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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다리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있는 우검파씨
자유의 다리에 전시된 사진들을 보고 있는 우검파씨 ⓒ 김혜원
월드컵 한국대 토고전이 열리던 지난 6월 13일. 남편 친구인 중국인 우검파씨의 초청으로 시내 모 호텔에서 열리는 중국 산동성 제남시에서 마련한 사업설명회를 참관했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우씨는 그런 자신과 또 다른 중국인들의 모습을 한국인 친구에게 보이고 싶었던 모양이었습니다.

제남시 시장의 인사말로 시작한 사업설명회의 첫 인사는 6월 12일 있었던 호주와 일본의 월드컵경기였습니다.

“어제 일본과 호주의 경기를 보았습니다. 일본이 3:1로 졌습니다. 한국국민들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축하합니다. 오늘 열리는 한국과 토고의 경기 역시 한국이 승리하길 기원합니다.”

일본의 패배에 대해 한국인인 우리보다 더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이 이상해 우씨에게 물어보니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은 한국 사람들의 그것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우씨는 한국의 독도문제나 중국의 다오위다오 문제, 고이즈미 일본총리의 신사참배 등을 예로 들며 주변국의 영토를 넘보는 일본을 자신들은 적국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더불어 중국과 한국이 좀 더 강성해지면 오만방자한 일본의 태도가 달라지지 않겠느냐며 보다 강한 한국을 위해서 한반도의 통일을 기원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지만 바쁜 공무로 다른 일을 볼 수 없었다는 우씨는 평소 판문점과 전쟁기념관을 꼭 가보고 싶었다며 안내를 부탁합니다. 왜 하필 그 곳이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은 개인적으로 남과 북의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며, 북한 쪽에서도 판문점 인접한 지점까지 다녀온 바가 있으니 남한 쪽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2003년 중국 공산당원으로 북한 방문

철조망 너머 북한땅이 궁금한 우검파씨
철조망 너머 북한땅이 궁금한 우검파씨 ⓒ 김혜원
지난 2003년 중국 공산당 고위당원으로서 북한을 방문했었다는 그에게 북한의 어떤 모습을 보았느냐고 물어보니 실제로 가보면 알려진 것에 비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개성 쪽 농촌 민가에도 들러보았는데 사는 건 넉넉지 않아 보였지만 사람들은 참 순박하고 착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남한 여성들은 화장을 짙게 해 본래의 아름다움이 잃어버리고 꾸며진 것 같은 인상을 받곤 합니다.”

남북이산가족찾기 방송을 보면서 자신도 많이 울었다는 그는 더 이상 한반도에 가슴 아픈 이산의 슬픔이 계속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분단이나 통일이라는 말이 너무 익숙해서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본 일이 없는 저는 중국인의 과도한 관심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6월 16일 우리는 임진각을 방문했습니다. 우씨가 바라던 판문점 방문은 예약이 필요한 절차를 잘 몰랐던 관계로 무산되고, 그 대신 방문이 용이한 임진각과 통일전망대를 가보기로 한 것입니다.

우씨는 자유로로 접어들며 철조망이 쳐진 군 작전지역이 눈에 보이자 흥분을 감추지 못합니다. 우리는 예사로 보아왔던 철조망이 그에 눈에는 예사로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텔레비전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 중이라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이런 철조망과 초소를 보니 분단국가의 긴장감이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별로 우려를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여 이상합니다.”

그는 정말 한반도의 전쟁을 우려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북한의 미사일발사 뉴스에 대해서는 별다른 위기감을 가지지 않고 오히려 며칠 뒤 열릴 월드컵 프랑스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한국인들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입니다.

신문이나 방송 그리고 국민적인 관심이 온통 월드컵에 쏠려있는 지금의 분위기를 보면 그가 그렇게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나 역시 미사일발사 뉴스에 대해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고 하니 더욱 놀랍다고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분단이라는 현실과 북쪽의 다양한 정치공세를 오랜 시간 접해 내성이 생긴 때문이라는 것을 그에게 설명할까 하려다 그만둡니다. 그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속한 통일을 기원…국민들 행복하고 평안하길"

태극기 위에 한반도 통일 소망을 적고 있는 우씨
태극기 위에 한반도 통일 소망을 적고 있는 우씨 ⓒ 김혜원

임진각을 방문한 중국인들은 곳곳에 설치된 군 초소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거리도 되지 않는 가까운 곳에 이 같은 분단의 현장이 있다는 것이 신기한 듯 연신 사진을 찍어대다가 결국은 초소를 지키던 군인들에게 제지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같은 시간 임진각을 방문한 여러 그룹의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니 그들 역시 아주 신기한 듯 철책선 넘어 멀리보이는 북한 땅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자유의 다리 끝에 다가선 우씨는 철망에 끼워진 소망 쪽지들의 의미에 대해 묻습니다. 철조망에 끼워진 쪽지는 이산가족들의 그리움과 한은 물론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의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원으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내용을 전해 듣고 감동한 듯 잠시 생각에 잠긴 우씨는 철망에 매달린 태극기 위에 뭔가를 적습니다.

“祝韓朝早日統一 人民幸福安康 (한국의 조속한 통일을 기원합니다. 국민들이 행복하고 평안하길 바랍니다.)"

그 뒤에 개인적인 중국인의 소감이라 서명까지 합니다. 임진각과 통일전망대 방문을 마치고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가는 동안에도 남북한의 분단과 그에 따른 군사적 긴장관계에 대해 지나칠 정도의 관심을 보이는 그에게 무엇 때문에 그렇게 남의 나라 상황에 관심을 보이느냐고 물으니 한국인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친구로서의 관심과 애정이라고는 하지만 자격지심 때문인지 그의 과도한 관심이 다소 불편하기도 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습니다. 출국을 앞둔 그는 중국의 짧은 속담을 들어 인사를 대신합니다.

“중국속담 중에 집 안 일은 밖으로 드러내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밖으로 소문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남북한이 한 형제이니 서로 화해하지 못할 일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형제가 하나 되어 남북이산가족상봉 같은 슬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작별의 인사를 하고 공항을 나서는 순간에도 공항에 설치된 텔레비전화면에서는 월드컵 소식과 함께 북한의 미사일발사 소식이 짧은 뉴스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나라 한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우검파씨.
친구의 나라 한국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는 우검파씨.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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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아줌마가 앞치마를 입고 주방에서 바라 본 '오늘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한 손엔 뒤집게를 한 손엔 마우스를. 도마위에 올려진 오늘의 '사는 이야기'를 아줌마 솜씨로 조리고 튀기고 볶아서 들려주는 아줌마 시민기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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