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7일,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가 열렸던 김대중컨벤션센터 로비에서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우리 일행쪽으로 아프리카 전통의 화려한 색상 복장과, 머리수건을 한 그리고 생각보단 훨씬 젊어 보이는 흑인여성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왕가이 마타이박사를 비롯한 일행들과 가벼운 인사를 하고 사전 약속된 기자인터뷰를 끝내고 마침내 기다려온 이야기 나눔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의 공동의장, 중앙 사무총장에서부터 새로 활동을 시작한 새내기 활동가 등 20여명이 함께한 자리는 국적은 다르지만 같은 가치와 신념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온 사람들이 동료애를 느끼기엔 충분했다.
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주요 활동내용과 역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우리 단체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반핵, 댐반대, 새만금갯벌 등 갯벌보전활동, 기후보호 그리고 국제연대활동 등. 특히 아시아권의 환경운동 및 시민운동의 지원 활동 등을 중심으로 소개 했다. 한정된 시간이므로 가능한 왕가리 마타이박사의 말을 많이 듣기 위해 주로 질문을 하고 답을 듣기로 했다.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본인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은 개인의 상이 아닌 환경운동이 세계평화를 만들어가는 구체적 실천이며 이런 활동을 하는 모든 일들에 내린 상"이라는 의미부여로 말을 시작하였다.
그가 1977년부터 펼쳐온 나무심기운동-그린벨트 운동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됐다. 나무심기를 통해 훼손된 밀림을 되살리게 됨으로써 기상재난에 대한 대비, 토양유실 방지 등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또 가난한 케냐여성의 일자리까지 함께 만드는 성과가 있었던 것. 왕가리 마타이 박사는 "이렇게 환경보전과 빈곤퇴치가 함께 맞닿아 있다"며 "적극 그린벨트 운동을 펼쳐나가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본인의 조국 케냐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현재 케냐를 넘어서 아프리카 전역에 35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고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나무심기가 뭐 그리 어려운 일인가'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케냐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배경을 보면 한 여성을 중심으로 펼쳐온 이 운동은 엄청난 일이며 또 험난한 과정이었다.
"환경이 나아지면 주민의 삶도 나아진다"
우리 선배 활동가들도 그랬겠지만 '구속과 가택연금, 폭행 때론 목숨까지 담보해야 할 이런 일들을 지속하게 했던 근본적인 힘은 무었이었냐'는 질문에, "환경이 나아지면 주민의 삶 또한 나아진다는 확신과 신념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먼 나라의 환경운동 후배 동료들에게 그런 믿음과 신념을 가지라는 당부와 그런 믿음은 꼭 좋은 결과를 이끈다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아나바다'운동과 비슷한 일본에서 본 모타이에나이 운동을 소개하며, 순환형사회를 만드는 시민적 실천(본인의 고향 아프리카의 나무심기가 시민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한 풀뿌리운동차원에서 행해진 것처럼)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강조한다.
미국의 기후보호를 위한 교토의정서 비준거부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올해 12월 케냐에서 열리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한국의 환경연합이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1시간 밖에 여유가 없어 가볍게 만나지만 다음에 우리 환경연합이 초청할 것이니, 꼭 방문해 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손가락을 걸며 약속을 했다.
한 시간여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은 공감과 함께 앞으로 함께 해야 할 과제도 나누는 자리였다. 이미 자리를 잡은 그분의 그린벨트 운동은 늘 새롭게 계속 될 것이며,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그 가치는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그 뜻과 가치를 이미 함께 하고 세계의 모든 환경운동가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또한 지구촌 녹색평화를 위해 계속해서 뛸 것이다.
| | 왕가리 마타이는 누구? | | | |
| | ▲ 환경운동연합 김혜정 사무총장과 함께 활짝 웃고 있는 왕가리 마타이 박사. | ⓒ환경운동연합 | | 1940년 녜리(Nyeri)에서 태어난 왕가리 마타이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생물학 석사학위를 받고 독일에서 2년간 수학한 뒤 1971년 케냐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나이로비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6년 첫 여성 교수가 된다. 1977년부터는 평생의 역작이라 할 수 있을, '그린벨트운동'을 시작한다.
숲을 지킴으로써 사막화를 방지하고 아프리카의 가난에서 벗어나자는 대단히 실천적인 이 운동은 나중에 아프리카 전역에 3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에 이른다. 2002년 케냐에서 독재정권이 물러난 뒤에 왕가리 마타이는 환경·천연자원·야생생물부 차관으로 임명되었으며, 1980년대 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올바른 생활상, 페트라 켈리상, 골드만 환경상, 노벨평화상 등 3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 또 예일대학 등에서 명예박사 학위들을 수여 받기고 했다.
현재 왕가리 마타이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그린벨트운동을 이끌어가는 인물로서 활동하면서, 무장해제관련 유엔사무총장 자문위원회 위원, 제인구달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 여성환경개발기구(Women's Environment and Development Organization), 케냐 국립여성심의회 등 여러 단체에서 인권과 환경 문제에 몸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 | | | |
*이 글은 광주환경운동연합 최지현 환경정책팀장이 쓴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더 자세한 내용은 광주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http://kwangju.kfem.or.kr/)나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오늘 서울은 참 많은 비가 내렸네요. 지금은 왕가리 마타이 박사가 환경연합 활동가들에게 선물로 주신 맛난 차를 마시면서 아프리카의 향기에 흠뻑 취해 있습니다. 나무들의 어머니, 왕가리 마타이 박사님의 '환경과 세계 평화'에 대한 마음이 차의 향기에 담겨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