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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미국 앨라배마 주에서 세 번째로 광우병 소가 발생했다. 그 후 미국 농업부(USDA)와 앨라배마 주 농산부가 조사에 들어갔고 최근 5월 2일자로 최종 보고서가 발표됐다.

13페이지에 달하는 최종 보고서가 도출한 결론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문제의 광우병 걸린 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광우병에 걸렸는지 알 수 없다. '미스터리'다.

미진한 결과를 담은 이번 최종 보고서의 여파는 단순히 미국 국내 사안으로만 머물러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가 미국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한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4월 중순, 우리나라 방문단이 앨라배마 주를 찾아 관계 시설을 둘러보기도 했다.

세 번째 광우병 소 발견에서 최종 보고서까지

▲ 지난 4월 19일 앨라배마주 농산부를 방문한 우리나라 조사단원들.
ⓒ 앨라배마 농산부 홈페이지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 소가 발견된 것은 2003년 12월 워싱턴 주에서다. 그 후 2005년 6월 텍사스 주에서 두 번째 광우병 소가 나왔다. 올해 3월 앨라배마 주에서 확인된 광우병 소는 세 번째 케이스다.

미국 일각에서는 첫 번째 광우병 소가 캐나다에 인접한 북서부 워싱턴 주에서 나왔기 때문에 그 소가 실은 캐나다에서 들어온 소라고 치부하며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의 첫 광우병 소는 아니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캐나다와는 멀리 떨어진 미국 남부 주에서 연속으로 확인된 광우병 감염 소는 미국이 광우병의 안전 지대가 절대 아니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에 미국 농업부가 발표한 <앨라배마 BSE 조사>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BSE는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의 약자로 흔히 말하는 광우병의 정식 병명이다).

올해 2월 27일 앨라배마 주에서 소를 키우는 한 농장주가 자신이 키우는 소 중 한 마리가 일어나지 못하는 걸 발견하고 수의사에게 연락을 했다. 그 다음날 그 소는 안락사를 당했고 소의 뇌 일부(정확히는 obex)는 검사를 위해 추출됐다. 검사 결과 문제의 소가 광우병에 걸렸던 것이 확인됐으며, 3월 15일 공식 발표됐다.

그 후 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조사단은 문제의 소뿐만 아니라 그 소가 가장 최근에 출산한 새끼 두 마리 그리고 그 소와 한 배에서 나고 자란 다른 소들을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광우병에 걸린 소가 살았던 농장 두 군데, 그리고 추가로 35개 농장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문제는 광우병 소가 한 농장에서만 살았던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따라서 대체 그 소가 원래 어디서 왔는지, 어디서 출생했는지를 역추적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최종 보고서는 실망스럽게도 이런 중요한 의문들에 시원한 대답을 제공하지 못했다. 총 37개 농장을 철저히 탐문 조사했지만 문제의 광우병 소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 소가 "이력 추적이 될 만한 아무런 징표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데다가 덩치나 몸 색깔마저도 미 남부에서는 흔하디 흔한 종류라 더욱 추적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조사단의 변이다. 더구나 미 남부에서는 한 소를 여러 번 파는 것이 흔한 일이라는 점도 추적을 어렵게 한 요소로 꼽혔다.

▲ 지난 2003년 수입돼 물의를 빚었던 미국산 수입 생우들.
ⓒ 안현주
'오리무중'… 문제의 광우병 소는 어디에서 왔는가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 번 미국의 허술한 광우병 소 대책이 드러났다. 미국 농업부는 첫 광우병 소가 발생한 후 이제까지 65만 두를 조금 넘는 소를 검사했다. 미국에 있는 소는 모두 9500만 마리다. 대다수의 소가 광우병 검사를 받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러나 미 농업부는 이 검사마저도 앞으로 줄여나갈 방침이다.

또 미국은 소에 이력추적제도를 전국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그저 장기적으로 2009년에야 도입할 예정이며 그 조차도 소 소유주들의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동물사료 금지 조치는 또 어떤가? 소에게 쇠고기 찌꺼기나 동물의 분비물을 먹이는 것이 광우병이 번지는데 치명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동물사료 금지 조치를 9년 전에야 도입했다.

이 조치의 실효 여부는 이번 사태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이 수출하려는 쇠고기는 동물 사료 금지 조치가 시작된 이후 태어난 소들이다. 즉 8세 미만의 소들이다. 따라서 앨라배마 소가 8살이 넘은 소였다면 동물 사료 금지 조치의 효과를 반박하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소의 나이를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했다. 그러나 조사단은 출생 기록도 없고 '이력 추적이 될 만한 아무 징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소라고만 밝혔다.

그런데 그렇게 아무것도 시원하게 알아내지 못한 조사단이 유독 강조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소의 추정 나이다.

최종 보고서에는 2월 말 소 주인이 수의사를 불렀을 때 수의사가 '소의 치아를 보고 대충 10살 쯤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는 말이 나온다. 그리고 그 후에도 계속 이 소의 특징으로 짧은 이(나이가 든 소일수록 이가 짧고 뭉툭해진다)를 강조한다.

그런데 3월 15일 앨라배마 광우병 소가 언론에 알려졌을 때 존 클리포드 미 농업부 수의사(chief veterinarian)는 "나이가 많은 소들은 치아만 봐서는 나이를 알아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AP 기사에서 말했다.

나이 많은 소가 줄어들고 있으니 걱정 말라?

이런 점들 때문에 미국의 '소비자 노조'(Consumers Union)는 미 농업부의 행태에 대단히 비판적이다. 이번 기사를 위해 전화 인터뷰를 한 '소비자 노조'의 광우병 전문가 핸슨 박사는 미 농업부가 로비스트들에 놀아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리고 "한국이 일본보다 더 관대하다(more obliging), 한국은 미 농업부가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비판적으로 지켜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일 제대로 봤으면 "미 농업부가 광우병 문제를 얼마나 잘못 처리했는지 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앨라배마 주 농산부에도 연락을 취했다. 보낸 질문은 간단했다.

'최종 보고서가 앨라배마 광우병 소가 어디서 왔는지 밝히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한국이나 미국 소비자들에게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먹어도 된다고 안심시킬 수 있는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론 스팍스 앨라배마 농산부 커미셔너는 다음과 같은 답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앨라배마와 미국에서 생산되는 쇠고기는 미국이나 외국에서 소비하는데 안전하다. 몇 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째, 문제의 소는 적어도 10살은 된 소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 소의 수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문제의 소가 그렇게 나이가 많기 때문에 뇌나 척수에 감염이 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식용으로 쓰이지 않았다. 사실 이 점은 30개월이 넘은 동물 모두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다음은 그 소가 일어나거나 걷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런 소는 도살장에 끌려가지 않는다. 즉 식용으로 쓰일 고기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성 사료 금지 조치가 미국에서 1997년 이후 실시되고 있으며 이 조치로 나이 어린 소들이 보호받고 있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할 때 앨라배마와 미국에서 제공하는 쇠고기는 안전하다."


한 쪽에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정부 인사가 있다. 반대 편에는 현재 실시되는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하며 소비자들에게 고기 중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소시지, 핫도그, 햄버거 등을 피하라고 충고하는 '소비자 노조'가 있다. 어느 쪽의 말을 믿을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쇠고기를 수입해도 될까?

덧붙이는 글 | 5월 2일자로 발표된 최종 보고서는 여기에서 pdf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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