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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6월이다. 모두가 월드컵에 환호하는 6월. 그러나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그 축제의 한 켠조차 끼어들 수가 없다. 생계비조차 빠듯한 월급으로는 월드컵을 즐기는 것조차 사치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노동자들에게는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서 드는 비용과 정신적 여유가 없다. 6월은 최저임금 노동자들에게는 생명줄이 재조정되는 시기다. 지난 15일부터 최저임금위원회의 전원회의는 시작되었다. 이번에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내년 한 해 동안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생명줄이 된다. 올해의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인상 요구액은 87만7800원.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이다.

20일 12시. 여의도에는 때 아닌 붉은 물결이 넘실거렸다. 최저임금노동자들이 그들만의 월드컵을 준비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바로 최저임금 현실화 투쟁이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월드컵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여성노동자들.

▲ 박자에 맞추어 외친다. 최저임금~ 짜짜짝짝짝, 팔십칠만~ 짜짜짝짝짝, 칠천팔백~짜짜짝짝짝, 쟁취하자~짜짜짝짝짝
ⓒ 전여노조
▲ 최저임금 87만7800원 쟁취를 위한 꼭지점 댄스.
ⓒ 전여노조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팔십칠만, 칠천팔백, 쟁취하자"를 박자에 맞추어 외치며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대학에서 청소일을 하는 최저임금 노동자 허성임씨의 가계부를 보자.

▲전기요금 3만원 ▲수도요금 1만1000원 ▲전화요금 3만원 ▲도시가스 4만원 ▲보험료 2만 ▲쌀값 6만원 ▲부식비 20만원 ▲경조사비 5만원 ▲남편진료비 20만원 ▲남편 용돈 5만원 ▲본인 약값 및 용돈 5만원 등, 총 74만1000원이다. 대부분 교통비와 약값으로 충당되는 용돈…. 피복비와 문화비라는 항목은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다.

허씨는 주44시간 최저임금인 70만600원과 월차수당, 연차수당을 합해서 74만5800원을 받고 있다. 그나마 특근이 있는 부서를 자원해서 5만원 정도를 더 받고 있지만 4대 보험료를 떼고 나면 75만원정도의 돈이 수입의 전부이다.

심지어 오는 7월에 새로 계약할 때 만일에 주40시간을 하게 되면 시급이 3100원으로 계산되어 임금이 64만7900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최근 이런 식의 편법이 횡행하고 있다.

▲ 최저임금 87만7800원은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요구다.
ⓒ 전여노조
목원대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는 신영숙씨의 한 달 월급은 61만4110원이다. 신씨는 처음 학교에 들어왔을 때 주44시간 꽉꽉 채우면서 55만1000원을 받았다. 하지만 보험이다 뭐다 다 떼고 손에 들어오는 것은 50만원 정도. 그러다가 여성노조를 만나게 되었고 최저임금이 70만600원이고 여태껏 학교와 용역회사가 돈을 떼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학교와 용역회사를 상대로 끈질기게 싸워 분회도 결성하고 투쟁 끝에 못 받았던 최저임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산 넘어 산이라고 2006년 계약이 문제였다. 최저임금 지켜야 하고 월급 올려줘야 하니 근무시간을 주35시간으로 대폭 줄여버린 것. 그럼에도 고용자들은 최저임금 3100원이 아니라 3150원으로 계산했다고 선심 쓰듯 말한다.

근무시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업무양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일의 양은 똑같은데 시간이 줄어들어서 결국 힘은 2~3배로 든다. 제 시간에 퇴근하라지만 누가 대신 해주는 게 아니니 다음날 할일만 많아진다. 제시간에 퇴근하면 학교에서는 청소 제대로 안했다고 난리를 치기 일쑤다. 결국 일하는 시간은 예전과 같고 임금만 줄어든 셈이다.

▲ 안동대에서 일하는 최저임금 노동자 민동희씨
ⓒ 배진경
국립안동대에서 일하는 민동희씨. 2005년에 학교와 면담하여 2006년에 인상되는 최저임금 인상분을 용역예산에 반영하라는 요구를 해놓았지만 실제로는 반영되지 않았다.

노동조합에서는 이에 항의하며 학교와 용역 회사에 공문을 보내고 임금협상과 체불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집회를 여러 차례 했다. 그제야 겨우 회사와 협상을 하게 되었지만 회사의 안은 최저임금에도 미달되는 기본급 59만원에서 시작됐고 교섭을 거듭해도 작년에 비해 임금을 올리기는커녕 깎자고 하였다. 사측은 그 이유가 최저임금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는 용역 계약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 인천법원에서 청소미화원으로 일하는 권순하씨
ⓒ 전여노조
인천법원에서 일하는 권순하씨. 법원의 경우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예산설계를 하고 있다. 법원은 해마다 청소용역 금액 설계 시 용역금액을 동결하거나 최저임금 인상률도 보장되지 않는 5%미만의 한자리수로 거의 체결되어 왔다.

2006년의 경우에도 전국의 법원이 청소용역단가를 동결시켜버리는 바람에 대부분의 법원미화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인천법원의 경우 전국여성노조의 문제제기가 있자 최저임금 인상액을 감안하여 적은 금액이나마 단가를 높이는 노력을 하였으나 최저임금 인상율 9.2% 에도 훨씬 못 미치는 6% 인상에 그쳤다.

▲ 최저임금골대를 향해 87만7800원, 슛!
ⓒ 전여노조
이처럼 각자의 절절한 이야기를 토해내면서 그들은 자신만의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골대를 향해 87만7800원이 골인되기를 바라며 힘찬 슛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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