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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진심, 변성금, 변종혁 등 3자매의 삼중협주곡을 선보인 서울국악관현악단 10주년 공연 장면
변진심, 변성금, 변종혁 등 3자매의 삼중협주곡을 선보인 서울국악관현악단 10주년 공연 장면 ⓒ 김기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족이 소중하지 않은 날이 있다고 할 수도 없지만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가족들을 위한 기념일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올 5월은 가정의 의미보다, 26년 전의 광주 보다 20일 남짓 남은 독일 월드컵에 온 국민의 관심이 모아진 듯 하다. 국악은 그런 속에서 어느 때보다 외롭다.

세상을 휘몰아치는 화젯거리가 있을 때 더 외로워지는 것이 국악이다. 한류를 위한 문화관광부 한 해 예산이 2천억원이 되어도 정작 그 한류문화의 중심에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국악 등 전통문화는 오히려 소외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 우리나라 문화 환경이다.

지난 16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창단 10주년을 맞은 서울국악관현악단(단장 김정수. 추계예대 대학원장)의 기념공연 상임지휘자 김성경 교수의 지휘로 연주되었다.

화(和)라는 주제 속에 관현악 서곡은 박일훈 작곡으로 이 날 초연된 <화이부동(和而不同)>이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화이부동은 능동적일 수도 있고, 피동적일 수도 있다. 국악은 정작 우리 것임에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 속에 괴리된 것이니 피동의 의미로써 화이부동이기도 하니 서곡의 상징이 의미심장하다.

서승미 경인교대 교수의 협연으로 연주된 이상규 작곡의 <대바람 소리> 연주 장면
서승미 경인교대 교수의 협연으로 연주된 이상규 작곡의 <대바람 소리> 연주 장면 ⓒ 김기
이상규 작곡의 <대바람소리>를 서승미 경인교대 교수가 연주하고, 황의종 작곡·박위철 편곡의 <뱃노래 주제에 의한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을 곽은아 이화여대 교수가 협연했다. 마지막 무대는 국악가족을 이루고 있는 변진심, 변성금, 변종혁 자매의 삼중협주곡이란 보기 드문 연주로 장식하였다.

변진심의 정가 여창, 변성금의 거문고, 해금의 변종혁으로 이루어진 삼중협주곡 <민들레>는 서울국악관현악단의 상임지휘자 김성경(추계예대 대학원) 교수가 작곡한 것으로, 류시화 시인의 시에 곡을 붙였다. 전통가곡의 형식과 창법에 독주해금과 거문고가 어우러지는 곡이다.

서곡과 3곡의 협연곡으로 꾸며진 이날 조촐한 10주년 정기연주회는 대체로 정악풍의 음악들로 국악에 낯선 이들에게 조금 가볍게 다가설 수 있도록 몸을 낮춘 음악들이다. 국악관현악이 가진 미덕이라면 그런 것들일 것이다. 정악이나 민속악 전통에 익숙지 않은 일반에게 그나마 조금은 쉽게 접하게 하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국악이라고 항상 초라한 것만은 아니건만, 이 날 연주를 듣는 동안 귀는 호사를 겪으면서도 마음 한쪽은 아릿해짐을 떨칠 수 없었다. 보통 국악계에서도 국공립단체의 10주년이면 넉넉지 않더라도 특별한 자축의 분위기를 만들기 마련인데, 마땅한 재원 지원 없는 민간단체로서는 언강생심 연주하는 것만도 힘겨운 일이다.

곽은아 이화여대 교수의 협연으로 연주된 황의종 작곡 <뱃노래 주제에 의한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연주 장면
곽은아 이화여대 교수의 협연으로 연주된 황의종 작곡 <뱃노래 주제에 의한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연주 장면 ⓒ 김기
애쓴 젊은이들에게 수고했다고 연주비 변변히 줄 형편이 못된다. 서울국악관현악단은 국악연주 전문단체이지만 국공립단체가 아닌 까닭에 그렇다. 한번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공공기금의 지원이 필요한 형편. 게다가 올 10주년이란 특별한 해를 맞아서는 예년의 지원보다 오히려 대폭 줄어 기념 음반이라도 하나 내놓으려는 작은 꿈조차 포기해야 했다.

그러나 국내 어떤 관현악단들보다 연주에 임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자세는 대단히 훌륭했다. 음악 연주에 대한 감동이나 평가는 듣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연주 내내 지휘자에게 고정된 그 시선들은 얼마나 연습이 되어 있는지 증명하는 것이고, 음악의 완성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연주가 끝난 후 한 국악인은 자신의 단체가 아님에도 안타깝다면서 “월드컵 만큼은 아니어도 우리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민간단체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분야는 소수일 수밖에 없지만 국악은 명색이 나라 '국'자가 붙은 소중한 음악이기에 소수의 전문분야가 아닌 국민 전체가 알고 즐겨야 할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등 거대한 이슈에는 상대적 소외감이 증폭되는 것은 분명 풀어야 할 문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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