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권을 포함한 공짜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초대권을 통해서 보지 않던 공연 장르를 접하게 되었다는 이도 있다. 특히 어렵고 생소하게만 느껴지던 장르를 초대권을 통해 접하게 되고 점차 팬이 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또는 무료 관객들의 평이 공연계의 저변을 확대한다는 평가도 있다. 열악한 홍보 현실을 보완하는 장치라는 지적도 있다. 이때 진정한 팬들은 아무리 비싸도 돈을 내고 보기 때문에 이러한 팬을 확보하는 방안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비판이 더 만만치 않게 지적되어 왔다. 왜냐하면 현실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산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의 <2005년 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유료 관객은 총 관객수 1167만 명 가운데 377만명(32.3%)이었고, 무료 관객은 790만명(67.7%)이었다. 즉 약 3분의 2가 공짜표 관객이었다.
자체 기획 공연이 아닌 대관 공연일 때 초대권이 더욱 많이 뿌려졌다(유료 381만명, 무료 560만명). 이외에 각 공연 장르별로 돈을 낸 관객 수는 연극 232만명(30.1%), 양악 71만명(19%), 무용 33만명(8.8%), 복합장르 21만명(5.6%), 국악 18만명(4.9%)이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는 공연일수록 심한 현상이며 지방 공연은 더하다. 더욱 심한 경우에는 초대권을 가진 관객만 두고 공연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공짜표 관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표를 무상으로 뿌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왜 이렇게 공짜표를 뿌리는 것일까?
공짜표 남발, 공연은 '공짜'라는 인식 갖게 해
첫 번째로 드는 이유는 홍보와 마케팅을 위해서다. 그나마 돈이 없는 공연단체들이 홍보, 마케팅 할 수 있는 수단이 초대권 등 공짜표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많은 이벤트를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많은 공짜표가 뿌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 번째는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다.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하는 사람이 힘이 빠지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있어야 공연할 맛이 날 듯하다. 또한 관객들도 사람이 많아야 볼 맛이 난다. 대학로의 연극 객석이 좁은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적은 인원으로도 꽉 차 보이니 말이다. 일종의 다수증거주의 심리현상이다. 일부에서는 관객수를 과시하기 위해 남발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정작 공연 초기 관객이 없으면 공연을 할 수 없기 때문에 50%이상은 무료관객을 두고 공연을 한다는 관행이 깊다.
세 번째는 기업들이 대량으로 표를 구매해서 배포하는 경우이다. 이는 대개 비싼 오페라나 뮤지컬의 경우에 해당된다. 고객들에게 서비스한다는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대중들이 선호하는 작품이 아니어도 관객동원에 성공하는 일이 벌어진다.
네 번째는 다른 목적을 위해 공연을 하는 경우이다. 예를 들어 바자회 등을 위한 공연에는 관객 입장료를 통한 수익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일단 사람들을 많이 모으는 것이 목적인 경우에는 초대권이 뿌려지는 것이다.
다섯 번째는 공짜표를 만들지 않으려고 해도 관객들이 그러한 표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런 점이 바로 공연계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핵심이다.
이렇게 공짜표가 많아지는 것이 왜 문제일까? 주지하다시피 공연은 공짜라는 인식을 뿌리 깊게 한다. 한번 공짜표로 관람하기 시작하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고 공짜표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돈을 내고 공연을 보는 것은 바보라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한다. 그래서 돈을 내고 공연장에 들어오지 않으므로 공연단체는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진다. 관객이 없으므로 다시 홍보를 위해 공짜표를 남발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공짜표 남발은 결국 관객 감소로 이어져
한편으로 공짜표가 남발되는 공연은 가치가 낮거나 형편없는 공연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즉 공짜표는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진다. 공짜표의 80~90%는 관객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공짜표를 많이 돌리는 공연일수록 작품성이 없고 재미도 없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공짜표가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속에서는 좋은 작품이어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값싼 대접을 받고 막을 내리는 일이 벌어진다. 거기에 준비한 이들의 재정난은 더욱 가중된다. 이렇게 되면 공연문화 혹은 작품의 발전이나 향상이 담보되지 못하고 만다. 좋은 작품을 제작할 기반이나 여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마는 것이다.
공짜표 때문에 관객이 우롱을 당하는 사례도 있게 된다. 지난 3월에는 유명 재즈 가수 공연 기획사가 초대권 수백 장을 뿌려 좌석표를 받지 못한 이들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한 공짜표가 지정한 좌석이 좋지 않은 곳인 경우도 많다. 싼 게 비지떡이니 관객을 우롱도 한다.
단기적으로는 홍보나 마케팅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초대권을 비롯한 공짜표를 없애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결정을 내린 공연 단체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공연계 스스로가 만들어온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기업 측에서 공연표를 대량구매해서 뿌리는 것이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비싼 공연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어 공연문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서비스 받은 티켓을 시민들이 매매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사지도 팔지도 말아야겠지만 이는 중소 공연단체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행태에 일정한 제한도 필요해 보인다.
관람료는 공연자들의 '애씀'에 대한 인정
공연장인 LG아트센터의 경우에는 개관초기부터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처음에는 협찬이나 관람객 유치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준 높은 공연을 본다는 자부심을 관객들이 갖게 되었다고 한다. 초대권이라는 말이 추억 속에 남을 때 공연계가 살아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초대권을 끊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남발하기보다는 관객의견과 평가 청취, 문화 향수권 차원에서 소량만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관문 효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완전 무료가 아니라 소감문이나 감상문 제출을 전제로 배표하자는 의견도 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작품성이다.
땅을 파서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땅을 파는데도 힘이 든다. 수많은 이들이 한 편의 공연을 위해 무수한 땀과 눈물을 흘린다고 할 때, 관람료는 그 '애씀'에 인정이다. 그것을 인정할 때 더 좋은 작품들로 관객에게 돌아오므로 초대권 발행 문화의 지향점이 그것에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서프라이즈에 보낸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