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5·31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 날. '지방정권심판론'을 주창하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정권심판론'으로 맞수를 두고있는 한나라당, 양당 대표는 첫 거리유세를 광주광역시에서 시작했다.
공교롭게 이날은 제26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여야 대표는 모두 "광주정신"을 주창했다. 이날 오전 10시 정동영 우리당 의장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나란히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후 광주광역시 충장로 1가 광주우체국 인근에서 거리 유세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의 거리유세는 순탄치는 않았다. 특히 한나라당은 전남지역총학생회연합(남총련) 소속 학생 60여명의 반대 시위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예정된 일정마다 학생 시위 '난감'
당초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5·18기념식에 참석한 후 오전 11시30분부터 옛 전남도청 맞은편 '민주의 종'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드리는 글'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후 낮 12시30분까지 광주우체국과 충장로 1가부터 3가까지 거리 유세를 벌일 방침이었다.
그러나 박 대표는 기자회견을 접어야 했다. 이미 오전 11시부터 대학생들이 '민주의 종' 앞에서 "광주학살의 후예는 광주를 모욕말라"는 플래카드와 "5월 광주학살의 후예, 반민주정당 한나라당은 광주를 당장 떠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들 남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성명을 통해 "한나라당이 과거에 대한 진정한 사죄 없이, 그리고 친미반통일적인 책동들을 지금 당장 중단하지 않고서 광주에서 얻어갈 것이라고는 시민들의 차디찬 냉대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당장에 광주시민들을 비롯한 전 국민 앞에 80년 5월 학살의 만행을 진심으로 사죄하라"며 "선거를 빌미로 광주 땅에 정치세력을 확장하려는 기만적인 작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기자회견을 포기하고 곧바로 광주우체국으로 향해 박근혜 대표와 한영 광주시장 후보의 거리유세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거리유세에서 "뜻 깊은 날 첫 거리유세를 광주에서 시작하게 돼 기쁘고 의미에도 맞다"며 "그동안 한나라당은 후보를 내고 싶어도 내지 못했지만, 첫 거리유세를 이곳에서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 '광주발전을 위해서 누가 노력했느냐'고 하면 '한나라당'이라는 말을 듣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이라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온 광주시민들이 이제는 국민통합에 앞장서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세계는 30년만에 대호황인데 우리는 경제·외교·교육 모든 것이 위기상황"이라며 "이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현 정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광주우체국 유세를 마친 박 대표와 박희태 국회부의장 등 의원 25여명과 당직자들은 충장로를 걸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박 대표가 상가를 돌고있는 동안 학생들이 이를 제지하기 위해 충장로로 통하는 골목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이 골목길 이곳 저곳을 통해 충장로로 진입하려 하자 경찰과 한나라당은 박 대표 일행을 부랴부랴 충장파출소 인근 한나라당 버스로 이동시켰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박 대표 일행은 학생들과 마주쳐야 했다. 한나라당 버스로 달려들며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됐기 때문이다.결국 박 대표 일행은 25여분만에 광주 유세를 접어야 했다.
정병국 의원은 기자를 만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역시 5월정신을 선거에 이용하고 있는데 왜 우리에게만 그러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한나라당 중앙당 한 관계자는 "아직도 우리에게 과격한 입장을 보이는 있는 것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래도 우리는 계속 광주를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5·4 평택사태 항의 시위대를 만나다
정동영 의장을 비롯한 열린우리당 유세단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보다 10여분 늦게 충장로 입구에 도착했다. 김한길 원내대표 등 30여명의 의원과 조영택 광주시장 후보와 당직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거리유세에 나섰다.
한나라당이 남총련 학생들의 '반한나라 시위'와 맞닥뜨렸다면, 정동영 의장 일행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평택 강제집행 항의 시위'를 만나야 했다.
정 의장은 오전 11시40여분경부터 거리유세를 시작했다. 유세가 시작되자 30여명의 단체 회원들은 지난 4일과 5일 평택 사태에 대해 항의했다. 이들은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들고 유세 차량 앞에 주저앉아 있기도 했으며, 유세장 주변 곳곳에서 침묵시위를 벌였다. 다만 한나라당처럼 경찰 등과 물리적 마찰은 없었다.
정 의장은 자신들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박근혜 대표가 처음으로 충장로에서 거리유세하는 것을 못참겠다는 젊은이의 의기를 인정한다"면서도 "유세를 무산시킨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17일) 호소처럼 광주정신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먼저 "잘못한 것이 3가지 있다"고 했다. 그는 "피폐한 민생 경제를 주름펴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제 경제 제일주의 여당이 되겠다"며 "개혁정당 외치면서 내부 단합을 못해 국민에게 짜증을 안겨줬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국민의 소리를 깊이있게 경청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구 3각 동맹'에 맞설 '평화 민주 세력의 통합'을 주창했다. 그는 "평화 민주세력에게 힘을 달라"며 "부패·수구·냉전세력을 주도권 자리에서 끌어내릴 힘을, 광주에서부터 우리당에 부여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16개 광역시도 중 12개 시도를 한나라당이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나라당 천지가 되는 것을 용납할 광주시민들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못난 자식 효도로 갚아주겠다"며 조영택 광주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5·31 지방선거 첫 거리유세를 광주에서 시작한 정동영 의장과 박근혜 대표는 각각 부평과 부천, 대전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