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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대구시 S구에 있는 M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다가 이상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학교 내에 동편 교실 뒤편과 남편 운동장 끝자락에 각 한 개씩 고압송전탑이 두 개가 서 있고, 양쪽을 연결하는 고압선이 운동장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 M초등학교에는 운동장 동편과 남편에 각 고압철탑이 있고 양자를 연결하는 고압송전선이 운동장을 가로지르고 있다
ⓒ 정학윤

▲ 운동장 동편에 있는 고압철탑 하단부.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출되어 있다. 장미가 핀 곳이 학교 담장이다
ⓒ 정학윤

▲ 남편 운동장 끝에 있는 고압철탑 하단부. 사정은 동편과 동일하다.
ⓒ 정학윤
고압선이 지난다면, 학교용지 지정 보류했어야

M초등학교처럼 이렇게 학교 위를 고압선이 가로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초등학교 내에 세워진 고압철탑과 고압선이 운동장을 가로지르게 된 과정을 찾아보았다.

▲ ① M초등학교를 지나는 고압송전탑은 48번 49번인데 M초등학교를 지나기 직전 송전탑인 50번이 서 있는 S동 276-8번지의 등기부를 보면 1992년 10월 23일자에 전기공작물(철탑 및 송전선)의 건설과 소유를 원인으로 한, 지상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지상권을 설정해두었다. 지상권자는 대구시로 되어 있다.
ⓒ 정학윤

▲ ② M초등학교 학교부지 토지 등기부를 살펴보면 1995년 7월 28일 협의매수를 원인으로 하여 대구광역시(소관청 교육감)로 토지의 소유권이 이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동소 지상에 1997년 2월 22일 교사가 준공되고 동년 3월 3일 24학급으로 개교를 했고, 건물의 보전 등기는 1998년 6월 27일에 이루어졌다.
ⓒ 정학윤
위 ① ②를 비교해보면 M초등학교를 지나가는 고압철탑은 1992년 10월 이전에 있었거나 설치계획이 있었으며, 이후 3년이나 지난 1995년 7월 이전에 학교용지로 지정되거나 부지매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M초등학교의 홈페이지에 의하면 그로부터 2년 후인 1997년 3월에 학교를 완공하여 개교했다). 고압선이 지나가는 아래인 줄 뻔히 알면서도 학교용지로 매입한 것이다. 아울러 학교 공사는 고압송전선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대체 누가 이런 무감각한 결정을 한 것인지 이해되지 않을 따름이다.

M초등학교의 용지구입 시점인 1995년 7월 28일 이전에 고압송전선과 관련한 인체유해성 논란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전탑의 유해성에 대하여 수많은 논쟁이 있었음에도, 고압송전선이 지나가는 부지를 학교용지로 지정하고 구입한 정책담당자들의 판단 근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의문이다.

M초등학교 일대는 신도시 지역이다. 얼마든지 고압선을 피해서 학교용지를 지정하는 방어적인 선택이 가능했던 시간과 토지들이 있었음에도 개발 차익이라는 경제논리의 변방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자투리 토지를 학교용지로 불하한 것은 아니었을까?

고압선 지중화 및 이설계획

M초등학교의 상급기관인 00교육청에서 전력국에 질의한 결과, 2008년까지는 지중화가 실행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투입되는 재원을 조달하기가 만만치 않아서 실행여부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하였다.

▲ 아이들이 잘 보이도록(?)해서 고압철탑에 붙여둔 빛바랜 경고판. 사진 안에 있는 노란색 등은 원래 경고판의 색깔이다. 색깔이 더 선명하게 나타나긴 했지만 비교해 보았다.
ⓒ 정학윤

▲ 고압선이 지나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다. 몇 명의 아이들에게 "저 것(고압선)이 무엇인 줄 아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그저 "전기줄이다"라는 말만 들었다.
ⓒ 정학윤
이설 작업이 시작될 때까지 아이들은 유해성 논란의 끝나지 않은 송전탑 아래서 공부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아야 한다. 이 아이들이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압송전선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

고압송전선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관련하여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벨상 심사기관인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공식논문으로 채택되어 발표된 페이칭 보고서(Feyching, 1992년 스웨덴)는 전자파 해성을 지적한 대표적인 논문이다. 이 보고서는 고압송전선 40~70m내에 살고 있는 17세 이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서 상당히 우려스러운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의 반향은 상당하였고, 스웨덴 정부는 주택가 인근의 고압송전선을 대대적으로 철거하는 계기가 된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분야에서 국내 권위자인 명성호 박사는 <서울신문> (2006년 3월 21일자)등 각종 매체에서 전력설비의 유해성 논란은 심리적이고 추상적이거나 과학적인 판단이나 근거 없이 과장되어 알려진 바가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전기연구원이 주관기관이 되고 명성호 박사의 주도 아래 꾸려진 '극저주파 전자계 안전성 평가 및 저감 실증기술개발팀'은 전국 152개 지역에 대한 역학조사를 통해 '전력사용량이 많은 지역에서 소아암 등 질병발생률이 증가 되지 않았다'라는 구체적인 중간 연구결과를 2004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어떤 것이 옳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이고 지속적인 연구과제로 남아있는 부분이다. 문명의 이기인 전력설비에 대하여 맹목적인 혐오감을 가지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고, 이전의 연구 데이터에 근거해서 안심하라고만 주장하는 것 또한 무리가 있는 현실에서 차분하게 연구결과를 기다리고 검증하면서 전자파 유해성논란을 지켜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다만 아무리 유해성 논란과 관련하여 합리적인 태도를 견지한다손 치더라도 M초등학교의 아이들이 위험해 보이는 고압선 아래에 뛰어놀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따름이다. 논란의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더라 해도 적어도 아이들의 안전은 먼저 생각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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