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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직하게 익은 '버찌".
먹음직하게 익은 '버찌". ⓒ 정연창
아파트를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많은 식물이 벌써 결실을 맺고 있었다. 짧았을 봄 햇살에 만족하며 무르익은 '버찌'. 높이 솟은 가지를 손으로 잡아당겨 잘 익은 놈으로 하나 따서 입에 넣었더니 신맛에 몸서리 쳐진다.

이른 봄 아파트단지를 온통 꽃밭으로 만들었던 벚꽃이 먹음직한 까만 열매로 새로운 유혹을 던진다.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보리밭.(화단에서 찍은 보리 합성)
고향을 생각나게 하는 보리밭.(화단에서 찍은 보리 합성) ⓒ 정연창
아파트 화단에 심은 보리가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보리냄새를 맞아보니 구수한 고향의 추억이 생각난다. 어려웠던 시절, 보리가 익어 가는 계절에 잠깐의 풍요로움을 선사하던 고마운 보리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 사진을 어릴 적 추억의 보리밭으로 그림을 합성해 보았더니 어릴 적 늘 흥얼거리며 부르던 가곡 보리밭이 생각나 노래를 불러본다.

보리밭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에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 놀 빈 하늘만 눈에 차 누나


아파트 척박한 환경에서 열매를 맺은 포도나무.
아파트 척박한 환경에서 열매를 맺은 포도나무. ⓒ 정연창
아파트 화단에 조그만 포도나무가 열매를 맺었다. 작은 포도나무는 돌보는 이 없이도 열매를 많이 열었다. 작년에도 열매를 많이 열어 보기 좋았었는데 포도가 익을 무렵 이이들의 호기심이 발동한 탓에 익은 모습을 보기 전에 다 따버려 아쉬움으로 남았던 포도나무다. 올해는 더 실하게 열매를 맺어 작년보다 일찍 아이들의 표적이 될까 걱정이다.

열매가 튼실한 매실.
열매가 튼실한 매실. ⓒ 정연창
이른 봄 일찍 화사한 꽃으로 사랑 밭던 매화가 가지가 휘어지도록 청매실 열매를 열었다. 아파트 주변에 산과 들이 가까이 있어서 공기가 좋기 때문인지 과일 나무가 열매를 많이 맺는다.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물로 서울 도심의 아파트에서도 풍성한 과실이 열려 우리에게 선물하고 있다.

며칠 전까지 창문을 못 열 정도로 극성이던 '하루살이'도 주변 환경이 살아나 생태계가 건강해졌기 때문에 생긴 것이란다.

그 동안 각 분야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공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결과, 서울 도심의 산과 들이 푸른 모습으로 강해졌고 나무의 생육도 활기차 보인다.

열매 형태만 보여주는 감나무.
열매 형태만 보여주는 감나무. ⓒ 정연창
어린이 놀이터 옆에 서 있는 감나무도 작은 열매를 맺었다. 여름이면 놀이터 아이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감나무다.

더운 여름에 이 감나무가 더 사랑 받는 이유는 감나무 아래 돗자리 펴고 지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할머니들의 '아지트'가 되기 때문이다.

짧았을 봄 햇살에도 만족스러워하며 튼실한 열매를 선사하는 식물들의 겸손함이 아름다운 것은 부족한 것에 만족하고 정리할 줄 아는 모습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작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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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름다운 사연도 많고 어렵고 힘든 이웃도 참, 많습니다. 아름다운 사연과 아푼 어려운 이웃의 사연을 가감없이 전하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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