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어떤 할아버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제게 상담을 하러 오셨습니다. 그 할아버지께서는 "우리 아이가 활달하고 똑똑한 줄만 알았더니, 아이들이 초콜릿을 가져오지 않으면 때린다며 다섯 개씩이나 사 달라고 합니다. 큰 아이들만 왕따가 있는 줄 알았더니, 요즈음 아이들은 유치원에서도 이런 일이 있네요"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 상표의 초콜릿이 너무 먹고 싶어 할아버지께 그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이 아니라서 안도는 했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때문에 거짓말까지 해야 하니 보통 큰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과 과자는 떼놓기 어려운 친구 사이입니다. 정말 떼어 놓기 어려울까요?
현장 학습을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가방 가득 간식을 가져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음료수나 과자는 엄마가 정성껏 싸 준 도시락이나 과일을 밀어냅니다. 아이들은 점심도 먹기 전에 "과자 먹어도 돼요?" 여러 번 묻곤 합니다. 심지어는 "점심을 다 먹은 친구만 후식을 먹을 수 있어요"라고 엄포를 놓는 담임 교사와의 실랑이도 목격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엄포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탕이나 과자에 빠져듭니다. 야외 활동이라도 나가는 날이면 쓰레기 봉투로 가득 채워진 과자 포장지나 껍데기를 볼 수 있습니다.
"너희들이 한 번 야외 나올 때면 과자 장사 돈 벌겠다"는 이야기는 단지 우스개소리가 아닙니다. 각양각색의 포장만큼이나 다양한 과자나 사탕에 현혹되지 않으면 어린 아이가 아니겠지요.
우리 유치원에는 아토피가 심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가려서 먹어야 하는 음식도 많으니 유치원에서 준비한 간식과 별도로 준비를 해 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별도로 가져 온 엄마의 정성이 든 간식을 두고도 다른 아이들이 먹는 음식을 부러워합니다. 아토피가 심해 긁어야 하는 몸도 문제지만 얼굴까지 가려워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습니다.
과자의 유해성 논란을 뒤로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우리 주변에서 주식보다 간식을 더 찾는 아이들을 봅니다. 유치원을 방문하시는 학부모님이나 손자가 친구들과 지내는 모습을 보러 오셨다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유치원 친구들 주라고 가져오시는 선물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달콤한 빵입니다.
그 흔한 일상에서 저는 많은 고민을 해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커피를 끊을 수 없듯 아이들도 과자를 먹지 않기가 어려울 겁니다. 오늘도 막대 사탕을 들고 좋아하며 가는 아이 뒤에다 대고 한마디 해 봅니다.
"이 썩으면 어떻게 하나?"
"치카치카하면 돼요."
천연덕스럽게 답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칭찬이나 격려하려고 주는 사탕이 혹 아이들에게 해가 될까 염려됩니다. 이미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신세대 부모의 견해가 유치원에서 먹지 말라고 지도하는 것에 어려움이 따르는 현실입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나 사탕, 인스턴트 음식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게 할 수 있을지 늘 숙제를 안고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