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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보전 내부 천장과 독특한 용조각 장식.
내소사 대웅보전 내부 천장과 독특한 용조각 장식. ⓒ 최병윤

쉴새없이 달려와 새벽길 끝에 만난 호남수퍼.
쉴새없이 달려와 새벽길 끝에 만난 호남수퍼. ⓒ 최병윤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한참을 달려온 나는 줄포나들목을 통해 줄포에 먼저 도착했다. 줄포는 부안군과 고창군 사이의 곰소만에 있는 작은 면소재지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 내소사를 갈 경우 들리게 되는 곳이다. 나는 시내에 있는 ‘호남수퍼’의 간판에서 “호남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듯한 남도 사람의 넉넉한 인상을 받았다.

봄날, 조금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도착한 내소사 입구에는 이른 아침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로 붐빈다. 가람의 입구인 일주문 앞으로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내소사 스님들과 마을 사람들이 당산제를 함께 지낸다고 한다. 이 할머니 당산나무는 내소사 안에 있는 할아버지 당산나무와 함께 짝을 이룬다.

일주문을 지나면 500~600 미터의 전나무 숲길을 걷게 되는데 내소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숲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아침 전나무 숲길은 참 상쾌하다. 코끝으로 스미는 침엽수 특유의 강렬한 향이 그렇고 비교적 한적한 숲길을 걸을 수 있다는 축복이 그렇다. 또한 내심 내소사를 만나게 되는 마음 떨림이 그렇다.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지나 내소사 가는 길은 상쾌함이다.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지나 내소사 가는 길은 상쾌함이다. ⓒ 최병윤
전나무 길이 울창한 숲속을 거닐듯 마음의 때를 씻으며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준다면 천왕문 앞에 펼쳐지는 느티나무 길은 고목의 정취와 함께 아늑함을 연출한다. 마치 부처님의 품안으로 다가서는 과정을 묘사라도 하듯 말이다. 이 느티나무 길은 전나무 길이 끝난 후 다리를 건너 시작되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펼쳐진다.

다리 아래로는 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다리를 건너면 넓은 공간 가운데로 느티나무길이, 왼쪽으로는 대나무 숲이 있으며 높게 부도밭이 펼쳐진다. 코와 마음을 자극하는 전나무 길을 지나 그 여운이 가시지 않은 나는 느티나무길 옆 의자에 앉아 내소사의 봄을 느낀다. 사아악 사아악 대나무 숲의 이야기를 듣고, 조르륵 조르륵 계곡의 이야기를 듣고, 소리 없이 찾아오는 봄날 이야기를 듣는다.

오붓한 느티나무길이 펼쳐진다.
오붓한 느티나무길이 펼쳐진다. ⓒ 최병윤
다른 가람에서는 보기 드물게 사천왕문 주위로 얕은 담장이 둘러쳐 있다. 안과 밖의 세계를 구분하고 있는 기능성을 주되 높지 않아 안을 살짝 엿볼 수 있도록 넉넉한 심성을 보여준다. 하긴 일주문이건 사천왕문이건 사람들이 그 문을 통행해야 문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어느 가람에 가면 문을 통하지 않고 다른 길로 가람에 들어서도록 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보는데 그런 연유로 담장을 쌓았는지도 모르겠다. 사천왕문을 지나면 이제까지와 달리 내소사의 전각들이 넓게 펼쳐져 있다. 전나무 숲길과 느티나무 길을 지나 사천왕문을 지나서면서 넓게 펼쳐진 해탈의 세상의 보게 되는 것이다.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일순간 많은 전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천왕문을 들어서면 일순간 많은 전각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 최병윤
내소사(來蘇寺)는 원래 소래사(蘇來寺)였으나 언제부터인가 이름이 바뀌어 내소사로 불리게 되었다. 이름이 바뀐 내력에 대한 여러 설이 있으나 확실한 것은 없다. 내소사에는 고려 시대의 동종이 걸린 범종각, 주춧돌의 높이와 모양이 일정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봉래루, 삼층석탑, 대웅전 등이 능가산을 병풍삼아 자리 잡고 있다.

요즘의 가람들을 보면 주위 전각과는 조화는 고려하지 않은 채 웅장하고 화려하게 전각을 짓거나 수리하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내소사에서 만큼은 그런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필요한 만큼만 가꾸거나 사용하고 주위 풍경을 해치지 않는 우리네 심성이 잘 깃들어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내소사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가람인지 모른다.

능가산의 품에 덩실 안긴 채 자리하는 내소사의 대웅보전.
능가산의 품에 덩실 안긴 채 자리하는 내소사의 대웅보전. ⓒ 최병윤
대웅보전은 자연석으로 쌓아올린 기단 위에 자연스럽게 생긴 주춧돌에 기둥을 놓았다..모서리 기둥은 배흘림이 있고 나머지는 평기둥으로 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창살이 있다. 대웅보전 안에는 석가 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있으며 불화로는 영산후불탱화, 지장탱화 및 후불벽화로 ‘백의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후불벽화로는 가장 규모가 큰 것이라고 한다.

천장에는 큰 들보를 사이에 두고, 열 개의 악기가 천음을 연주하는데 나팔모양도 있고 비파모양, 피리모양 등 여러 악기가 대웅보전의 내경과 조화를 이루며 장엄한 심포니를 합주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대웅보전의 앞쪽으로 모두 8짝의 문짝이 있는데 창살에 연꽃과 국화무늬 등이 새겨져 있다. 이 꽃창살 무늬는 그 소박하고 정교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경건한 신앙심은 느끼게 한다. 오색단청이 아니라 나무빛깔과, 나ant결을 그대로, 드러나게 만든 단청은 아름다움의 극치로 평가 받고 있으며, 꽃창살의 사방연속 무늬는 우리나라 장식문양 중에서 최고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창살 하나에까지 소박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던 옛 사람들의 높은 예술성과 장인정신을 느끼게 해 준다.

대웅보전의 다양한 꽃창살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으면 내소사의 향이 가득 풍긴다.
대웅보전의 다양한 꽃창살에 코를 대고 향기를 맡으면 내소사의 향이 가득 풍긴다. ⓒ 최병윤

특이한 모양과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설선당.
특이한 모양과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설선당. ⓒ 최병윤
설선당은 건물구조가 특이하여 네 면이 모두 다른 요사와 연결되어 있고 중앙내부에 우물이 있으며 2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층은 승방과 식당, 거대한 아궁이가 있는 부엌으로 배치되어 있고 2층은 마루로서 각종식량을 저장할 수 있도록 공간을 두었으며 각각의 벽면에는 환기창을 만들어 냉장고의 구실까지 할 수 있도록 건축되어 있는 특이한 건축물이다. 앞쪽으로는 내소사 종무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자연스러운 나무를 그대로 문지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그 옆 문창살 위에 ‘내소사’ 현판이 있기도 하다.

요즘 많은 가람들은 으리으리한 전각이나 탑 등을 지어 세를 과시하고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인공적인 모습으로 예스러움과 정갈함을 망치기 일쑤이다. 그에 비해 내소사는 가람의 규모나 찾아오는 내방객의 수가 적지 않으나 오랜 옛 모습과 주위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그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시끄럽거나 화려함 보다는 엄숙함과 다정함이 내소사의 모습이다. 그래서 한 번 걸음을 하면 그 발걸음을 다시 떼어 놓기가 힘든 것이 내소사이기도 하다.

* 찾아 가는 길

대중교통 : 부안 -> 내소사(30-1시간 간격, 소요시간 40분), 격포 -> 내소사(2시간 간격, 소요시간 30분)

자가용 : 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 -> 710번 지방도로 -> 줄포 -> 23번 국도, 30번 국도 -> 내소사

덧붙이는 글 | 저자의 블로그 www.yundol.com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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