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지난 19일 오전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을 공포했다. 그리고 당일 오후 2시부터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현 정부는 국민을 너무 무시하고 있다. 아무리 요식행위라도 어떻게 먼저 추진을 발표하고 공청회를 나중에 할 수가 있는가? 정부가 공청회를 정책강행을 위해 국민을 들러리 세우는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책 결정전에 졸속으로 열리는 공청회도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하물며 이미 공포된 후 열리는 공청회라니. 교육부의 대담함과 뻔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혁신 그 이상이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혁명이라 할 만한 변화를 몰고 온다. 공교육 체제 내 학교의 운영을 마치 학원처럼 민간에 위탁하고, 공적 교원 체제를 해체하며, 공모교장에 의한 자율 경영이 가능하도록 공교육 체제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일단 시범 운영 후 확산시켜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공영형 혁신학교 모델을 우리 공교육의 미래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가히 초중등 부문 국공립학교의 유사 민영화라 할 만하다. 이미 국립대법인화로 고등교육 부문에서도 민영화를 꿈꿔왔던 정부는 대한민국 공교육 체제를 완전히 해체할 셈인가?
공영형 혁신학교는 비평준화지역에선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자립형사립고가 등록금이 비싸기 때문에 서민을 위해 공영형 혁신학교를 만든다는 정부는 혁신학교에 지원되는 돈은 어디서 마련할 셈인가? 그 돈도 결국은 학부모, 국민의 부담 아닌가. 국민 다수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지원되어야 할 돈이 혁신학교로 편중 지원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류 입시학원 공영형 혁신학교에 서민의 아이들은 결국 갈 수 없을 것이다. 학생선발을 할 비평준화 지역에선 초등학교, 중학교에 혁신학교 입시열풍이 불겠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서민은 소외된다. 국가가 부유층이 다니는 일류 입시학원을 위해 서민의 돈을 갈취해 이른바 학교운영 주체를 배불리겠다는 것이다.
평준화 지역에선 선지원후배정 방식이라고 하는데, 일반 학교에 지원되어야 할 돈을 한 학교에 몰아 일류 입시학원을 만들어 놓고, 추첨으로 아이들을 뽑겠다는 모순된 정책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까?
일단 공영형 혁신학교가 제 궤도에 올라서면 선발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공영형 혁신학교는 결국 교육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대되는 기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권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소비자는 물론 부자들 뿐일 것이다.
결국엔 공모교장도 학생을 선택하려 하게 된다. 서울대가 학생 선발권에 목을 매는 것처럼 공영형 혁신학교 운영을 위탁받은 주체나 공모교장도 자신들의 경영성과를 평가받고 보다 큰 지원을 받기 위해 학생 선발권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보다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을 변별하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결국 언제나 그렇듯이 학업성적이 우수한 아이들은 모두 부잣집 아이들일 것이다.
아니 심지어는 학업성적이 우수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부잣집 아이들이면 선택이 되는 일이 벌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중학교 등급제 같은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중학교간 차이를 현실화하라는 공세가 시작되고 결국 국가는 중학교서열화도 획책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이런 식의 체제를 모든 학교로 확산시킨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공영형 혁신학교라고 모두 일류 입시학원이진 않게 될 것이다. 그땐 다른 학교들도 모두 입시학원으로 변하게 될 테니까, 학원사장(공모교장, 위탁법인)의 경영역량에 따라 혁신학교들 사이에 서열이 형성된다.
그 서열의 기준은 학생들 성적과 상위학교 진학율, 그리고 규모가 될 것이고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학교'와 '교육'은 사라지게 된다. 국민의 세금지원으로 배를 불리는 입시학원들만 남게 될 것이며 국민은 지금의 입시지옥을 초월한 고통의 신경지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엄청난 정책을 추진하면서 요식적인 공청회 몇 회만으로 국민과의 논의 절차가 끝났다고 할 것이 뻔한 교육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을 들러리로 아는 것이 참여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태도인가? 공교육을 해체하는 것이 참여정부의 국정 지표인가?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을 지금이라도 멈춰야 한다. 퇴장이 얼마 안 남은 참여정부는 더 이상 역사에 오명을 남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