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선거와 정치에 대해 논하기 위해 정치학도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선거와 정치에 대해 논하기 위해 정치학도 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 송선영
종원: "나는 청년의 보수화를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않는다.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 모두 있을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나이가 젊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보수 안에서 합리화 물결을 탈 수 있다. 그러나 예전 원로 정치인들의 노선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굉장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런 관점에서 정치에 대한 염세주의, 무관심, 혐오, 원로 정치인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진보적 흐름에 대해서 일말의 변화를 허용치 않는 지금 상황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상규:"지금 우리나라 정치현실을 두 가지로 비유할 수 있다. 첫째는 '젓가락 위에 항아리가 올라가 있는 상태'다. 광대들이 묘기를 하는 걸 보면 불안하다. 조금만 실수하면 떨어지고, 돌리지 않으면 역시나 떨어진다. 그걸 유지하기 위해 계속 항아리를 돌린다.

둘째는 '포장지 정치'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정치는 어떤 정책을 추진하다가 잘못되면 포장지만 바꾼다. 그 안은 변하지 않고 겉 포장지만 바꾸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면 우리나라 정치의 정체성이 정치 안에 존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다. 멈춰지면 그들의 기득권을 잃을 수 있고 나아가서 국가가 망할 수 있는 두려움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병주:"우리나라 정치는 미시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거시적인 면에서 바라보지 않는 것, 그러니까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게 문제다."

-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떠한 정치인들을 선택할 것인가?
상규: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내년 대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나는 후보자들의 살아온 삶, 인격을 보고자 한다. 인격은 그 사람과 대화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눈과 얼굴을 보면 나타난다. 링컨이 '40살이 되면 자기 인생을 자기 얼굴로 책임져야 한다' 고 말하지 않았던가.

또 어떤 성품을 갖추고 있는지 초점을 두고 싶고 더불어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연구해 본 다음 선거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금은 대전시장 후보들부터 검증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이진양(세번째 회색 윗옷)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 이진양(세번째 회색 윗옷) ⓒ 송선영
종원: "긍정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할 것이다. 막무가내가 아니라 이만큼 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포부가 있는 후보에게 표를 주고 싶다."

병주: "약속정치를 실행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 이제 처음 투표권을 가지게 됐으니까 한 명 한 명 더 관심이 간다. 행적, 환경, 인격, 경력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고,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광범위하지만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을 발표한 후보를 뽑고 싶다. 나는 웬만하면 후보자 토론회에 참가하려고 노력한다. 목요일 100분 토론도 즐겨보는 편이다."

이상적인 정치?글쎄...

-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호하는 정당이 있는가?
민지:"민주노동당이다. '선호한다'라기 보다는 그나마 제일 낫다고 표현할 수 있다. 사회주의는 아니지만 복지정책에 있어서 쌓아 가려고만 하지 않고 풀어서 모두에게 고루 나눠주는 정책을 추진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양극화 문제를 해결 해 줄 수 있는 기대는 20% 이다. 왜냐면 자본주의가 성숙되고 나서야 이러한 분배가 이뤄질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종원:"나 역시도 민주노동당을 지지하지만 비판적 지지다. 민주노동당은 정책적인 비전이 다른 당에 비해 뛰어나다. 의정활동도 다른 당에 비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진보진영 내에 있는 계파 문제, 정책적인 비전에 대한 적극적 홍보가 다른 당에 비해 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보완한다면 다음 총선 때 괜찮은 성적을 거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병주: "선호하는 정당이 없다. 그냥 이번 선거에는 당이 아닌 정책만을 바라보고 선거하고 싶다."

상규: "선호하는 정당은 없는데 우리나라가 좋은 방향으로 나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당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다. 나는 항상 뿌리에 대해 생각한다. 뿌리가 건강하지 못하면 아무리 많은 수확을 한다 해도 열매를 거둘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의 뿌리에 해당하며 커온 정당 중에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한 바로 이 두 당 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개혁을 하고 그 과정 속에서 둘 사이를 견제 할 수 있는 유일한 당인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의 색깔을 찾는다면 정치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임상규(왼쪽)학생과 이병주 학생
임상규(왼쪽)학생과 이병주 학생 ⓒ 송선영
- 그렇다면 본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은 무엇인가?
(순간 침묵이 흐르면서 긴장감이 맴돈다.)

종원: 적극적인 분위기가 됐으면 좋겠다. 기존 어른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고등학생도 충분히 발언할 수 있는 영역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사회는 굉장히 경직돼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10대들의 참여가 좀 더 활발해 지고 10대 단체들도 힘들 얻고 나아가서 선거권 요구할 수도 있고... 한마디로 10대들의 활발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상규: "잠시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려봤다. 그림을 그려 보자면
(화이트보드 칠판으로 나아가 손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정체성이란 건 문화, 종교, 사회, 교육까지 포함한다. 정체성이 바로 서지 않으면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고 또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알아야 올바로 나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반복되는 아픔을 보면 정체성이 제대로 서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자신조차도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다. 이상적인 정치 현실 보다 정체성 안에서 의사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누군가 말을 하면 이를 들어야 하고 대답을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의사소통이 안 된다. 또 신뢰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으려고 하고. 한 나라의 이상적인 정치모습이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고리들이 서로 연결돼 윤활유를 바른 것처럼 잘 돌아가야 한다. 이런 체계가 잘 돌아간다면 정치다운 정치가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배의 딱 부러진 설명에 모두들 놀라움을 경치 못하며 일동 박수를 친다)

"전공하기 전까지 정치 관심없어

- 정치에 대한 주변 친구들의 관심은 어떠한가?

이진 : "정치언론국제학과 영문학을 함께 전공하기 전인 작년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뭔가 아는 듯 하면서도 말을 하면 정작 아는 게 없다. 말은 잘한다. 그러나 아는 게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병주: "그러니까 교육을 해야 한다."

종원: "의무적으로 정치교과 공부를 시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사회 과목이 11개인데 국사마저도 선택이다. 정치를 필수 과목으로 하면 어떨까."
(순간 술렁이는 분위기) "국사도 선택이야?" "우리 때는 필수였는데." "심하다." "국사를 안 배운다는 건 정체성의 문제도 생기는 거야. 역사를 바로 알아야 정체성이 생기는 거지."

상규: 곰곰 생각을 하다가 '관심'이란 게 '볼 관(觀)'자에 '마음 심(心)' 즉 마음을 들여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뜻임을 생각했다. 마음이 있는 곳이라면 그것을 생각하고 연구하고 대안을 제시할 뿐 아니라 소망을 넣어준다. 정말 관심 있고 사랑이 있는 사람한테는 "너 이거해라!"란 식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사랑을 넣어준다. 그런 소망을 넣어준다는 건 관심이 있다는 거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 건 우리의 마음을 다해서 정치를 바라볼 때 즉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소망을 넣어주는 게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슬픈 일이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우리에게 0.1 % 라도 있을까?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은 0.3 % 염분이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가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부패한 것은 0.3%의 염분 같은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

- 정치를 알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진 :"정치학 수업 듣기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 했는데 배워보니까 '한국의 정치가 정말 심각하구나' 하는 것을 많이 느꼈다. 지금은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면서 기초를 쌓아 가는데 치중하고 있다."

정체성과 의사소통, 신뢰의 연관관계를 설명하는 임상규 학생
정체성과 의사소통, 신뢰의 연관관계를 설명하는 임상규 학생 ⓒ 송선영
종원: "지금 준비하고 있는 모의유엔회의, 야학 최근에는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 인권 문제 등 최대한 많이 찾아다니려고 노력하고 있다."

상규: "개인적으로 책을 좀 많이 보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 '그대가 진정 나라를 위한다면 자신이 건강해야 한다'는 말씀을 기억한다. 정말로 내가 나라를 위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한다면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분이 학생인 지라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도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소망을 많이 얘기한다. "이 나라는 소중한 나라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병주: "나는 정치에 꿈을 둔 학생으로서(병주의 희망은 대통령이라고 한다) 견해도 짧고 생각도 짧다. 그러나 이제 배우는 입장이니 만큼 후보자들의 비전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싶다. 정치에 대해 준비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정치인들에게 청렴결백하면서 원칙주의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더불어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만들어졌으면 정말로 좋겠다."

이진: "서로 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흑백논리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서로 협의와 합의가 잘 되는 정치 나아가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종원: "정치인들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지도자로서 지녀야 할 성찰을 가졌으면 좋겠다.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생각을 해야 함을 숙지함과 동시에 끊임없는 정치인 스스로에 대한 자기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규: 토크에 참석한 소감을 말하자면 개인적으로 행복했다.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행복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도 적용되는 말인 "진정한 변화는 다른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서 오는 것이다"라는 말을 함께 나누고 싶다."

이들의 한마디 한마디를 들으면서 내가 무척이나 부끄러웠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무엇이든지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다. 정치학도들이 바라본 안타까운 정치 문제들. 이제는 정치인들이 행동으로 어루만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정치가가 울면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참가자의 말처럼, 이번 5월 31일 지방선거로 인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마음 아파하면서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정치인들이 많아 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