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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남편이 정자부족으로 불임이라는 진단을 받았어. 더 기가 막힌 건 이번 건강진단에서 성병까지 발견됐다는 거야. 결혼 전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신중하게 다시 생각했을 거야. 그동안 남편의 성병 때문에 아기가 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울분이 솟아올라.”

결혼 3년차 주부인 김진희(29·가명)씨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 했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초조한 마음에 불임검사와 종합건강검진을 받아 본 결과 남편에게서 정자부족증과 성병이 발견된 것. 오랜 기간 연애를 했기 때문에 결혼 전 따로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후회가 된다고 한탄했다.

김씨처럼 뒤늦게 후회하지 않기 위해 결혼 전에 상대방의 건강 상태를 체크해보는 종합건강검진 교환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나 결혼하는 커플들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오래 연애를 한 커플보다 적기 때문에 함께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 결혼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강검진은 건강한 임신과 출산,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비부부들이 받는 건강검진은 종합병원과 동네 진단방사선과 어디에서나 가능하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의 기본적인 건강 수치에서부터 5대 암과 심장질환, 뇌질환까지 한꺼번에 검사받을 수 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결혼 전 검진’이라고 밝힌 뒤 예약하면 검진에 필요한 비용과 항목들을 간단하게 소개받을 수 있다.

종합병원에서는 ‘결혼진단서’라는 이름의 건강검진 상품을 따로 판매한다. ‘결혼진단서’는 일반 기초의학검사, 전염성 질환(성병, 간염, 에이즈, 결핵 등) 여부, 만성병에 대한 조기검사, 영양정밀분석, 상담을 실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기본검사 항목은 의학문진, 영양문진, 신체혈압문진, 혈액검사(빈혈, 염증, 간 기능, 신장 기능, 갑상선 기능, 간염, 성병, 에이즈, 당뇨, 고지혈증), 소변검사(신장염, 당뇨), 대변검사 등이다. 가격은 25만~30만원선.

특히 여성은 산부인과 검사(자궁경부암, 유방암, 임신반응검사)를 통해 기형아 출산이나 유산을 예방하는 항목이 추가된다. 일부 병원은 흉부 X선 촬영을 통한 결핵 검사도 포함한다. 결핵 환자가 임신을 하면 치료가 힘들고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예비부부가 체크해야 할 건강검진에 대해 짚어 본다.

■ 신부가 받아야 할 검사

풍진 항체 여부 확인과 예방접종이 중요하다. 풍진은 비교적 가벼운 병이지만 임신 중 풍진에 걸리면 자칫 기형아를 출산할 수도 있다. 풍진 항체가 없다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 풍진에 감염됐을 때 기형아를 낳을 확률은 임신 1개월 이내는 약 50%, 3개월 이내는 20% 정도이다.

혼전 성경험이 있다면 성병 검사도 빼놓지 말아야 할 항목. 여성이 매독에 걸리면 아기도 선천성 매독이라는 심각한 질환을 갖고 태어난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신부라면 간염 검사도 필수다. B형 간염은 배우자에게 전염되거나 임신부는 태아에게 수직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간염 항체가 없다면 예비신부·신랑 모두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치과 검진도 필요하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변화로 세균이 폭증하게 돼 잇몸이 붓고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잇몸질환, 충치 등은 미리 치료 받는 게 좋다. 특히 임신 중 치과 진료는 유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 치과 치료를 끝내고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치주질환이 있는 임신부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저체중 미숙아를 낳을 확률이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케일링 등 치아위생 관리도 치과 검진 시 받도록 한다. 자신의 혈액형을 재차 확인하는 것도 잊지 말자. 뜻하지 않게 분만 시 수혈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미리 혈액형을 확인하고 혈액 이상 유무를 판별해야 한다.

■ 신랑이 받아야 할 검사

예비신랑의 경우 무엇보다 결혼 전 성병 진단이 필수다. 남성의 성병은 남성불임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전염돼 자궁과 난소 등에 염증을 일으켜 치명적인 불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혼 전 배우자의 성병 감염으로 인해 불임 판정을 받는 부부들이 적지 않다”며 “건강검진에서 성병이 발견되면 결혼 전에 꼭 치료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비임균성 요도염, 임질 등은 소변 검사로, 매독과 에이즈 등은 혈액 검사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전립선염은 컴퓨터 사용 등을 이유로 장시간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20·30대 사이에도 급증하고 있다. 갑자기 소변 횟수가 늘어나거나 소변 시 통증이 있다면 전립선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립선염이 심해지면 성기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에는 즐거운 성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발기부전이나 조루, 음경만곡증 등 부부관계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질환 치료도 권장되고 있다.

한편 결혼 후 빨리 아이를 갖고 싶은 사람은 결혼 전 정액 양과 정자 수, 정자 운동성 등을 관찰해 정액 정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평소 심한 코골이로 수면장애를 앓아왔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평소의 수면 습관이나 수면 문제 등을 정확하게 검진해볼 필요가 있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은 낮 졸림증, 기억력 감퇴, 업무능력 감소, 고혈압, 심장병 등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달콤한 신혼의 밤을 방해하는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음주나 흡연을 즐겨왔던 예비신랑이라면 위 투시나 간 초음파를 통해 위염, 위궤양, 지방간, 간염 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복한 결혼을 위해 건강 점검은 필수죠"
평등부부 김경희·이지훈씨가 말하는 건강한 결혼생활

뒤돌아보면 결혼 준비에 필요한 크고 작은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중 우리 부부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부분인 ‘건강 확보’를 위해 투자했다. 결혼 한 달을 앞두고 미루고 미뤘던 산부인과와 치과에 다녀왔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산부인과에 가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미혼의 신분으로 산부인과에 들락거린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한 달째 미루기만 했다. 그러나 용기를 냈다. 예전에 캐나다에 잠시 머무른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 기혼여성이 임신하기 1년 전부터 산부인과에 다니며 임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임신 계획과 출산을 사전에 꼼꼼히 준비하겠노라고 다짐했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래의 우리 소중한 아기를 위해서 최소한의 준비와 노력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결혼을 앞둔 상황과 출산 계획에 대해 의사에게 설명하고 임신과 출산에 문제가 없을지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여의사를 찾아갔는데도 막상 검진을 받으려니 부끄럽고 민망했다. 조직검사 등을 의뢰하고 풍진 면역체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혈액 채취도 했다.

당연한 일인지 다행인지 내 상태는 양호해 보인다고 했다. 병원에 다녀온 후 지훈씨를 만나 가족계획을 의논하며 결혼하고 이듬해 봄이나 여름쯤 아기를 갖기로 했다. 다음 날은 학교 구내 치과를 찾았다. 결혼 준비에서 자신의 건강 전반을 체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기에 산부인과에 이어 치과를 방문해 스케일링과 함께 치아 전반을 검진 받았다. 미루었던 산부인과, 치과 진료를 마치고 나니 행복한 결혼 생활에 한 발 가까이 다가선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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