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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지구대 사무실로 연행된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 김00 경사.
태평로 지구대 사무실로 연행된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 김00 경사. ⓒ 최윤석
문씨에 따르면 조수석의 문을 열고 김 경사에게 "택시가 아니니 내려달라"고 재차 요구하는 순간, 발이 날아왔다는 것. 문씨는 "갑작스런 공격에 놀라 김 경사를 끌어내리려 했더니 이번에는 김 경사가 다시 급소를 걷어찼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함께 있던 회사 동료 정길현(49)씨도 김 경사에게 떠밀려 넘어졌고, 마침 그때 길을 지나던 유 아무개씨의 4살 난 아들 김아무개군이 정씨 밑에 깔렸다. 김군은 사고 직후 폭행당한 문성주씨의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강북 삼성의료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김군 어머니 유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사고 이후 엉덩이가 아프다고만 할 뿐 말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며 "X-레이를 찍기 위해 대기하던 중 잠이 들어버려 아직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한 김 경사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남대문 경찰서 태평로지구대 소속 김 아무개 경위에게도 폭언을 퍼부었다. 이어 경찰에게 남대문 경찰서 소속 명함을 건네고 모처에 전화를 걸어 김 경위와 통화하게 한 후 택시를 잡아타고 현장을 벗어나려 하다가 저지당했다.

김 경사의 명함을 본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태평로 지구대 근무 경찰들에게 "이 사람이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 소속이라고 하는데 맞냐"며 신분확인을 요청하자 "우린 아무것도 모르겠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나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에 전화를 걸어 신분확인을 요청하자 정보과 당직자는 "김 경사가 남대문 경찰서 정보과 소속이 맞다"며 신분을 확인해줬다.

결국 김 경사는 태평로 지구대로 연행됐으나, CCTV가 설치되어 있는 지구대 사무실에서는 말없이 조용히 앉아 있다가 귀가를 하겠다며 자꾸만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를 잡기 위해 나온 지구대 경찰들에게 "야 XXX들아 다 죽어"라는 등의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김 경사는 같은 동료 경찰에게 폭언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폭언을 할 수도 있지 뭘 그런 일 가지고 XX이냐"라고 말하고, 주변에 있던 태평로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에게 "이 XXX 다 죽여버린다"라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폭행 당한 문성주씨 일행에 따르면 김 경사는 정아무개 태평로 지구대 대장의 뺨까지 때린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구대 경찰들은 이를 부인했다.

김 경사는 지구대로 연행된 뒤에도 수차례 도주를 시도했다. 사진은 모범택시를 타고 도주하려는 장면.
김 경사는 지구대로 연행된 뒤에도 수차례 도주를 시도했다. 사진은 모범택시를 타고 도주하려는 장면. ⓒ 최윤석
김 경사는 이어 지구대 소속 경찰들의 눈을 피해 다시 모범택시를 타고 '도주'를 시도했다가 저지당했으며, 이 과정을 촬영하는 기자에게 "야 XX야 찍어. 맘대로 찍어서 다 공개해버려, 다 죽여버릴 거야"라고 퍼부었다. 김 경사는 현행범으로 지구대에 연행됐음에도 왜 시민들을 폭행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조사를 받지 않았다.

김 경사에게 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경찰이 시민에게 폭력행사는 물론 동료 경찰에게까지 저렇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합의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일에 어떻게 합의를 해줄 수 있느냐"고 말했다. 문씨 등 피해자 3명은 태평로 지구대에서 진술서를 작성한 후 귀가했다.

김 경사는 밤 11시 30분께 보고를 받고 온 남대문 경찰서 서장이 출동한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기자가 김 경사의 행방을 묻자 경찰 측은 "근처 다른 곳에서 쉬고 있다"며 "신원이 확실한데 도망이라도 가겠냐"고 말했다.

한편, 김 경사의 신분이 노출되자 이진구 남대문 경찰서장을 비롯한 남대문 경찰서 소속 경찰 10여 명이 태평로 지구대로 출동, 폭행당한 시민 3명과 합의를 시도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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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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