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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지구촌의 큰 축제인 월드컵이 드디어 개막됐다.
중앙아시아의 한 가운데인 이곳 키르기스스탄에는 약 500여명의 교민들이 살고 있는데, 만나는 교민들마다 한국 대표팀이 펼치는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고 문의를 해 온다.
나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YTN위성안테나와 KBS가 나오는 안테나를 설치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KBS WORLD'라는 국제방송만 잡힐 뿐 한국의 정규 KBS 방송은 나오지 않는다.
YTN은 24시간 뉴스전문 방송이라 매시간 주요 경기소식만을 뉴스로만 전해줄 것이고, 아리랑방송은 이런 해외동포들의 열망은 아랑곳하지 않고 요리, 국악, 퀴즈 맞추기, 전자오락 게임하는 방송만을 내보낼 것이다.
그 비싼 위성 사용료를 내는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교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더구나 월드컵을 계기로 700만 해외동포들이 더더욱 하나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다면 방송 편성을 달리해야 할 것이다. 이런 기회는 정말이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회가 아니겠는가.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CIS지역에 약 50만 고려인들과 해외교민들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대표팀의 경기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언제까지 소외된 지역의 재외동포로서 살아야만 할까'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월드컵 중계료'라는 금전적인 다소 복잡한 문제가 있다손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해외에 나와 있는 교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기주의적인 생각일까?
이제부터 밤마다 400여개나 되는 각국 위성방송을 일일이 체크해야 할 판이다. 남의 나라 위성방송에서 한국전을 중계해 줄 리는 없는 줄 알면서도….
아니면 비싼 인터넷 사용료를 내면서 한국전을 시청해야 할 것인가? (CIS지역은 인터넷 환경도 열악하지만 사용료 또한 종량제이기에 요금이 엄청 비싸다.)
국내 항공사들은 비행 중에도 고객 서비스를 위해 중계방송을 하고, 북한마저도 한국정부의 지원으로 이번 월드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월드컵 시청에 관한 한 북한동포보다 못한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교민들이다.
700만 교민들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 나는 이미 지난 2월에 '재외동포재단'과 '카자흐스탄 한국대사관'에 키르기스스탄 교민들과 우리 동포들이 대표팀의 월드컵 경기장면을 시청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건의한 적이 있다.
700만 민족이 하나되는 계기이고, 500여 교민들이 하나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믿었기에 말이다.
잘 산다는 대한민국, 글쎄? "'카레이' 방송은 우찌 축구를 안하오?"라고 묻는 고려인 2세의 질문이 한국 정부의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해외동포정책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