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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생 관련 사건에 대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허태학 전 사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생 관련 사건에 대해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허태학 전 사장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양영권 기자]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사건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의 CB 실권주 취득이 우연하게 이뤄진 것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검찰은 22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이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허태학·박노빈 전현직 에버랜드 사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이같이 밝히고 이를 입증하기 위해 CB발행 당시 제일제당 대표이사였던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 이사였던 김석, 김인주씨 등에 대한 조사 자료를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이들 자료에 대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CB 매각을 통해 경영분리와 경영지배권 이전을 달성하려 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당시 중앙일보 재무담당임원들에 대한 조사 자료도 첨부하고 "에버랜드 CB발행 이전에 이 회사의 지분 48.24%를 보유했던 중앙일보도 비슷한 시기에 CB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CB 발행은 경영권 분리와 경영지배권 승계에 이용된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은 이재용 상무가 당시 에버랜드 CB 인수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에스원 주식을 삼성생명에 매도한 것에 대해 "이같은 거래가 통정매매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역시 관련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재용 상무는 1996년 무렵 에스원 주식 주식 12만1880주를 취득가의 10배에 처분, 279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으며, 이 돈으로 에버랜드 실권 CB 99억5000원어치를 매입했다.

검찰은 이어 CB 발행 당시 주식의 적정 가치가 전환 가격을 크게 상회한다는 외부기관 평가 자료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검찰은 "1심 판결 후 연세대 경영학부 신진영 교수에게 적정 가격 평가를 의뢰해 순자산가치에 기초한 주식가치를 산정한 결과 1996년 당시 22만원 이상으로 평가됐다"며 "당시 전환 가격 7700원은 용인될 수 없는 낮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평가 금액은 검찰이 허씨와 박씨에 대한 기소 당시 밝힌 적정 주가 8만5000원도 크게 상회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삼성 계열사 등이 자체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거래할 때 순자산가치에 기초한 주식가치 평가로 주가를 산정한 사례들을 제시해 신 교수의 주가 평가가 적정함을 역설했다.

이날 검찰이 제출한 자료 가운데 검찰의 의견 부분을 제외한 진술조서와 외부 평가 자료 등은 모두 재판부에 의해 증거로 채택됐다.

한편 이날 공판에서 허씨와 박씨의 범행 동기를 놓고 재판부와 검찰 사이에 여러차례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재판부는 "허씨와 박씨가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소사실대로라면 전문경영인에 불과한 피고인들이 아무런 생각 없이 회사 지배권을 제3자에게 넘겨주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물었고, 검찰은 "당시 대표이사와 상무였던 피고인들은 명확히 CB 저가 발행에 책임이 있으나 이같은 행위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는 현재 수사중이기 때문에 밝히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 달라"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만간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이었던 현명관 전 삼성생명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재용 상무를 소환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허씨와 박씨에 대한 공판은 다음달 20일 오후 3시에 재개된다. 재판부가 "(재판을) 다음 기일에 마무리지어보겠다"고 말해 이 때 검찰의 구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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