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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내기 패션 1
ⓒ 정일관
경남 합천 적중면의 대안학교인 원경고등학교에서 자연 친화 교육의 하나로 지난 13일, 모내기 체험학습을 가졌습니다.

지리산을 다녀온 후 바로 이어진 체험학습이긴 하지만 때를 놓칠 수 없는 교육이라, 화요일 특별활동 시간을 이용하여 전교생과 전 선생님이 일제히 모내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학교 뒤에 있는 실습 논을 이용한 체험학습을 해오곤 하였고, 올해는 지리산 종주 등반으로 약간 미루어졌지만 어김없이 아이들을 이끌었습니다.

아이들은 맨발로 논에 들어가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지만 그렇다고 교육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 몸으로 체험을 해보아야 그러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으며 농부님들과 자연이 하는 일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모내기 패션 2
ⓒ 정일관
초여름 오후의 강렬한 햇살은 우리 아이들에게 또한 경계 대상입니다. 때마침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토고와 첫 경기를 치르는 날이라, 아이들은 응원을 위해 미리 지급한 붉은 악마 스카프를 이용해 다양한 패션으로 무장했습니다. 햇살과 자외선을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요. 그런 모습들도 재미있는 볼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 모내기 시범을 보고 있는 아이들 모습
ⓒ 정일관
▲ 모판의 부직포 떼어 내기
ⓒ 정일관
아이들은 운동장 가에 마련된 무대에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시범을 보고 배운 다음 곧장 실습 논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들어가지 않으려고 쭈뼛거리거나 버티려고도 했습니다.

특히 경험이 없는 1학년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더군요. 그래서 3학년부터 과감하게 논에 들어가게 해 차례로 아이들을 논에 들여보냈습니다.

▲ 논으로 들어가기 전, 논두렁에 아이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 정일관
▲ 올챙이같이 어설프기만 한 1학년 아이들입니다.
ⓒ 정일관
▲ "그래도 모내기 할 만 해요." 여유로운 2학년 여학생들.
ⓒ 정일관
선생님 두 분이 못줄을 잡고 모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2, 3학년들은 한두 번 해본 적이 있지만, 도시에서 한 번도 모내기를 하지 않아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1학년 아이들에게는 첫 경험이지요.

오뉴월 하루 땡볕이 무섭다고 한 번 경험이 있는 2, 3학년들은 대체로 여유 있게 모내기를 하였지만 1학년들의 어설픈 몸짓들은 마치 올챙이 같았습니다.

못줄을 따라 심는데도 줄을 못 맞춰 삐뚤삐뚤했고, 모를 뜯는데도 늦어서 못줄이 기다려야 했습니다.

▲ 못줄에 따라 일제히 모내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구부린 등. 협동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 정일관
▲ 아름다운 뒷모습
ⓒ 정일관
그러나 논의 중간쯤을 심어나가자 어느 정도 손에 익숙해진 것 같았습니다. 차츰 속도가 일정해졌고, 갈수록 빨라져서 남은 모들을 금방 다 심을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앞에 있는 논바닥에만 모를 심지만, 여럿이 함께 협동하면 한 줄이 심어지는 이치를 아이들이 깨달은 것 같습니다.

모내기를 하는 도중 논물에 들어온 붕어나 올챙이를 잡기도 하고 거머리에게 물렸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 모두가 다 소중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3학년 아이들은 이제 다시는 모내기할 일이 없다며 학창 시절 마지막 모내기를 환호하였지만 앞으로 어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아이들은 논에서 다 나와 학교에서 준비한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잘못 심은 모나 뜬 모를 교장 선생님께서 정리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 놓은 모내기 작품은 앞으로 햇빛과 바람과 비, 그리고 손길이라는 인연을 만나 가을에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심은 대로 거두는 인과(因果)의 이치는 참으로 적실하니까요.

▲ 아이들의 손으로 만든 멋진 작품 하나. 심고 거두는 인과의 묘리가 저 속에 담겨 있습니다.
ⓒ 정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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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의 작은 대안고등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시집 <느티나무 그늘 아래로>(내일을 여는 책), <너를 놓치다>(푸른사상사)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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