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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가정은 3개월 동안 한시적인 주말부부입니다. 집사람이 친정(제주도 북제주군 종달리) 근처의 병원에서 3개월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관계로 서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28일)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신촌(제주 북제주군 조천읍) 집으로 왔습니다.
일주일만에 보는 아이들이 어찌 그리 반갑고 사랑스러운지 같이 살 때는 아이들이 이렇게 예쁜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아내는 혼자 지내는 남편을 위해 이번에도 친정에서 반찬을 한 보따리 챙겨왔습니다.
“이러다가 종달리(처가) 기둥뿌리 뽑히겠다.”
제가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습니다.
“사위 혼자 있으면서 못 먹고 산다고 장모님이 싸 주십디다.”
아내의 정겨운 화답입니다. 장모님이 보내신 반찬 중에는 ‘성게’도 있었습니다. 조그만 플라스틱 통에 성게 알이 하나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성게도 보내셨네? 어디서 이 귀한 성게를 얻으셨대?”
장모님은 이웃집에서 얻어 온 성게를 사위 먹으라고 거의 다 보내신 듯했습니다. 장모님이 보내신 성게를 보는 순간, 바로 며칠 전에 있었던 핸드폰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며칠 전에 썰물 때 바닷가에 나갔다가 바위 틈에서 성게를 발견하였습니다. 그 성게를 잡으려다 핸드폰을 바다에 빠뜨렸습니다. 그 핸드폰은 바닷물을 머금은 채로 아직도 우리 집 베란다 빨래걸이 위에 널려 있습니다.
장모님은 젊어서부터 일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24살에 결혼하신 후로 지금까지 새벽잠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하십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한 3천평 되는 밭에 감자와 당근을 키우시고, 겨울이면 남의 과수원에 감귤 따러 다니십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우유배달을 하십니다. 그동안 너무 과로하신 탓에 요즘 팔목 관절에 문제가 생겨서 고생을 하고 계십니다. 병원에 가서 진찰도 받아보고 X선 촬영도 해 보았는데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몇 달 전에는 아주 위험한 일도 있었습니다. 저희 부부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던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장모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낮에 감기 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었는데 그 때문인지 한 쪽 팔 다리에 힘이 없고, 양치질을 하려고 하는데 윗니와 아랫니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바로 장모님을 병원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MRI 촬영 결과 ‘뇌경색’이었습니다. 빨리 병원으로 모셨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더라도 큰일 날 상황이었습니다. 다행이 장모님은 일주일간의 입원치료와 약물치료만으로 완전히 회복하여 퇴원하셨습니다.
갑작스러운 일로 크게 놀라신 장모님은 지금까지 해 오시던 우유보급소를 정리하시고 이제는 농사일에만 전념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둘째를 돌보고 계십니다.
장모님에게는 소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한라산과 바다가 모두 보이는 경관 좋은 곳에 3층짜리 집을 짓고 온 식구들이 모여서 함께 사는 것입니다. 장모님의 소원을 이루는 데는 약간의 돈이 필요합니다.
현재 장모님에게는 그만한 여력이 없으시지요. 그 부족한 부분은 아무래도 저희 부부가 채워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저희 부부에게도 지금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일을 해야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장모님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으로 믿습니다. 경관이 좋은 3층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오손도손 정답게 살아가는 그 날이 반드시 오리라 믿습니다.
“장모님, 그 날이 올 때까지 항상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