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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이은경 기자] 지난해 10월 41번째 여성 의원으로 국회에 합류한 문희(70·한나라당) 의원이 예상을 깨고 여성가족위원장에 선출됐다.

문희 의원 개인에겐 마땅히 축하할 일이지만, 그가 후보 연설(사진)에서 열렬히 강조한, 다소 생뚱한 '대선 승리'에 대해 여성계는 "각을 세울 필요는 없지만"이라면서도 내심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여성운동 단체의 90%가 친여 성향"이라며 "이분들을 설득하고 우리 표로 오기엔 시간이 없다"면서 "이념 여성표가 아닌 직능 여성표를 모아 대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삼겠다"고 동료 의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한 것. 한 여성단체 활동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고 말한다.

소속 정당의 승리를 마음으로부터 염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당시 그 발언이 '정치적으로 옳으냐'는 데 있다. 우선,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당의 대선을 위해 전방에 설 여성에게 '하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여성가족위는 여성 인권 보호와 권익 향상, 양성평등 사회를 위해 관계 부처와 비정부기구(NGO)의 의견을 경청하고 긴밀히 협조해 입법 활동을 전개하는 곳이다. 지난 16대 국회에서 천신만고 끝에 일군 모성보호법 통과와 국군간호사관학교의 부활, 이번 17대 국회에서의 호주제 폐지 등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은 사안들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위원장 선출 전 관계 전문가들이 "신임 여성가족위원장에게 전문성과 사명감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입을 모았었다.

다음으론, 그렇지 않아도 보수-진보로 이념적 양극화가 심한 가운데 굳이 여성단체들까지 '이념표'와 '직능표'로 편 가르기를 해야 하느냐는 거다. 여성 의원들 역시 여성문제에 한해선 당을 초월해 공조체제를 취하고자 애쓰고 있다.

신임 여성가족위원장에게만 부메랑을 돌리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 여러 의원님들께 진정으로 묻고 싶다. 벌써부터 대선 승리 강박증에 걸려 있는가. 그래서 '여성'은 '표'로 전환될 때만 사람으로 인정하려는가라고. 그래도 후보 연설의 실수를 만회하고도 남을 신임 여성가족위원장의 활약을 고대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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