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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그룹 본관건물앞에 내걸린 삼성그룹 깃발. ⓒ 오마이뉴스 권우성
삼성의 사회공헌 대책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2월초 삼성이 경영권 변칙 승계 의혹 등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8000억원 사회 헌납 등을 약속한 이후 넉달 만이다.

삼성은 지난 23일 자사에 쓴소리를 해줄 옴부즈맨 성격의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회원 8명을 발표했다. 또 이에 앞서 이건희 회장과 장남 재용씨의 삼성전자 지분, 그리고 막내딸인 고 이윤형씨의 유산을 삼성이건희장학재단과 교육부에 내놓았다. 이로써 당초 약속했던 8000억원의 사회헌납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삼성은 전했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우선 이건희장학재단에 대한 투명성과 독립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8000억원이라는 돈의 셈법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또 삼지모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도 그리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법적 권한이 없는 삼지모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식 사회공헌이 진정한 '공헌'이 되기 위해선 재단의 그룹 분리 등 실질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808억과 7500억... 부당이득은 과연 얼마일까

삼성이 지난 2월 7일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밝힌 사회공헌 대책의 핵심은 8000억원의 사회헌납이다. 이 금액은 이미 이건희 회장과 재용씨가 이건희장학재단에 내놓은 4500억원과 고 윤형씨의 유산 2200억원에 시민단체가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하는 1300억원을 합한 것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은 우선 부당이득 1300억원을 둘러싼 논란이다. 삼성 쪽은 이재용씨와 이부진·서현씨 등이 삼성계열사 주식을 헐값으로 사들여 얻은 이득이 모두 1298억원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808억원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351억원 ▲서울통신기술과 삼성전자 전환사채로 각각 43억원과 61억원 ▲이(e)삼성 등 인터넷회사 지분 고가매각 25억원 ▲삼성투신운용 스와프거래 10억원 등을 합한 돈이다.

이학수 당시 구조조정본부장(현 전략기획실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 이 회장 자녀들이 취득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 참여연대 등이 제기한 (부당) 이득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이재용씨 800억원, 두 여동생이 얻은 500억원 등 1300억원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지난 22일 이건희 회장이 두 딸인 부진씨와 서현씨의 부당이득 500억원을 삼성전자 주식 7만9000주로 대신 냈고, 아들 재용씨도 800억원을 삼성전자 주식 12만1000주로 재단에 헌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 쪽은 이 회장 자녀들(윤형씨 제외)이 얻은 부당이득이 최소 2921억~4490억원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삼성이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며 낸 돈과는 적게는 1623억원에서 많게는 3192억원의 차이가 나는 셈이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이유는 비상장주식인 에버랜드와 SDS 등의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있다. 삼성은 윤형씨 유산 2200억원을 재단과 교육부에 내놓았다. 2200억원은 윤형씨가 가지고 있던 삼성 계열사 주식 값어치를 계산한 것이다. 윤형씨는 비상장회사인 삼성SDS 주식 257만주와 삼성네트웍스 주식 292만주, 그리고 삼성에버랜드 주식 20만9000주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계산해보면,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의 장외에서 거래되는 값은 각각 2만5000원과 3300원이다. 이를 윤형씨 주식수에 곱하면 755억원 정도가 나온다. 따라서 나머지 윤형씨의 에버랜드 주식 20만9000주의 가치는 1500억원 정도가 된다. 한 주당 70만원에 계산된 것이다.

그렇다면 재용씨와 부진, 서현씨가 가지고 있던 에버랜드 주식 104만5000주를 주당 70만원씩 계산하면 무려 7500억원어치나 된다. 하지만 삼성쪽은 이를 808억원으로 계산했다. 똑같은 회사 주식에 대한 값어치를 삼성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계산한 셈이다.

이건희장학재단, 삼성에서 독립해야

삼성의 8천억원 사회 헌납 발표와 관련해 지난 2월 사회당 당원들이 "이건희 전하는 흔들리지 마시고 이재용 세자 저하는 등극을 준비하시라"는 상소를 읽으며 반어적 풍자를 하고 있다.
삼성의 8천억원 사회 헌납 발표와 관련해 지난 2월 사회당 당원들이 "이건희 전하는 흔들리지 마시고 이재용 세자 저하는 등극을 준비하시라"는 상소를 읽으며 반어적 풍자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8000억원에 대한 논란과 함께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의 위상과 역할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주식 헌납으로 장학재단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그룹 주요 계열사에 주요 주주(특수관계인)로 올라서게 됐다. 주요 주주로서 삼성 계열사의 의사결정과정에 그대로 참여할 수 있다. 이 회장 일가의 영향권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따라서 장학재단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를 위해 현재 재단 이사회를 중립적인 인사로 다시 구성해야 하며, 삼성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은 "현재와 같은 내용만으로는 사회헌납에 대한 삼성의 진정성을 믿기가 어렵다"면서 "향후 재단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장학재단이 정말로 그룹으로부터 분리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현행법상 동일인이 30%이상 출연한 비영리 재단의 경우 특수관계인으로 돼 있다"면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건희장학재단은 특수관계인으로 올라와 있으며, 재단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룹내부로 더 들어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단 이사회의 독립성과는 별개로 재단이 가지고 있는 계열사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장학재단 운영에 있어서 투명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라면서 "재단 이사회의 이사진이 중립적인 인사로 구성되는 등 독립성이 확보된다면 (기금을) 삼성이 직접 운용해도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헌납한 8000억원의 용처와 운영주체는 정부와 사회의 논의 결과에 따른다는 방침"이라면서 "자산이 크게 늘어난 삼성이건희장학재단이 원래의 이름과 사업목적을 그대로 가져갈지, 아니면 완전히 별개의 새로운 재단으로 갈지 삼성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단 쪽에서 가지게 된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앞으로 새롭게 구성될 재단이사회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삼지모를 향한 우려의 시선

이밖에 삼성쪽이 구성한 '삼성을 지켜보는 모임(삼지모)' 에 대한 역할도 관심거리다. 삼지모에는 김형기 좋은정책포럼 공동대표를 비롯해, 방용석 전 노동부 장관, 신인령 이화여대 총장,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이정자 녹색미래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학래 전 한겨레신문 사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등 8명이 포함돼 있다.

삼지모 회원들은 삼성전략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학수 부회장)와 매분기 한 차례씩 정례 모임을 갖는다. 회원들은 이 자리에서 사회가 삼성에 바라는 것에 대해 별다른 주제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게 될 것이라고 삼성 쪽은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에 밝힌 인사들이 '삼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고 삼성에 쓴소리를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그동안 삼성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해왔던 참여연대쪽 인사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삼성 쪽에선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김상조 교수 등에 대해 참여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적인 권한 등이 없는 삼지모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이어진다. 김진방 교수는 "현행 상법상 회사마다 사외이사를 두기로 돼 있고, 이들 이사들이 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위치에서 감시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며 "삼지모가 향후 삼성에 대해 어떤 역할을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상조 교수는 "삼지모의 경우는 삼성이 약속한 변화 중의 하나"라면서 "변화의 시작으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진정한 변화가 이뤄질지는 좀더 지켜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경영학부)는 "삼성 스스로 지배구조상으로 좀더 획기적인 변화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면서 "삼지모 인사들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삼성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어 삼성 스스로 현행 사외이사제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홍종학 경원대교수(경제학)는 "삼성이 사회적 책임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우선 기업으로서 법을 제대로 지키는 자세를 보이고, 이익이 나면 삼성 내부의 노동자와 계열사 중소협력업체와 비정규 노동자 등과 나눈 다음에 사회공헌을 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에 삼성 관계자는 "삼지모 인사 구성이 당초 예정보다 늦어졌지만, 이번에 참여한 인사들이 노동, 사회단체 등에서 명망있는 분들"이라며 "사회 각계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입장에 대해 제대로 전달해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 쪽은 8000억원 사회헌납과 삼지모 구성 이외에 전국 103개소의 자원봉사센터를 개소하는 등 사회복지 확대 및 자원봉사 강화도 진행하고 있다. 또 삼성 법무실에 속해 있는 변호사들로 구성된 '삼성법률봉사단'이 서민과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 법률상담을 벌이고 있고, 올해 안으로 '의료봉사단'도 구성할 방침이다. 이밖에 오는 24일 청와대서 열리는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직후에 별도의 중소기업 지원대책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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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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