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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순 송파구청장 당선자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거주하고 있는 구민이자 세 살 먹은 아이의 아빠입니다. 뒤늦게나마 진심으로 당선을 축하합니다.

요즘 업무 인수에 바쁘실 텐데 다소 부담스러운 내용으로 편지를 드리게 되어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여성부의 전신인 정무2차관을 지내셨고 서울 최초의 여성 구청장인 당선자님이 앞으로 송파구의 여성, 보육 정책을 만드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이런 편지를 띄우게 됐습니다.

올해 송파구로 이사오기 전에는 다른 구에 거주했습니다. 저희 아이는 신혼집이었던 그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태어난 지 세 달 남짓 지날 무렵부터 아토피 증세를 앓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 저희는 의사를 만나고 책과 인터넷을 살피며 아토피 치료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정보를 수집한 결과 아토피 치료를 위해서는 좋은 공기와 바른 먹을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직장을 두고 있는 저는 좋은 공기를 위해 서울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는 먹을거리나마 바르게 주기 위해 참 애를 많이 썼습니다. 두 배의 가격을 주고 유기농을 사 보기도 하고, 모든 음식에 조미료를 넣지 않는 것은 물론 아기에게는 가공식품을 절대 먹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행위가 유별난 게 아니라는 걸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의 부모라면 모두 알 것입니다. 부모 때문에 좋은 공기를 누릴 수 없다면 최소한 먹을거리라도 신경 써 주는 것이 아이에 대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올해 송파구로 이사 오면서 아이는 부모 품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아내가 다시 직장에 나가게 되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합니다. 다행스럽게 아내의 노력으로 아이의 아토피 증세가 조금 나아진 상태라 비교적 마음 놓고 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구립 어린이집의 순번을 기다리던 저희는 정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나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습니다. 바로 구립 어린이집 26개소의 6월 메뉴를 본 후부터였습니다.

▲ 송파구립 어린이집 6월 공통 식단
ⓒ 신승렬
▲ 송파구립 어린이집 6월 공통 식단
당선자님, 이곳에 송파구 구립 어린이집들의 6월 급식 메뉴를 올립니다. 형광펜으로 표시한 것은 모두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입니다. 휴일을 제외한 25일 중 총 25회에 걸쳐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인스턴트 식품이 아이들 급식으로 제공되더군요. 하루 하나 꼴인 셈입니다. 과자가 거의 대부분이고, 그 외 만두, 소시지, 미니 햄버거 등 인스턴트식품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1일 식비 1800원도 안 돼 그렇다지만...

송파구청에 전화를 해 보니 하루 식비가 18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재정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그러나 송파구와 인접한 성동구에서는 아동 한 명당 매달 1만원씩을 유기농 급식을 위해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송파구의 재정자립도와 세수가 서울의 다른 구에 비해 현격히 떨어진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어린이집에 대한 지원은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의 관심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유기농까지는 바라지 않겠습니다. 구내 어린이집의 급식에서 인스턴트 가공식품이 사라질 수 있도록 구청에서 조치해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바람이 너무 사치스럽고 현실을 도외시한 요구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영순 송파구청장 당선자님, 저는 당선자님이 여성이고 여성정책을 담당하셨던 분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릅니다. 여성으로서 누구보다 육아의 고통을 이해하고 여성과 아이들에게 보탬이 되는 정책을 펼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당선자님께서 취임 후 우리 송파구 어린이들이 좋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좋은 정책을 펼 것이라 기대하며 이만 줄입니다. 구청장님의 성공적인 취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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