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아이들은 자연이다> 겉그림
<아이들은 자연이다> 겉그림 ⓒ 돌베개
이 책은 10년 전 귀농한 장영란, 김광화 부부가 두 아이 ‘탱이’와 ‘상상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함께 일하며, 공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따로 교육서라고 하기에도 좀 애매하고 그렇다고 귀농일지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다. 이 가정에서는 농사일과 공부, 집안일과 노는 일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일하면서 배우고, 놀면서 공부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두 자녀를 둔 평범한 부모가 자녀 교육에 대해 적은 교육서이기도 하고, 농부가 하루하루 농사를 지으며 느낀 감상을 적은 농막일기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자연 속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기쁨과 즐거움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필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시나 눈에 띄는 것은 이들 부부의 자녀교육법이다. 또래 아이들이 다 다니는 학교와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집과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배우며 해결하는 이들 가정만의 특별하고 싱싱한 교육법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이 집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두아이 탱이와 상상이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탱이는 초등학교를, 상상이는 유치원을 다닌 것으로 끝으로 더 이상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 대신 집에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거들거나 집안일을 도우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렇다고 배움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온 식구가 함께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보면서 읽고 느낀 점을 서로 토론하거나 서로 몰랐던 부분을 가르쳐 주며 새로운 앎을 나눈다. 들판에서 때론 밥상에서 시시때때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서슴없이 물어보고 함께 고민한다. 한마디로 책상에서 앉아서 혼자 하는 공부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서로 협력해가며 나누는 살아있는 공부다.

탱이와 상상이의 또 하나 특별한 점은 또래에 비해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즉 노동의 가치와 보람을 직접 몸으로 배우고 깨치는 것이다. 이제 열두 살인 상상이는 식구들에게 요리를 해주기도 하고 아빠를 따라 모를 심기도 한다. 아빠의 생일선물로 막걸리를 만들어 주기도 하는 아이다.

아이들은 자라는 만큼 일할 힘도 자란다

그런가 하면 이제 열아홉살인 탱이는 자기만의 밭을 일구는가 하면 나무집을 짓기도 하고, 나무주걱을 만들어 이웃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한다. 일과 공부가 하나된 생활에서 얻는 교훈과 깨우침은 우리가 단순히 머리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것을 안겨다준다.

아이들에게 일은 과정도 즐거운 것이지만 그 결과도 아주 뜻 깊은 것 같다. 자기 손으로 지은 집이 눈앞에 드러나고 자기 손으로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은 앞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소중한 건 내면의 성장이 아닐까. 곧 자신감이나 자기실현 따위들. 아이들은 자라는 만큼 일할 힘도 자란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자신감도 자연스럽게 커지는 것 같다. -258쪽-

그렇다면 학교를 다니거나, 학원을 다녀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비단 지식만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의 ‘사회성’ 내지는 ‘대인관계’를 통해 배우게 되는 정서에 대해 적잖이 걱정을 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들 부부의 생각은 어떠할까. 무엇보다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과 우르르 어울려 놀 때 보면 상상이는 흥분을 하기도 한다. 거기 견주어 혼자 놀 때는 평화롭다. 혼자 노는 맛을 알기에, 여럿이 어울려 놀다가 웬만큼 놀았다 싶으면 그만 집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흥분했다 싶으면 한쪽에서 책을 보면서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진다. 상상이를 보면 여럿이 어울려 놀건 혼자서 놀건 중요한 것은 자기 중심이 잡혀있는가에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142쪽-

중요한 것은 자기 중심 잡기라는 것이다. 무엇을 하든 자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이들 부부는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의 대목도 이들 부부의 교육관이 잘 드러난 대목.

이 글을 쓴 장영란, 김광화 부부


딸과 아들을 데리고 1996년 서울을 떠나 산청에서 간디공동체 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에 무주로 옮겨왔고 산골 생활에 자리가 잡힌 2001년 봄,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네 식구가 하루 세끼를 함께 해 먹으며 복닥거리며 살고있다.

식구가 함께 공부하는 일하는 하루하루, 아이들은 자연속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부부는 생명의 본성을 살리는 교육인지, 나아가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 무엇인지 돌아보고자 함께 이 글을 썼다. -책날개에서-

또래들과 어울리는 것도 그렇다. 또래가 없어 심심하다는 건 어찌보면 ‘교육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생명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 생명 고유의 본성에는 심심함이 있을 수 없다. 갓난아이도 병아리도 새끼 고양이도 심심해하지 않는다. 건강한 생명은 늘 자신을 꽉 채우고자하는 본성이 있다. 심심함은 생명의 빈틈이 아닐까. -123쪽-

공부에는 왕도가 없듯 자녀 교육에도 정답은 없는 듯하다. 이 책의 부부들처럼 다들 귀농을 하여 아이를 그렇게 키워야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마다 다 다르듯 교육방법도 다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명문대와 좋은 실력만이 최고의 교육인 것인양 획일화된 우리의 교육풍토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두 아이와 이들 부부, 네 가족이 함께 농사짓고, 요리하고, 공부하고, 집 만드는 등 삶의 모든 부분을 고스란히 함께 분담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또한 재미나다. 책을 다 읽고나면 ‘아,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삶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은 자연이다/ 장영란, 김광화 지음, 박대성 그림/ 돌베개/ 9800원

이 가족의 홈페이지 '자연달력' (www.nal-cal.net)에 들어가시면 이들 가족의 살아가는 모습을 더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돌베개(2006)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