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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동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학생들이 그리기 수업(왼쪽)과 블록놀이방을 이용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서울 면동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이 주목을 끌고 있다. 학생들이 그리기 수업(왼쪽)과 블록놀이방을 이용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 여성신문
[박윤수 기자]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면동초등학교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학교를 떠나지 않는다. 대신 교실을 옮겨 영어회화, 악기, 컴퓨터, 논술 등 다양한 강좌를 듣거나 영화와 교육만화를 즐기고 DDR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이 학교의 방과 후 학교 과정으로 운영되는 것들이다.

면동초등학교의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 열풍의 대안이 되는 동시에 지역 공동체 교육의 강화 효과까지 주고 있어 교육 관계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대부분 학교가 월수금반·화목금반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매일 오후 1시부터 5시 50분(방학 중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제공된다는 점과 취향에 맞게 골라 들을 수 있는 5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면동초등학교의 장점.

이는 방과 후 학교가 시작된 2003년 11월부터 담당 교사들로 구성된 '방과 후 교사 협의회'에서 수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학부모·학생들이 원하는 강좌를 선정했고 기수별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수정 보완해 온 결과다.

문학논술, 수리탐구, 영어회화, 원어민 영어 등 교과 관련 프로그램을 위주로 한 필수선택 프로그램과 컴퓨터, 악기, 로봇창의, 요가, 과학탐구 등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을 실시하는 자유선택 프로그램이 이곳의 방과 후 학교 과정의 큰 줄기. 숙제방, 영화나라방, 교육만화방, 퍼즐놀이방, DDR방, 노래방, 인터넷 게임방 등 다채롭게 꾸며진 보육프로그램은 학교가 끝난 후 갈 곳이 없는 맞벌이 부부 자녀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이다.

필수선택 과목은 교사가, 자유선택 과목은 각 분야의 전문 강사가 강의하며 보육사 자격증을 지닌 일반인이 보육프로그램을 맡아 아이들을 돌본다. 또한 커튼식으로 문을 설치해 교실이 수업에 따라 대형 교실로 변형이 가능한 것 등 면동초등학교는 학교 전체가 방과 후 학교를 위한 맞춤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수강료 제도도 눈길을 끈다. 필수선택 강좌와 자유선택 2강좌, 보육프로그램을 포함하는 12만 원짜리 기본형 외에 필수선택과 보육프로그램, 자유선택과 보육프로그램 등 맞춤형 선택이 가능하며 1강좌만 선택 시엔 2만5000원에 들을 수 있다. 수강료는 교재비와 자료비, 간식비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현재 2400여 명의 전교생 중 1300여 명(1인 1과목 수강 환산 시)이 방과 후 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오운홍 교장은 "지난해 방과 후 학교 연구학교로 지정됐을 때보다 올해 참여 학생 수가 더 늘었다"면서 "방과 후 학교 때문에 학교 부근으로 이사를 오는 학부모도 있을 정도"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오 교장은 "아이들을 학교 안에서 하루 종일 보호하는 방과 후 학교는 여성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1학년생인 딸 유혜림양을 논술강좌와 보육프로그램에 보내고 있는 주부 최미선(32)씨는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 강의를 들을 수 있고 학교에서 저녁까지 아이들을 보호해 주니까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안심이 된다"면서 "특히 아이가 보육프로그램을 재밌어하고 오락실이나 만홧가게 등 나쁜 곳에 갈 걱정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수리탐구와 원어민 영어 수업을 듣는 5학년 김정은 양은 "나를 잘 아는 선생님께 친한 친구들과 함께 배우니까 마음이 편하다"면서 "방과 후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수업시간에 나왔을 때 너무 기뻤다"고 얘기했다. 방과 후 수업을 들은 후 성적도 많이 올랐다고.

방과 후 학교부장을 맡고 있는 박영미 교사는 저렴한 방과 후 학교 수업과의 경쟁으로 주변 학원들이 수강료를 인하했다는 점을 방과 후 학교의 성과로 꼽았다. 면목동은 주변 환경상 저소득층이 많아 학원 수강이 어려운 아이들이 많은 지역. 이 학교에선 저소득층 아이 30명에게 수강료의 반액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는 "방과 후 학교를 통해 학교의 교육 기능을 강화하고 신뢰감을 높이는 부차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눈에 띄는 '방과 후 학교'들

서울 인헌중학교 - 지역 사회 '열린 학교' 추구
'강감찬 학교'라 불리는 관악구 봉천동 인헌중학교의 방과 후 학교는 인근의 초등 2개교, 중등 2개교와 연계해 운영한다. 학년 구분을 없앤 '무학년제'의 수준별 수업과 상위권 학생을 위한 심화학습과 특목고반, 영어체험마을 등 수준 높은 프로그램으로 화제다. 본교 학생으로만 제한하지 않는 '열린 학교'를 추구해 인근 20개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여들기도. '방과 후 학교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주민을 위한 영어교실도 실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전남 담양남초등학교 - 국제결혼 여성들 외국어 강사 활용
담양남초등학교는 전교생 600여 명 중 500명이 넘는 학생들이 방과 후 학교를 수강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은 곳이다. 특히 농촌 총각과 결혼한 필리핀과 중국 출신 여성들을 외국어 강사로 채용한 점이 화제다. 주변에 학원이 많지 않은 농촌 지역에서 다양한 예체능 교육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지역 특색을 살린 대나무 공예와 판소리 강습은 도청에서 무료로 지원한다.

부산 장안고등학교 - 온라인 시스템에 평생교육 프로그램까지

장안고등학교는 학원이 부족한 도시형 농어촌 학교의 특성을 살려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40여 개 수준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통해 97년부터 4년제 대학 진학률 100%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자체 개발한 방과 후 학교 온라인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수준에 맞게 수강 신청이 가능하다. 또한 YMCA 위탁으로 운영하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와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된다.

마산 호계중학교 - 인근대학 결연으로 예비교사 실습기회도

호계중학교는 경남대와 마산대 등 주변 대학과 결연을 하고 사범대생 및 졸업생, 교육대학원생 등을 활용한 34개의 '수준별 맞춤식 교육'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언니, 오빠를 만들어 주고 대학생들에게는 교육 실습의 기회를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 특히 경남대학 시설을 활용한 승마반, 마산 MBC가 지원하는 영상미디어반, 경남대 교수가 지도하는 영재반은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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