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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20일 저녁 기습으로 피습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5·31 지방선거'를 앞둔 정국에 태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테러로 규정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박 대표를 피습한 범인 지모(50)씨는 보호관찰을 받는 신분으로 왜 박 대표의 얼굴에 칼을 휘둘렀을까? 단순 상해일까, 아니면 정치테러일까? 지씨와 함께 붙잡힌 박모(54)씨는 지씨와 연관이 없는 걸까? 경찰의 브리핑 이후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을 따라가 봤다.

▲ 20일 저녁 7시 20분께 피습범 지씨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얼굴을 칼로 긋고 있다
ⓒ 한나라당 제공
[쟁점 1] 정치테러인가? 단순 상해인가?

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이번 사건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정치테러로 규정하고 있다. 검·경 합동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하고, 이택순 경찰청장이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며 이 청장 해임을 요구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번 사건을 규탄하는 발언들이 잇따랐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박 대표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정치테러를 당했다"며 "범행동기와 배후 등에 대해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열린우리당은 단순 피습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인 박모(54)씨가 열리우리당 기간당원인 것을 놓고 일부에서 배후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정략적인 접근이라는 입장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이번 사건을 배후세력 조종으로 몰고가면서 자기 당 대표의 비극적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쟁점 2] 함께 있던 박씨, 지씨와 연관 없나?

경찰 조사결과 지씨의 범행은 미리 계획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씨는 사건 당일 박 대표 얼굴에 칼을 휘두르기 이전에 문구용 칼을 미리 준비했다. 또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박 대표가 저녁 유세에 참석 하는지를 사전에 확인하기도 했다.

지씨의 이 같은 계획적 행동은 공범이나 배후세력 여부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특히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지씨가 범행을 저지른 직후 연단 주변에서 박근혜 대표를 향해 "죽여라 죽여"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는 이번 사건이 지씨 단독범행이 아닌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수도 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경찰은 일단 이날 현장에서 같이 붙잡힌 박모씨가 "지씨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유세 현장 근처에서 동창 자녀 결혼식을 마치고 술을 마시고 나와 난동을 피웠으며 지씨의 '테러'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지씨의 주소지인 인천 학익동 일대. 이곳은 인천의 대표적인 윤락가 가운데 한 곳이다.
ⓒ 오마이뉴스 김연기
[쟁점 3] 보호관찰 받으면서 소재파악도 안돼?

지씨는 지난해 8월 청송감호소 가출소 이후 법무부 보호관찰 상태였다. 그러나 20일 사건 당일까지 지씨를 담당하는 인천보호관찰소에서는 지씨의 거주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지씨는 올 2월 28일까지 인천의 갱생보호공단에서 생활했으나 이후 행방을 감췄다.

이후 지씨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해당되기 위해 지난 3월 말 주소지를 인천 남구 학익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지씨는 최근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긴 이후 실제 거주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지씨가 여기저기 떠돌며 생활함에 따라 당국도 지씨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

[쟁점 4] 지씨 진술과 경찰 조서 내용이 다르다?

경찰이 피습범인 지모씨의 진술 중 일부를 누락·왜곡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날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본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나를 살렸다. 김대중 대통령이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다'라고 진술했으나, 경찰이 작성한 조서에선 처음엔 이 내용이 빠졌다가 나중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났다'는 말로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서대문 경찰서에 머무르면서 경찰 조사 과정을 지켜본 이혜훈 의원은 "당 차원에서 왜 '이 같은 내용이 조서에 빠져 있느냐'고 지속적으로 항의하자 경찰이 새로 조서를 작성해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며 "그러나 지씨의 진술과는 달리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났다'고 표현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지씨가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 등 정치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맞섰다. 한나라당은 "향후 모든 조사는 비디오 녹화가 가능한 조사실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경찰에 요구했다.

▲ 20일 밤 이택순 경찰청장이 서울 경찰청 브리핑실에서 이날 저녁 발생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사건과 관련해서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쟁점 5] 혈중 알코올 농도 0%가 음주?

이택순 경찰청장은 20일 밤 브리핑에서 "용의자 지모씨와 박모씨가 술에 취했냐"는 물음에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대문경찰서가 현장에서 검거한 이들을 음주 측정한 결과, 지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0%였으며 박씨는 0.137%로 나타났다.

이 청장 발표와는 달리 지씨는 전혀 술을 먹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이 청장이 초기 수사 당시 정확한 정보 없이 부실한 브리핑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나라당은 이 청장의 이 같은 설명에 이번 사건을 취객의 우발적 범행으로 몰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청장 발표가 일부 사실과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는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신속하게 관련 수사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다 발생한 착오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쟁점 6] 사건 신고 30분 만에 경찰 출동, 늑장대응?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일부 친한나라당 단체는 일제히 경찰의 늑장 대응을 큰 목소리로 비난했다. 김문수 한나라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만일 여당 대표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경찰이 지금처럼 조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찰의 느슨한 대응에 대해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찰은 "112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는 과정은 컴퓨터 시스템에 전부 입력되어 있다"며 "순찰차에 GPS(위치정보 시스템)가 돼 있어 몇 시에 어디에 도착했는지 전부 확인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즉 기계에 관련 근거가 다 나오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오해는 금방 풀린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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