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나를 완전히 사생아 취급을 하고 있어. 이걸 어떻게 숨겨야 하는데 못 숨기니까 마지못해 내놓고 있는데…."
18일 남대문시장 유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뛰어든 박주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기자를 만나자 대뜸 언론에 대한 불만부터 터뜨렸다.
박 후보는 "선거를 해보지도 않고 언론이 후보자 당락이 결정된 것처럼 기사를 쓰면 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5·31 지방선거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당 대결구도로 흘러가고, 언론사들이 보도하는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별다른 변수로 부각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MBC와 코리아리서치가 16일 실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그는 3.5%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오세훈 51.4%, 강금실 27.5%, 김종철 3.5%, 임웅균 0.2%) 시장 출마를 선언할 당시 2% 안팎의 지지율을 얻은 것에 비해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74년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한 뒤 서울지검 특수부장, 대통령 법무비서관, 국회의원으로 승승장구해온 그는 자신이 오세훈 한나라당,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에 뒤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표정이다.
박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한나라당이라면 무조건 찍어주는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한 번 해본 후보"(오세훈), "노무현 대통령의 탈을 쓰고 나온 후보"(강금실)라고 두 사람을 맹렬히 공격했다.
그는 특히 서포터스와 함께 로고송에 맞춰 가벼운 춤을 선보인 뒤에는 쑥스러운 듯 "역시 춤추는 사람이 시장이 되면 안 된다"고 한마디 쏘아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박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두 후보에 맞서기 위해 '노무현과 이회창의 수제자들에 맞서는, DJ의 계승자'라는 이미지를 창출하고자 했다. 이 같은 이미지 전략이 호남출신 서울 유권자들의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되살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후보가 두 번째 유세지로 택한 종묘공원에는 400여명의 청중들이 모였다. 대부분은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노인들이었지만, 박 후보에게는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박 후보도 "마지막으로 한 번 사기를 당한다는 기분으로 나를 믿어달라"고 절절한 연설을 했다.
반면,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대체로 "장사가 안돼 죽겠다"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 옷가게의 여주인은 "후보들이 다녀갈 때마다 주차장을 지어주겠다고 하는데, 돌아선 뒤에는 감감무소식이다. (공약을) 녹음이라도 해놔야지"라고 말끝을 흐렸다.
[김종철] 여의도 지하철역에서 자신감 'UP'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8일 김종철(36) 민주노동당 후보는 여의도 유세를 시작으로 13일간의 선거전 첫걸음을 뗐다. 김 후보는 이날 오전 8시부터 한 시간 가량 여의도 지하철역 입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지지를 호소했다.
일단 시민들의 호의적인 반응 덕분에 김 후보의 자신감은 높아진 상황이다. 김 후보는 "여의도역에서 만난 노동자들, 특히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지지의사를 표시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날 여성 직장인들 중 몇몇은 "여성노동자들이 가장 어렵다"는 김 후보의 말에 "맞다"며 공감을 표시한 뒤 "비정규직 해결에 힘써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 후보 역시 유세 첫날 가는 곳마다 '사회양극화 해소와 비정규직 해결'을 내세워 표심 공략에 나섰다. 김 후보는 여의도 지하철역 유세를 마친 뒤 곧 서울시청 앞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구청장 후보들과 '공동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또 오후에는 같은 장소에서 열린 공공연맹 기자회견에도 참석해 강한 연대감을 보였다.
김 후보는 "비정규직의 70%가 여성이고, 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라며 "서울시부터 비정규직 고용을 정규직화하고, 비정규직 채용 비율이 높은 기업은 입찰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전국공무원노조는 이날 오전 11시 영등포구 대영빌딩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별도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에 대한 공식 지지의사를 밝혔다. 민주노총은 약 5000명 규모의 '정치실천단'을 구성해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에 뛰어들 예정이다. 민주노총 산하 사무금융연맹의 경우 360명에 달하는 상근자가 모두 정치실천단에 합류했다.
이날 김 후보의 아내 정혜정(38)씨도 휴가를 내고 선거운동에 결합했다. 김 후보는 보험설계사로 일하는 정씨를 '특수고용직노동자'로 소개하며 "오늘부터 내가 착취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정씨는 "야외 선거운동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어서 배우러 왔다"며 "첫 시간이어서 별로 할 말이 없지만 (당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김 후보는 정책탐방으로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연합회' 소속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곧바로 성동구 금호시장을 찾아 민심 끌어오기에 나섰다. 또 종로구 뉴타운 지구 반대 주민들을 만나 서울시 뉴타운 개발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