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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다음달 말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한·미·일 3국은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1999.7.9)
북한이 다음달 말 대포동 2호 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한·미·일 3국은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1호의 모습.(1999.7.9) ⓒ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약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혹은 인공위성)을 발사한다면, 이는 한국의 대북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과 대북지원에 불만을 품어온 부시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이들 사업의 축소, 혹은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것이다. 또한 한국이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적인 참여를 압박해올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고 남북관계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 남북관계가 사실상 김영삼정부 시기로 후퇴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남북관계라는 지렛대의 상실로 이어져, 이후 조성될 한반도의 불확실한 미래에서 한국의 입지는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는 북한이 실제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든 말든, 포괄적인 협상을 준비해 이를 제안할 필요가 있다. 포괄 협상의 골자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 및 북미·북일관계 정상화의 교환이다. 이를 골자로 미해결 상태로 남은 북한의 위조지폐 제조·유통 의혹 및 일본인 납치의 합리적인 해결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군사용'으로 단정해도 되는가?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장거리 미사일'로 일컬어지는 북한 로켓체의 성격 규정부터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미일 양국과 국내외 언론은 이를 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해당하는 '대포동 2호'로 명명하고 있지만, 이는 일방적인 성격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북한의 로켓체 프로그램도 핵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이중 용도'의 속성을 갖고 있다. 3단계로 구성된 로켓체의 상단에 탄두를 달면 미사일, 즉 '군사용'이 되는 것이고, 인공위성을 달면 '평화적 이용'에 해당된다. 물론 군사용이 되기 위해서는 ICBM 개발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재진입이란 탄두가 지구 궤도를 비행하다가 대기권으로 다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고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발사한 소형 인공위성 광명성1호를 지구 궤도에 올려놓는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의 '숨은 의도'가 미사일에 있더라도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것은 국제법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 1967년 제정된 우주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조약(Outer Space Treaty)에서는 주권 국가들의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북한이 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국제법적인 제재 근거는 희박하다. 현재 미사일 관련 국제조약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유일한데, 북한은 이 조약의 가입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북한의 '인공위성'에 대한 집착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위성은 구실에 불과하고 장거리 미사일 확보가 북한의 본질적인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3단계 로켓 기술이 기본적으로 '이중 용도'이고 북한이 대미 억제력 및 외교적 지렛대 확보를 동시에 노려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각이 잘못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면만을 본 것이다.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할 가능성은 있지만, 인공위성까지 포기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1999년~2000년 북미간의 미사일 협상 당시 미국은 북한에게 장거리 미사일 포기를 요구했고, 북한은 자체적인 인공위성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고, 미국은 자신의 주선 하에 대리로 인공위성을 발사해줄 수 있다는 절충점에 거의 도달한 바 있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자료사진). ⓒ 백악관 홈페이지

부시행정부의 총체적인 실패

기실, 또 다시 불거진 '북한 미사일 위기설'은 한반도 문제의 '순환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로 일단락 되었던 것으로 보였던 북핵 문제는 대북 강경 성향의 부시 행정부가 등장하면서 2002년 10월 재발되었다.

1999년~2000년 북미간의 협상으로 거의 해결 단계에 진입했던 미사일 문제 역시 MD 구축을 위해 '위협'이 필요했던 부시 행정부 등장과 함께 좌초되고 말았다. 그리고 8년 후 부시 행정부에 절망감을 느낀 북한은 다시 미사일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교롭게도 핵과 미사일 문제의 재발 주기가 8년으로 똑같다.

북한의 선택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러한 현실은 부시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총체적인 실패로 귀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시행정부는 미사일 위협을 근거로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했고, 이들 국가의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예방적 선제공격도 가능하다는 '부시 독트린'을 채택했다.

그러나 부시의 이러한 극단적인 군사적 일방주의는 대량살상무기 확산을 방지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부채질하고 말았다. 북한은 이미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탄도미사일 능력도 꾸준히 개선시켜왔다. 이란 역시 북한의 뒤를 따르고 있다.

부시행정부는 대량살상무기가 없는 이라크를 침공해 '대량 학살'을 저지른 반면, 정작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한 북한과 이란에 대해서는 '악의적인 무시'로 일관하다가 이들 국가의 대량살상무기 능력을 키워준 것이다. 이는 외교는 없고 군사력만 신봉한 부시행정부가 자초한 것이기도 하다.

대타협을 향하여

부시행정부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부시행정부는 북미간의 대결 상태가 지속되면, MD 구축을 비롯한 군비증강 및 미일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소탐대실이다.

부시행정부가 끝까지 대북한 비타협주의를 고수해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는 탈냉전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최대 실패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부시행정부가 군산복합체의 잇속을 챙겨주기에 앞서 역사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 해결로 가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다. 북한을 '활용'이나 '제거'의 대상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의 대상으로 보면 된다. 진정 북한이 핵무기와 ICBM을 보유하는 것이 걱정된다면, 협상을 통해 주고 받으면 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미국은 대북 테러지원국 및 경제제재를 해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며, 국교를 수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남북한에 큰 혜택을 베푸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필요에 따라 엉뚱하게 한반도를 분단시킨 역사적 과오를 치유하는 길이자, 동맹국인 한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할 수 있는 확실한 동맹전략이자,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위협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안보 전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무현정부의 대외정책은 보다 치밀하고 대담해질 필요가 있다. 물론 북한과는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같은 민족이자 미국과는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의 처지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 AP/연합뉴스
이러한 딜레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국이 '문제 해결 지향적인 외교'를 펼치는 것에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과 북미·북일관계 정상화라는 대타협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핵심적인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일본이 이와 같은 포괄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미국과 일본이 진정성을 보인다면 대타협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북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이 타협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이들 국가는 '북한 미사일 위협론'을 한껏 부풀려 MD를 중심으로 한 동맹강화에 나서고, 북한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제재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련국들에게 포괄 협상을 강력히 요구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미일 정부와 갈등이 일어날 수 있지만, 이는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포괄 협상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방치하자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명분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포괄협상을 제안하는 것은 해법을 공론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미일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시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언급하고 있지만, 국제법적으로 제재의 근거가 희박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이에 동의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설사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에 돌입하더라도,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파국의 시작'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협상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마침 미국 의회에서도 협상론이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 가운데 한 명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핵과 미사일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한 고위급 대북정책 조정관의 임명을 요구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북미 직접 대화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포괄 협상을 제안하게 되면, 미국 내 협상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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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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