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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요구한 <조선일보> 3일자 머릿기사.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 변화를 요구한 <조선일보> 3일자 머릿기사.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는 3일치 1면 머릿기사로 '여, 부동산-세금정책 개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신문은 노웅래 공보담당 원내부대표의 발언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노 부대표는 "선거결과에서 드러난 엄중한 국민의 뜻을 겸허한 마음으로 새기고 부동산 세금정책에 있어 민의를 가감없이 반영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같은날 '세금 거둘 때 두려워하고 쓸때 아껴써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실랄하게 비판했다. 이 사설에서 신문은 "열린우리당 몰락 원인 하나가 정권의 경제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라고 단언했다.

이어 "정권은 여유있는 사람의 멱살을 잡으면 없는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서울을 때려잡으면 지방이 좋아하고, 강남을 몰아세우면 강북이 박수라도 칠듯이 국민을 갈가리 찢어가면서 정책을 펴왔다"면서 "그 결과 없는 사람, 지방사람, 강북사람들이 더 아픈 매를 맞고 신음하는 세상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이 정권이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신문도 마찬가지다. <매일경제>는 2일치 1면 '지방선거, 문제는 경제였다'라는 기사에서 "부동산, 세금정책 실패로 지지층까지 이탈했다"고 전했다. 3면 해설기사에선 경제정책 결정 시스템을 두고 "개혁세력 입김 줄고, 정통 경제관료에 힘실릴 듯"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국경제>도 같은날 1면 '5.31쇼크... 여 '경제정책 바꿔라''라는 제목의 머릿기사에서 여당내 경제정책 기조 수정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주주로 있는 이 신문은 사설에서 "여당 살길은 기업 기살리기 뿐이다"면서,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를 강조하는 등 친기업적 성향을 그대로 내비쳤다.

바꾸자는 여당과 못 바꾼다는 청와대

경제정책의 수정을 놓고 여당과 정부사이의 논란은 예상된다. 이미 열린우리당내 고위 당직자와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정책 변화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주로 부동산과 각종 세금 관련 정책 등이다. 물론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반영한다는 이유다.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경제정책이) 달라져야 할 것 같다"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풀어줄 수 있는 경기진작책을 써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존 경제정책의 재점검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경제통'인 정덕구 의원은 "선거에 졌다고 기존 정책을 부정하면 또다른 실패를 낳을수도 있다"면서도 "면밀한 검토를 거쳐서 (정책 변화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부동산정책 등 정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저지 속에 부동산 관련 법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모습.
부동산정책 등 정부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정책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저지 속에 부동산 관련 법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모습.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반면 청와대를 비롯해 재정경제부 등 정부 쪽에선 경제정책 변화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도 정례브리핑에서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박 차관은 이어 선거 때문에 미뤄왔던 중장기 조세개혁 등 주요 정책을 추진해나갈것이라는 입장도 확인했다.

또 향후 정부 경제정책의 결정이 정통 경제관료 쪽에 힘이 실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분배중심의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동산 정책을 지휘한 김병준 실장의 퇴진이 상징하는 바가 있다"면서 "관료 출신인 권오규 정책실장과 윤대희 경제정책수석, 한덕수 경제 부총리 등으로 재편되면서 이 쪽의 입김이 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개혁, 양극화 해소 대책 등 표류 가능성 높아

물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까지 흔들릴 가능성까지는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마련된 부동산정책 등 주요 정책의 기본 방향이 흔들릴 경우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져, 오히려 역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이다.

재정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인 경제 방향까지 바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 "문제는 앞으로 남아있는 연금과 조세개혁 내용들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 임기 속에서 실제로 일할수 있는 시간은 1년도 안 남은 상황"이라며 "당장 6월 국회가 제대로 열릴 지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름 휴가로 여름을 지나면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어 각종 경제 정책들이 정치 이슈로 섞이면서 사실상 각종 개혁 정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후 정책홍보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오후 정책홍보토론회를 지켜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과제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연합뉴스 박창기
정부가 새롭게 시작하려는 세금정책은 이번달 안에 내놓을 중장기 세제개혁안이다. 세금합리화라는 명분이 있음에도, 결국 세금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는 부담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탈세를 막고, 세금을 내는데 형평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일부 계층에서 세금 인상의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이 자체가 조세형평을 맞춰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 중인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위해선 이번 세제개혁이 필요함에도, 여당에선 아직까지 제대로 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김윤상 교수(경북대)는 "열린우리당에 대한 개혁세력의 이탈 이유는 한나라당과의 차별성 있는 정책을 스스로 없앴기 때문"이라며 "그나마 참여정부가 과거 정부가 썼던 경기 부양책 등을 쓰지 않고 정책을 펼친 것은 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와 여당이 살 길은 개혁 지지층을 되돌릴 수 있는 일관성있는 개혁정책을 펼치는 것"이라며 "이들 지지층을 확보한 다음에 세련된 국정 운영을 통해 부동층을 흡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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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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