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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5월 사망한 남편을 묻고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망월동을 떠나는 상복차림의 한 여인.
80년 5월 사망한 남편을 묻고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망월동을 떠나는 상복차림의 한 여인. ⓒ 조태용 기자
정상회의 참관차 행사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낯선 이방인들의 모습과 낯익은, 그러나 어두운 한국의 모습들을 담은 사진들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상념에 잠긴 모습도 눈에 띤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폭력과 학대에 노출된 '거리 어린이들'의 옹호자 브루스 해리스, 친척들의 죄를 갚기 위해 처녀들을 사당으로 보내 강제노역을 시키는 '트로코시'의 희생자이자 반대자인 가나의 줄리아나 도그바드지 등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각국 인권운동가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해외 인권운동가들의 사진에는 그들의 얘기가 적혀있다. 국적과 얼굴이 다른 만큼 그들의 사연 또한 다르다. 그러나 관람객은 이내 알아차린다. 시공은 다를지라도 그들은 한 길을 개척하고 있었고, 그 길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는 것을.

전시된 국내 사진들에서는 한국의 인권현실이 선득하게 다가온다. 고인이 된 문익환 목사와 황인철 변호사를 비롯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 한국 최초 여성 노조지부장 이총각씨, 15년째 일본 대사관 앞에서 수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종군위안부 할머니, 80년 5월 광주에서 사망한 남편을 묻고 형언할 수 없는 표정으로 망월동을 떠나는 상복차림의 한 여인.

과거 군사독재 정권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민주주의를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이지만, 수많은 영정 사진을 앞에 두고 앉아 있는 민족·민주열사와 의문사 가족들, 매향리 폭격장과 대추리 벌판에 서 있는 농민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을 본다면 우리가 자화자찬 하고 있는 한국의 민주주의의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이들 사진들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역시 여전히 개척해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검색대에 갇힌 인권 사진전

▲ 출입 비표를 검사하는 검색대 뒤로 인권 사진전의 구호인 '진실을 외쳐라' 플래카드가 보인다.
ⓒ조태현 기자

지난 9일부터 개최된 인권 사진전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관람을 제한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사진전은 김대중컨벤션센터 안에 마련됐지만 노벨평화상수상자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지난 15일부터 3일동안 사전 등록을 통해 출입 비표를 받은 사람 외에는 이곳 출입이 전면 차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권과 평화정착에 대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행사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인권 사진전 관람을 기회를 막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컨벤션센터 출입 통제에 대해 행사 주최측인 광주광역시 관계자는 "전직 국가원수 등 요인들의 경호 문제 때문에 부득이하게 통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진전이 행사 개최 전부터 열렸고 3일간만 출입 통제를 하게 돼 관람기회가 크게 차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상회의 소식을 접하고 행사장을 찾은 광주 시민이 출입 비표를 요구하는 검색대에서 되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돼 대중과 유리된 행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 이승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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