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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오돔 전 국장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
윌리엄 오돔 전 국장이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글.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국(NSA) 국장과 브레진스키 안보보좌관의 군사보좌관을 지내고 현재 허드슨 연구소 시니어 연구원 및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오돔이 이라크에서 당장 미군을 당장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주목을 받고 있다.

퇴역장성 출신인 윌리엄 오돔은 <포린 폴리시'> 5·6월호 '감축하고 계속 주둔?' 제하의 분석기사에서 미국민의 절반 이상이 이라크 미군을 철수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심지어 공화당 우세 지역 주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미군의 이라크 주둔의 부당성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미국의 대외정책 및 군사분야 등에 대해 수많은 논문을 발표한 오돔은 CNN·ABC 방송의 토크쇼에 단골 출연해 왔으며,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등의 언론 매체에 고정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해 왔다.

그는 '미국의 경솔한 제국(2004)', '미국의 군부개혁: 냉전후의 전략과 구조(1993), '냉전후의 동아시아: 승리후의 시련(1992)' 등 주로 미국의 군사전략의 오류를 밝힌 여러권의 군사관련 역작을 펴낸 학자로 유명하다.

"누가 이라크 지도자가 되더라도 친미주의자는 아닐 것"

윌리엄 오돔 전 국장
윌리엄 오돔 전 국장
과거 미군의 대 소련 및 중동지역 전략 및 정보 전문가였던 오돔은 이제 어느 누구도 이라크전을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고 믿지 않고 있으며, 누가 새로운 이라크 지도자가 되더라도 친미주의자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29일 <미디어뉴스 그룹>과의 인터뷰에서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전약적 재앙"이라면서 의회가 이라크 미군 철수를 결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부시 대통령은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미군주둔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부당성을 다음과 같이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첫째, 부시는 미군이 철수하면 이라크에 내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라크 내전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몰아내자마자 바로 발생했다. 심지어 부시 자신조차도 최근 이라크가 내전의 나락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인정했을 정도다. 이제 이라크인들끼리 싸우고 있으며 저항세력은 미군보다 이라크인들을 더 많이 죽이고 있는데, 이게 바로 내전이라는 것.

둘째, 부시는 미군 철수가 테러리스트들을 고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같은 주장은 사실일지 모르지만 이는 미국이 지불해야 할 몫이다. 미군의 이라크점령ㅏ은 이미 이들을 고무시켜왔다. 미국은 바트당 잔존세력에게 항복하거나 알카에다와의 동맹을 맺는 두 가지 선택만을 남겼는데, 그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오돔은 미군의 계속 주둔이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키지는 못할 것이며 오직 미군철수만이 수니파들과 알카에다의 관계를 종식시킬 것이라고 내다본다.

셋째,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 이라크 보안군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라크군의 문제는 군사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충성하느냐에 있다. 오돔은 이라크의 정치지형은 여전히 변화무쌍하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무원과 군대는 줄을 잘못서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군사력이 아닌 정치력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정치력은 미군주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라크 자신의 힘에 의해 길러진다고 주장한다.

넷째, 철수시한 설정은 미군의 사기를 저하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어 왔는데, 이 주장에는 책임감이 결여되어 있다. 오돔은 최근 여론조사를 들어 만약 미군병사들이 선택할 권리를 지닌다면 그들은 바로 철수하고자 할 것이며, 오히려 철수가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것이라는 논지를 펴고 있다. 그는 병사 중심의 전략적 고려를 할 경우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지휘관들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다.

다섯째는 미군철수가 미국의 신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부시행정부의 우려다. 그러나 미국이 중간 수준의 국가라면 이 주장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현재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며, 오히려 미군철수가 떨어진 미국의 신용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베트남전 당시에도 미군철수가 미국의 신용을 떨어뜨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지만 오늘날 그 주장은 틀렸음이 판명되었다. 911 이후 미국의 신용은 계속 하락되어 이제는 러시아와 같은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미군을 철수시키고 잘못을 인정하는 것만이 이같은 현상을 역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03년 4월 미 해병대가 포로로 잡은 이라크 군들을 끌고 가고 있다.
2003년 4월 미 해병대가 포로로 잡은 이라크 군들을 끌고 가고 있다. ⓒ 미 국방부
"이라크 침공이 이익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 인정해야"

오돔은 고통스럽더라도 미국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이라크의 혼란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첫째, 이라크 침공은 미국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란과 알카에다가 이로 인해 이익을 얻었을 뿐이다.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적이었던 후세인에게 미국의 힘을 빌어 간접적으로 복수했고, 알카에다는 미국을 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둘째, 이라크전은 외교적인 면이나 전략적인 면 모두에서 미국의 지위를 하락시켰다. 유럽과의 관계회복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미국의 지위 하락으로 인해 이라크전 후에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계속 존속될지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오돔은 여러 정황으로 볼때 이라크에서 즉각 철수하는 것만이 미국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철수할 때에만 유럽은 중동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며, 이라크 접경지역 국가들도 지역안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이들 국가 중 가장 중요한 국가는 이란인데, 이란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알카에다를 싫어하고 지역안정을 원하고 있으며, 더욱 많은 석유와 가스생산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돔은 이란이 핵무기 보유를 원하면 제지하기는 불가능하지만 미국쪽으로 끌어들일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돔은 주장은 간단하게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미국은 당장 이라크에서 철수하라. 그렇지 않으면 어느 것도 달성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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