지티브 정치'라는 미명하에 대충 봐주고 넘어갈 일이 아니라 꼼꼼하게 그에 대한 시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이번 선거전에서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네거티브 정치'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이는 우리 정치에 있어서 또 하나의 불행이다.
필자가 이번 지방선거를 주목하는 이유는 한 후보가 과정의 정당성이 승패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상대 후보는 유난히도 깨끗한 선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두 후보의 발언이 말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화 될 수 있다면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 또 다른 획을 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정치를 청산하고 포지티브 정치를 하자는 것은 구호와 선동의 정치가 아닌 정책 경쟁의 정치, 무책임한 폭로와 비방이 아닌 정당한 검증의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정당한 검증을 요구하는 물음에 대해 답을 피한 채 무조건 '네거티브'로 몰아간 다면 이는 또 다른 '네거티브 정치'의 새로운 전형이 될 것이다.
여당이 던진 질문이 비록 여당 캠프에서 제기되었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 충분히 답을 요구할 만큼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문제였기에 오세훈 후보가 이 문제에 답을 회피하는 것은 제기된 문제를 사실로 인정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왜 떳떳하게 답하지 못하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 한겨레에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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