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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명씨.
최현명씨. ⓒ 홍지연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안시페스티벌)에서 <비오는 날의 산책>으로 졸업작품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최현명씨.

그간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나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 등 성인부문의 수상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학생 부문 수상은 이번이 처음. 그러나 가히 학생의 것이라 생각지 못할 만큼 쟁쟁한 작품들 속에서 그는 감히 수상은 꿈도 꾸지 못했단다.

최 감독은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졸업반. 수상작인 <비오는 날의 산책>은 최 감독이 3학년 때 교내 정기작품발표회 과제로 만든 작품이다. 수묵화 느낌의 담백한 '물맛'이 가득 풍기는 이 작품은 비오는 날 한 소녀가 개구리를 만나 벌어지는 환상을 결코 우울하지 않은 회색빛 톤으로 그리고 있다.

"축제 기간 제 작품이 상영될 때 조용히 관객들의 반응을 살폈죠. 관객들이 제가 의도한 곳에서 웃어주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큰 박수를 받진 못했는데, 아무래도 심사위원들이 지나치게 엽기적이거나 편향된 것은 싫어해서가 아닐까요. 제 작품은 대중적이고 편한 편이니까요."

그저 겸손하게만 들릴지도 모를 이 말엔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가 추구하는 것은 '상식적인 애니메이션'. 누가 봐도 예측 가능하고, 누구에게나 같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그것이 최 감독 자신이 애니메이션에 빠져들었던 이유이자, 지금 애니메이션을 '하고 있는' 이유다.

"학교 선후배 누구 할 것 없이 난해하고, 어렵고, 자기 주장을 강요하는, 자아가 강한 작품들을 주변에서 많이 봤죠. 그런데 남들 보기 즐겁지 않은 애니메이션은 곧 괴로움이잖아요. 그럴 때면 왜 이런 고통스런 과정을 그려낼까. 왜 좀 더 친절하게 '공감'을 찾아내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곤 했죠."

애니메이션 <비오는 날의 산책>.
애니메이션 <비오는 날의 산책>. ⓒ 최현명
이야기와 연출의 간극에 충실한 것이 애니메이션. 움직임 하나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의 힘이자 매력.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의 작품 <아버지와 딸>처럼 아무런 대사 없이 움직임만으로 사람을 웃기고 울릴 수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의 실력은 2학년 때 만들었던 <버린 개>가 올해 일본 디지털콘텐츠 대상 해외부문 우수상, 중국 항저우 애니메이션페스티벌 해외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이미 인정을 받아왔었다. 유기견 문제를 코믹하게 다룬 이 작품은 며칠 전 '디지콘 6+2' 로컬부문 2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방황의 시간도 있었다. 고등학생 시절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에 반해버린 후 애니메이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은 했었지만, 미술 선생님의 칭찬 한 마디에 애니메이션과는 별 관계없이 대구 계명대 서양화과를 3학년까지 다녔다. 애니메이션으로 선뜻 나아갈 바를 몰라 몇 년을 허송세월로 보내기도 했었다.

다시금 굳은 결심 끝에 한예종을 들어온 건 서른의 나이. 만학도인 그는 지금 "애니메이션을 시작한 일이 가장 잘한 일"이라며 다행스러워 한다. 그리고 다시금 마음의 끈을 다잡는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났을 때 입안에 좋은 느낌이 남듯, 극장을 나설 때면 사람들의 기분을 조금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물 흐르듯 사람의 마음에 공통으로 흐르는 자연스런 어떤 것, 보는 순간 쉬이 빠져들게 하는 그 어떤 것을 찾기 위해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고 다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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