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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토론의 모습
패널토론의 모습 ⓒ 김재호
'이공계 기피 현상'이 이젠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됐다. 이공계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회의를 느끼고 있는 실정이고, 그 결과 고등학생들은 점점 의대나 법대 쪽으로 몰리고 있다. 한국의 수재들이 전부 의사나 검사가 된다는 한탄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공계인력 육성·지원 및 대학교육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재양성 종합토론회’가 지난 8일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과학기술부 과학기술혁신본부 주최로 개최됐다.

임상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은 82%이고 그 중 이공계 졸업자는 40%에 달하지만 양적으로만 성장했을 뿐 기업들이 재교육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창의적 인재양성은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역설했다.

먼저 임승순 한양대 공과대학장(한국공과대학장협의회 회장)이 ‘창의적 핵심 과학기술자 육성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그는 한국 과학기술 인력 현황에 대해 "양적인 측면에서는 인재 강국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는 국가기술 공황기"라며 "연구원은 넉넉하고 투자도 많은데 국제적 성과는 미흡하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세계적 수준의 인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 학장은 IMD보고서 자료를 인용하여, 유자격 엔지니어의 가용성은 36위, 대학교육 수준 47위, 교육에 대한 공공투자 39위, 교육시스템 44위라고 밝혔다.

임 학장은 이와 같은 원인으로 평준화 교육을 지적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사회철학의 원칙이 잘못 해석되어 ‘모든 사람은 그 능력과 재주가 같다’고 인식된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몫이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야 한다고 잘못 생각한다.

그는 창의성 발현의 3가지 요소로 내적동기, 지식과 경험, 창의적 사고를 제시하며 창의적 인재들은 "폭 넓게, 깊게 배운 후 자발적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에 현재 "199개 대학원에 약 12만명의 대학원생이 있고, 대부분의 대학이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가용 자원의 제약으로 모든 대학의 창의적 연구 수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교육·연구·사회봉사 등의 기준을 설정하여 유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렸다.

이어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류지성 박사가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이공계대학교육혁신 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류 박사는 대학교육 혁신의 전략방향 설정 원칙으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 수요지향적 공학교육을 통한 혁신 ▲ 공과대학 유형별 특성화를 통한 전략적 접근 ▲ 산업·대학·정부간 긴밀한 연계 ▲ 지역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혁신인력의 양성.

류 박사는 "이공계 석박사의 실업률이 9.8%(1997년)에서 16.6%(2003년)로 올랐다"며 "국내 4년제 공대 중 73.9%가 박사학위를 수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임 학장과 마찬가지로 대학 특성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 성장산업을 견인할 Top-Class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MOT(기술경영, management of technology)와 기술융합대학원 등 기술인력양성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미국은 1950년대에 이미 MOT교육을 시작했고, 일본의 경우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한편 그는 정부의 재정지원방식이 연구중심대학에만 집중되면 안 된다면서 미들 업다운(Middle Up-down)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들 업다운 관리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전략으로서 중간관리자가 핵심역할을 한다. 즉 최고관리층과 실무작업층을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는 "민간(대학, 기업) 주도로, 연관사업별 집단화(Grouping) 및 연계로 사업을 구분하고, 사후평가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류 박사는 산학연계 조직 강화를 위해 ‘산업별 인적자원 개발협의체(SC, Sector Council)의 활성화를 해결방안’으로 제시했고, ‘산업계의 니즈(수요) 발신력 강화를 위해 대학에 대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요구하는 등 기업의 수요를 즉시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패널토론에서는 먼저 KAIST 박성주 테크노경영대학원 원장이 "부전공 제도, 공동 강의, 다분야를 섭렵하는 교수의 강의 등 융합형 교육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특히 "삼성과 현대가 내놓은 1조 8천억으로 산업계 현장의 경험을 교육계에 들려주는 데 쓰는 건 어떠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고 말했다.

경상대학교 하영래 연구산학협력지원본부장은 "이공계 정원감축과 이공계의 정책적 블루오션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산기협) 허현회 상임이사는 "재교육에 소요되는 기간과 비용은 대기업이 1인당 평균 7.4개월에 2,406만원, 중소기업이 6.2개월에 1,241만원으로 조사됐다"면서 "산업현장에서 대학이 양성해주기를 바라는 인재는 응답기업의 88.1%가 융·복합 지식을 갖춘 이공계 인력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학교 한송엽 명예교수는 ▲ 공과대학 졸업생이 갖추어야 할 자질과 능력 분석을 위해 한국공학교육인증원과 섹터카운실(SC)의 공동 작업 ▲ 공학교육에서 실험과 설계교육 강화를 위해 실험과 설계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의 보충 ▲ 고급 계측장비와 공작기계 마련을 위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계교육 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했다.

(주)퓨어셀파워 신미남 대표(국가과학기술위원회 민간위원)는 "기업들은 자기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화 대학 특정학과의 재정 지원 및 커리큘럼 공동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재단 이 번 국책연구단장은 "학연이나 지연에 얽매인 순수혈통이 아닌 잡종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사이언스타임즈(www.sciencetimes.co.kr)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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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 과학 및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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