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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사진은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 오마이뉴스 김연기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나 주택을 가지고 있으면서 새롭게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21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을 비롯한 4대 시중 은행들은 지난 6월 초부터 주택담보대출 승인을 엄격히 하고 있으며 대출도 매우 제한적으로 해주고 있다. 또 지난 19일부터는 아예 신규 담보대출을 거의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해당 은행들은 이같은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6월 말까지 신규 가계 담보대출 중단하라" 통보

이들 은행들의 신규 대출 중단은 주로 서울과 경기도 등 주로 수도권 일대의 주요 지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하나은행 한 지점 여신담당자는 "지난 16일 오후 갑작스럽게 지점장으로부터 '6월 30일까지 신규 가계 담보 대출을 일체 중단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갑작스러운 대출 중지가 말이 되느냐'고 따져봤지만, '은행장의 직접 지시'라는 이야기가 돌아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은 본점 차원에서 최근 각 영업점 지점장들에게 대출 중지를 담은 사내 메일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히 보안을 요구하는 사안의 경우, 공식적인 형태의 문서가 아닌 사내 메일 형식으로 띄우는 경우도 있다는 것.

경기도 안산의 하나은행 관계자도 "대출을 총괄하는 본사 부서에서 대출 중단을 담은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파트나 주택 소유자들이 새롭게 대출을 신청하더라도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담보대출 중단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우리은행이나 신한 등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홈페이지 주택담보대출 코너
하나은행 홈페이지 주택담보대출 코너 ⓒ 하나은행
실제로 신한과 우리, 국민은행의 수도권 일부 지점에서 신규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는 김진원(대학교수, 가명)씨는 지난 6월 중순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국민은행 쪽에 5000만원의 대출을 신청했다. 지난 16일께 대출 승인이 났다는 은행쪽의 연락을 받고 20일 은행을 찾아갔지만 승인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김씨는 "은행 쪽에서 구체적인 이유도 말하지 않고, 갑자기 대출 승인이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해왔다"면서 "인근 우리은행에 찾아가 문의를 해봤지만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신규대출 갑작스런 중단, 왜?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사진은 각 은행 로고.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최근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사진은 각 은행 로고.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과거에 아파트나 주택 소유자에게 주어지든 금리 혜택도 없어졌고, 이에 따라 전반적인 대출금리도 올라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미 상반기에 은행이 목표로 한 대출이 거의 다 소진됐기 때문에 가능한 6월 중으로는 (신규) 담보대출을 하지 않는 방향으로 잡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같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단은 신한, 국민은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은행 사이에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자, 은행권을 상대로 신규 대출 억제라는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 당국에서 상위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주택담보대출 실태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면서 "가계 담보대출이 계속 늘어나고, 정책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대출 규제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장이 금감원에 가서 대출과 관련해서 각서에 도장을 찍고 왔다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면서 "지난 금요일(16일) 오후부터 일일 보고 형식으로 대출금액이 얼마인지 위로 보고가 되고 있으며, 은행 입장에서 이는 감사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 계약해서 중도금을 내기 위해 담보대출을 신청했던 고객들로 부터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항의를 듣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가계 담보대출 중지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은행들 쉬쉬... 감독 당국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

물론 이같은 대출 중단에 대해 은행들은 공식적으로 언급을 꺼리고 있다. 우리은행 쪽도 "주택담보대출이 전보다 크게 늘지는 않고 있지만 중단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오승욱 우리은행 부부장은 "지난달까지는 은행자산을 늘리는 차원에서 대출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정책을 했었다"면서 "6월 들어 은행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위해 대출 상품 판매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을 뿐 대출을 중단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도 은행의 신규 담보대출 중단은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의 은행감독 관계자는 "은행들의 담보대출에 대한 부분은 전적으로 자율적으로 결정되는 사안으로 감독 당국이 개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을 둘러싸고 과당,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감독 당국으로서 이같은 경쟁이 자칫 은행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은행 건전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를 잘 관리하라는 지도는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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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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