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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당분간 농심 본사 앞 집회를 계속 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당분간 농심 본사 앞 집회를 계속 할 예정이다. ⓒ 정서희

서울 신대방동 농심 건물의 신축을 둘러싸고 인근 주민들과 농심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전 8시. 신대방동 주민 40여명은 농심 본사 앞에서 건물 신축으로 인한 소음과 진동, 먼지 피해 등을 호소하며 농심측의 즉각적인 공사 중단과 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부분 공사장 인근 주택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농심측의 건물 신축 공사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한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공사를 시작해 오는 2007년 7월 완공 예정인 농심측의 신축 건물은 총 두 개. 농심 본사 옆 공터를 이용해 짓고 있는 이 건물들은 각각 12층과 20층으로, 20층짜리 건물의 높이는 93.4m에 달한다. "94m에 달하는 농심 건물이 들어설 경우, 주변 주택가의 조망권과 일조권이 침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의견이다.

농심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신대방동 주민들

공사 현장에서 하루 종일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주민들이 겪는 고통스러운 부분 중 하나다. 건축법상 건물 신축 공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일출부터 일몰까지이다. 하지만 농심측은 공사 초기, 밤낮을 가리지 않는 진행으로 소음과 진동을 발생시켰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는 고문에 가까웠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간호사로 일하는 이씨의 경우, 밤 근무가 잦은 직업의 특성상 낮 숙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소음과 진동으로 인해 늘 피곤을 느끼기 일쑤였고, 50대 주민 김씨 등 3명은 불면증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지난 3월, 정신과를 찾아 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농심측 공사장 바로 옆에서 독서실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농심 측 공사가 시작되면서 독서실 이용객의 발이 끊겼고 이로 인해 아예 독서실 문을 닫고 휴업을 하고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성토했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독서실, 현재는 휴업 상태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독서실, 현재는 휴업 상태다. ⓒ 정서희
최은복 '농심신축공사에 따른 신대방주민피해 대책위원회' 대표는 지난 3월부터 농심 측과 5차례나 면담을 했지만 주민들의 피해 보상에 대한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

이와 관련 농심 언론홍보과 담당자는 "건물 신축에 법적 하자가 전혀 없는 것은 물론 소음도 법정 기준치에 미달한다"며 "주민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완공 시기가 임박해지면 소음과 진동 등 피해에 대해 객관적인 조사를 한 후 적절히 대처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소음 문제와 관련해서도 농심과 주민들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소음이 법정기준치에 미달한다는 농심의 주장과 달리 주민들이 얼마 전 한 회사에 소음측정을 위탁한 결과 72db로 측정됐다. 법정기준치인 70db을 넘은 것.

삼성 상대 조망권 피해 소송냈던 농심, 가해자로 돌변?

최 대표는 "주민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이나 동의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건물 건축 공사로 생활이 나날이 피폐해지고 있다"며 "불과 지난해, 삼성의 건축 공사에 대해 조망권 피해 소송을 제기했던 농심이 이제는 주민을 상대로 가해자의 입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농심은 지난해 2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태원 새집 공사와 관련 공사진행중지 청구소송을 냈던 바 있다. 문제의 발단은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고 전낙원' 파라다이스 회장에게서 사들인 이태원동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2층 규모의 저택을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맞은편에 신춘호 농심 회장과 신동원 농심 부회장, 신동익 메가마트 부회장이 살고 있었던 것. 신 회장 측은 삼성 이건희 회장 저택 공사로 인해 조망권을 침해받는 것은 물론, 소음, 매연에 대한 피해가 있다며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었다.

한편, 최은복 대표를 비롯한 주민들은 농심이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당분간 농심 본사 앞 집회를 계속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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