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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밭농사는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밭농사는 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 이종혁
요즘 시골에서 밭농사를 할 때 비닐 사용은 거의 필수요소가 되어 버린 듯합니다. 조그만 텃밭이야 손을 부지런히 놀려서 풀을 맬 수 있지만 경작규모가 조금만 커져도 인력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아져서 손으로 해결하기가 부담스러워집니다. 사람이 줄어 노동력은 줄어들고 일인당 재배면적이 늘어나게 되니, 적은 인원으로 풀과 싸워가며 농사짓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닐은 습도와 지온을 유지해 주고 잡초를 억제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수거가 안 되어 땅 속에 그냥 묻히기도 하고 밭에서 그냥 소각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지온을 너무 높여서 작물의 건강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1999년도에 어느 농가에서 마늘 수확일을 도왔던 일을 떠올려 봅니다. 수확 후에 사용했던 비닐들을 모아서 마늘 밭에서 바로 태우고 그 자리에 물을 대서 모내기를 하는 것을 보고 "이래서는 안 되는데..."라고 생각했지만 나이 많은 어르신 혼자 농사짓는 곳이라 무어라 말씀드리지도 못했습니다.

또, 밭일을 하다 보면 이전에 사용했던 비닐 조각들이 땅 속에서 분해되지 않은 채 나오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농업자재로서의 비닐의 유용성도 있지만, 제대로 처리되지 못해서 땅을 오염시키는 부분과 석유화학공업에 의존해야 하는 부분은 한계인 것 같습니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에 대해서도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볏짚이나 호밀 짚 등 재배작물과는 다른작물을 이용한 천연멀칭(멀칭 : 농업자재를 이용해서 재배작물을 키우는 곳을 덮어주는 것)을 통해서 비닐사용을 회피하는 농가들도 있고, 제초를 하지 않고 풀들끼리 싸우게 하는 경우도 있으며, 비닐 대신에 종이성분으로 된 자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땅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해 집니다.
땅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해 집니다. ⓒ 이종혁
18일에 전북정농영농조합의 정경식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비닐사용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습니다.

"농업인구도 적고 일인당 경작면적이 늘어나면 밭농사에서 비닐사용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비닐을 쓰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환경을 지키며 농사짓는다면 이에 대한 보답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비닐을 쓰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환경적인 가치가 있고, 교육적인 가치가 있지요.

이러한 농산물에 대해서 친환경 농산물 '무비닐 인증'이 만들어진다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비닐을 사용하지 않고 환경을 지키며 생산된 농산물에 대해서 정부가 그 노력에 합당한 노력을 보상해 준다면, 아마 비닐을 쓰지 않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의 친환경농산물 인증은 '저농약',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 '유기농'의 단계로 구성되어 잇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끼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구분된 것인데, 농업용 비닐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면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서도 인증을 해 주고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해 준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유기농+무비닐'처럼 동시 인증도 가능할 것 같네요.

우리의 미래는 어린이. 친환경 농산물로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는 어린이. 친환경 농산물로 미래를 지켜야 합니다. ⓒ 이종혁
소비자들의 선택도 중요합니다.

유기농으로 작물을 키우면 비료나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에 비해서 겉모양도 덜 예쁘고, 크기도 작을 수 있습니다(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큼직하고 값싸고 예쁜 모양의 관행농법 농산물만 선호하고 친환경 인증이 있는 농산물을 멀리한다면,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을 하고 살기가 힘들어집니다. 도시소비자가 친환경농업 농산물을 많이 찾아야 그런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그만큼 우리의 건강을 지키고, 우리의 환경까지 지키는 것입니다.

생산과정의 이력을 알 수 없고, 긴 유통기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수입농산물을 선호한다면 건강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농민들의 삶까지도 힘들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농업, 우리건강, 우리환경을 지킬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친환경 농산물 인증으로서의 '무비닐 인증'도입 어떻게 생각하세요? 좀 더 비싸더라도 환경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생산된 농산물을 선택하실 생각이 있나요? 우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바꿉니다.

덧붙이는 글 | 현재의 친환경 농산물인증 제도.(저농약은 폐지될 예정입니다.)

- 유기농산물 
전환기간 이상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 (전환기간 : 다년생 작물은 3년, 그 외 작물은 2년)
 
- 전환기유기농산물 
1년 이상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재배
 
- 무농약농산물 
유기합성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가급적 권장시비량의 1/3이내 사용
 
- 저농약농산물 
화학비료는 가급적 권장시비량의 1/2이내 사용  
농약 살포횟수는 "농약안전사용기준"의 1/2이하  
사용시기는 안전사용기준 시기의 2배수 적용  
제초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함  
잔류농약 :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고시한 '농산물의 농약잔류허용기준'의 1/2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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