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강북 도심 재개발을 위한 동대문운동장 철거와 공원화 계획이 강한 암초를 만났다.
전국노점상총연합(전노련)은 8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1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국노점상대회를 열고 "동대문운동장 철거는 운동장 안의 900여 노점상과 청계천 일대에서 장사하고 있는 수천 명의 노점상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며 "강력한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필두 전노련 의장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는 동대문 풍물시장(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고 노점상들을 단속하겠다는 막말을 하고 있다"며 "전국의 100만 노점상들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격렬한 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오세훈 당선자의 장밋빛 '강북도심 부활 프로젝트'가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오 당선자는 5·31 지방선거에서 2만5000평의 동대문운동장을 헐고 그 자리에 공원과 패션문화센터를 짓겠다고 공약했다.
심호섭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의장은 "보수 정치권은 뉴타운 개발 공약을 남발하여 노점상과 빈민들을 도심 바깥으로 내쫓으려 한다"면서 "대책 없는 강북 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뉴타운 사업의 원거주민 재입주 비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
전노련은 전국의 노점상 현황과 각 지자체의 대응상황을 실태 조사하여 노점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기구 구성을 정부와 각 지자체에 요구했다. 또 강제철거법으로 불리는 행정대집행법 개악안 철폐를 주장했다.
이날 정치연설을 한 박경석 빈곤사회연대 공동대표는 "오세훈 당선자는 자기가 서민이라고 했지만, 이는 민중을 속여 권력을 잡은 뒤 서민을 억압하고 죽이기 위한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이제 모든 권력은 사회적 약자와 나눠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 단결해서 투쟁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전국노점상대회에는 신석준 희망사회당 대표, 민주노동당 경기지사 후보자였던 김용한씨,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상임의장,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문경식 전농 의장 등 진보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방한 중인 국제노점상연합 엘비스(Elvis Chishala) 사무총장도 자리를 같이했다.
대학로에서 집회를 마친 6000여 명의 시위대는 "노점탄압 박살내고 노점생존권 쟁취하자" "동대문운동장 철거 계획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종로3가를 거쳐 을지로 입구까지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한편 서울시장 직무인수위 대표들과 전노련 대표들은 이날 오후 4시40분께 오세훈 차기 서울시장 사무실에서 만나 노점상 대책 실무팀을 꾸리기로 합의했다. 실무팀은 서울시와 인수위, 전노련 관계자 각 5명으로 하고 12일 첫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