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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가 나라 곳곳에서 열리는 동안에도 평택 대추리, 도두리에서는 군 포크레인이 들녘을 헤집고 다녔다.
ⓒ dczume

▲ 군 헬기가 날라다 준 원형 철조망을 군인들이 두르고, 군 포크레인이 수로를 파고, 또 철조망을 두르고, 두르고. 군 포크레인이 지나간 들녘은 매일 봐도 낯설기만 하다. 언제 이곳에서 벼가 자랐을까. 어떻게 이런 땅에서 농사를 지었을까. 발을 삐끗하기만 해도 죽을 것만 갔다. 숨이 막힌다. 군 포크레인이 지나간 자리는 자꾸만 깊어진다, 자꾸만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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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군 포크레인이 마을을 헤집고 다녀! 나가! 나가라구! 니들이 설치한 철조망 안으로나 돌아다녀!” 5월 18일 오후 3시 30분경, 대추리. 한 여자가 내지른 소리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대추리 평화예술공원을 가로지르는 주도로에 군인들이 포크레인을 몰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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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몰라 나가는 길을 찾고 있다는 군인들은 잘못했다며 나가게 해 달라 했지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들어올 때부터 마을길로 다니지 말라 했는데, 다짜고짜 들어서서 마을길을 이리저리 다니더니, 자기들이 설치해 놓은 철조망 때문에 가려고 했던 곳에 못 가게 되자 되돌아 나오려고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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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란이 일자 하나둘 몰려든 주민들은 “군이 마을길로 다니면 안 되지 않느냐!” “지휘관 데려와라.” 했지만 포크레인을 몰던 군인은 지휘관에게 연락했으며 곧 올 것이라며 어쩔 줄 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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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휘관이 오기 전까지 갈 수 없다고 막아선 주민들을 뒤로 하고 군 포크레인은 문무인상이 있는 길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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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그 길에는 전경차 10여 대가 진을 치고 있어, 전경차들이 비켜주지 않는 한 나갈 수가 없다. 군 포크레인은 자기들이 친 철조망에, 자신들을 보호해 주는 전경차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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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대시간인지 전경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포크레인이 지나가든 전경차가 줄지어 서 있든 아랑곳하지 않고 강낭콩 밭을 매던 아주머니는 전경들에게 말을 건넨다. “주민 지켜주려고 이렇게 달려오는 겨?” 물론 농이다. 슬픈 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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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7일 5시 반경, 원정리에서 K-6후문으로 이어지는 길옆. 평택시내에서 대추리로 버스가 드나드는 길목이다. 이곳 역시 군 포크레인이 다녀갔다. 위험해 보여 사진기를 들이대자 경찰들이 찍으면 안 된다고 가로막는다. 왜 안 되느냐 물으니 역시나 자신들은 지시에 따를 뿐 모른다, 한다. 연락 끝에 오신 상사 한 분은 아마도 군사시설이라서 그럴 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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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올 시간이다. 오늘도 대추리 아이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설치했는지도 모를 이 위험한 물건들을 두 눈에 박고 학교와 집을 오갈 것이다. 내일도, 또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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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갈 곳을 잃은 옛따책방 쥔장이자 한 아이의 엄마, 그리고 구본주를나르는사람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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