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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자유를 이야기 하는 구수골 이장 이태근씨
또 다른 자유를 이야기 하는 구수골 이장 이태근씨 ⓒ 조태용
그는 하루에 한 끼를 먹는다고 한다. 그것도 정해진 시간에 먹는 것도 아니다. 하루에 언제든 단 한 끼만 먹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렇다고 산속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살아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하루 종일 땀 흘리면 일하는 농부이며, 구들 놓고 황토벽돌 쌓는 집 짓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날 인터뷰도 비가 와서 집 짓는 일을 쉬기 때문에 가능했다.

"몸을 먹을 것으로 자꾸 채우는 것은 욕심입니다. 속이 텅 빌 때 마음도 비워지는 것입니다. 먹을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이지요."

뱃속에 음식물이 가득하면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이다. 식탐은 욕심의 근원이라고 한다. 식탐이 많은 사람은 욕심이 많은 사람이고 욕심이 많은 사람은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결국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욕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처럼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산다면 아주 적은 돈으로도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소식이 건강에 좋은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소식과 운동 그리고 적당한 노동은 건강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일 것이다.

"저처럼 하루에 한 끼만 먹으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고 적당한 노동을 하는 삶을 산다면 몸은 건강해질 것입니다. 욕심이 많다면 많이 먹고 많은 운동을 하고 많은 노동을 할 것입니다. 그런 삶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가 정해진 시간에 먹지 않는 것은 짐승들이 그렇게 생활하기 때문이란다. 사실 동물 중 누가 세 끼를 정해놓고 먹을까. 정해진 시간에 꼭 세 끼를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은 절대적인 진리가 아닌 것이다. 그는 물도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물은 밥을 먹고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이 마르고 갈증이 나야 먹는 것이다. 동물 중에 밥 먹고 물먹는 짐승은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날 점심은 메밀국수였다. 밖에 나가 상추를 뜯어오라고 해서 채소밭에 가서 상추를 뜯어왔다. 그가 한 끼를 먹는다. 그러니 이 식사가 오늘 하루의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한 끼가 아주 소중하게 다가왔다. 식사를 마친 후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집은 곧 그 사람을 말하는 것"

이태근씨가 살고 있는 집이다. 집은 곧 사람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와 닮았다.
이태근씨가 살고 있는 집이다. 집은 곧 사람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와 닮았다. ⓒ 조태용
-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입니다. 오늘을 어떻게 사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내일이 존재합니까? 내일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항상 오늘이 존재할 뿐입니다. 이미 다가온 내일은 오늘이 아니기 때문이죠. 또한 우리 인생은 영원한 것이 아니고 유한합니다. 그러니 지금 내 앞에 있는 당신의 내일이 있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하루하루 행복한 선택을 해서 즐겁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황토 집을 짓는다고 하셨는데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집은 무엇입니까?
"집은 곧 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유난히 다정해 보이는 집이 있는가 하면 을씨년스러운 집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얼굴이 집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성이 없고 생각도 획일화됩니다. 내가 곧 아파트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에서 자연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아파트에서 편리함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자유를 이야기하기도 어렵습니다. 가능하며 시골에서 자연에 어울리는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자유롭지 않을까요?"

그래 우리 사회는 전문가를 원한다. 의사, 변호사, 집 짓는 사람, 빵 만드는 사람 모두 한 가지 분야의 전문가다. 전문가라는 것은 한 가지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 가지 일만 하는 사람보다는 다양한 일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의사도 하고 변호사도 하고 빵도 만들고 농사도 짓고 집도 짓는 것이 더 재미도 있다. 요즘 말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그는 직업도 다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는 직업도 여러 가지입니다. 글을 쓰기도 농사를 짓기도 하고 집을 짓기도 합니다. 가끔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선생이 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집을 짓는다며 그것도 곧 지겨워집니다. 농사도 하루 종일 같은 일을 반복하며 재미가 없습니다. 하루 종일 낫질만 하면 손목도 아프고 짜증도 납니다. 그렇게 하기보다는 낫질을 재미있을 정도만 하고 풀을 뽑거나 잠시 집을 수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종속적 경제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산속 깊은 곳 구수골엔 하루 종일 물소리가 졸졸거렸다.
산속 깊은 곳 구수골엔 하루 종일 물소리가 졸졸거렸다. ⓒ 조태용
- 선생님 말처럼 다양한 일을 하게 되면 직업을 가질 수 없게 될 수도 있겠는데요?
"직업은 곧 조직에 가입하는 것을 말합니다. 조직에 가입하면 조직의 규율과 규칙을 따라 해야 합니다. 조직은 곧 구속입니다. 구속되어서 행복한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누구에게 속박당하고 제재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본성은 아닐 것입니다. 또 조직에는 항상 어떤 문제가 있는데 조직에 들어가면 그 문제 때문에 고통스럽습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 한다고 해서 조직을 빠져 나와 저처럼 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이미 조직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을 더 불안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조직에서 버림 받으면 끝이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들은 결코 조직에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혼란스러웠다. 자유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자립적인 삶을 구축하고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는 것을 더 자유롭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역사 속에서도 한 때 자립경제를 외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을 선택하지 않고 수출이라는 종속적인 경제를 선택했다.

수출 위주의 경제를 선택한 우리는 한미 FTA라는 괴물 앞에서도 어떠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미 FTA로 예견되는 농민, 교육, 의료, 공공 부문 등 다양한 문제를 앞에 두고도 수출이 우리의 생명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FTA는 우리의 살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앞날을 스스로 만들어 가지 못하는 종속적인 경제 구조에서 우리는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자유로운가?

그는 지금 책을 쓰고 있었다. 자기 삶의 방식과 황토 집에 관한 책인데 일하는 틈틈이 써가고 있는 중이고 지금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그러면서 책이라는 것이 이미 글자를 쓰는 순간 거짓이 되어 버린다며 글 쓰는 일이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말한다.

산속 깊은 곳 구수골엔 하루 종일 물소리가 졸졸거렸다. 하루에 한 끼를 먹고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 하지만 자신의 욕심에는 엄격한 사람.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 곳이 구수골이고 대한민국이다.

돈과 좋은 직업, 학력, 권력에 매달리는 인생이 있는가 하면 그런 것은 순간의 바람으로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떠한 삶은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몫이지만 인터뷰가 끝나고 밭으로 일하러 가는 그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누구나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그러나 "당신은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삶이 사회, 조직, 국가, 세계에 끝임 없이 종속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이 만든 굴레에서 벗어나 자연과 벗하면 자립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구수골을 떠나면서 가슴에 남았다.

덧붙이는 글 | 당신의 거래가 세상을 바꿉니다. 참거래연대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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