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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9일 수료증
2006년 5월 19일 수료증 ⓒ 김환희
퇴근 무렵.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는 다소 흥분한 듯 떨리는 목소리로 하고픈 이야기를 단번에 내뱉었다.

"여보, 저 상 탔어요."
"그게 무슨 말이오."

"제가 상을 받았다고요."
"무슨 상을? 상은 아무나 타는 줄 아시오."

전화를 받자마자 '상'이야기로 호들갑을 떠는 아내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내가 어떤 이유로 상을 받게 되었는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특히 집에서 살림만 하는 아내이기에 '상'이야기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놀고먹고만 하는 사람에게 누가 상을 준다는 거요?"
"누가 놀고먹고만 해요?"

내 말에 기분이 상한 듯 아내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순간 아내에게 말을 실수한 것 같아 움찔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요. 당신에게 실망했어요. 축하는 못해줄 망정 어떻게 그런 말을?"

그리고나서 아내는 전화를 끊었다. 아내는 신중하지 못한 내 행동에 몹시 화가 난 것 같았다. 미안한 생각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내의 전화기는 꺼져 있었다. 할 수없이 아내에게 사과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미안해요. 그리고 축하해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를 볼 때마다 "살 좀 빼고 삽시다"라는 반복되는 나의 핀잔을 듣고 고민을 하던 중 강릉시 보건소에서 모집하는 '주부건강교실'에 수강 신청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지금까지 다녔던 것이었다.

2006년 5월 19일 아내가 받은 인기상
2006년 5월 19일 아내가 받은 인기상 ⓒ 김환희
수료를 하는 오늘(5월 19일). 그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나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더욱이 아내는 열심히 활동을 하여 수료식 때 인기상을 받는 영광까지 얻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시큰둥한 반응이 아내의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아내를 위해 조촐한 파티를 준비하였다. 비록 그 파티에 참석한 사람은 아내와 나 단 둘이었지만 그 어떤 파티보다 의미가 있었다. 촛불에 비추어진 아내의 얼굴에서 행복이 묻어 나왔다. 나 또한 촛불을 바라보며 그 동안 아내에게 무관심한 자신을 반성하였다. 그리고 하지 못한 축하의 말을 가장 멋진 목소리로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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