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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청하 갯벌과 염습지의 모습
여름 청하 갯벌과 염습지의 모습 ⓒ 전주환경운동연합
만경강이 이처럼 빼어난 경관적 가치와 생태적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새만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흔히 만경강이 익산 공단의 폐수와 왕궁 축산단지의 하수가 흘러든 오염된 강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과는 달리 만경강은 상류, 중류, 하류의 지점마다 생태적 다양성과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대장촌, 불이농촌 등 일제강점기 가슴 아픈 수탈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근대농업 100년의 산 증인이다. 또한 산성과 사찰, 제방축조비, 씨름, 물막이제 등 문화 역사 유적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만경강은 분명 생명이 흐르는 살아있는 강이다.

어우보
어우보 ⓒ 전주환경운동연합
소양천과 고산천이 만나는 신천습지 지역은 농업용 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호소 생태계의 특성을 보이는 특이한 지점이다. 하중도가 잘 형성되어 있어 철새들의 낙원이다. 가시연꽃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군락이 자리 잡고 있어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익산시 춘포면 인근에 직강화 공사로 인해 만들어진 배후습지가 있어 이전 물길을 찾을 수 있다. 제방숲과 조선시대 석롱형보, 복원된 세심정이 있는 고산 오성교 부근의 달뿌리풀 군락도 환상적이다. 삼국시대 백제의 요충지였던 산성이 만경강을 따라 거점을 이루고 있으며 삼기정, 비비정, 백구정 등의 정자가 굽어진 강물을 바라보며 서 있다. 백제시대 건축양식이 남아있는 화암사, 비보풍수를 대표하는 안수사, 바다를 내려다보는 망해사 역사문화 자산도 풍부하다.

삼기 정전면
삼기 정전면 ⓒ 전주환경운동연합
만경강은 근대 농업의 역사이자 전북 농업의 대동맥이다. 한강이나 낙동강에 비하면 규모는 작지만 만경강처럼 논에 물을 제대로 대는 곳은 보기 어렵다. 현재 만경강의 물로 3만 농가가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관개면적은 2만8천ha로 홍수도 가뭄도 없이 농사를 짓는다. 새만금 사업으로 만들어질 농지와 같은 면적이다. 그러나 100년 전까지만 저수지와 수로, 제방이 많지 않았다.

상류지역의 작은 보나 제방을 쌓아 물을 대는 것 이외에 만경강 주변의 토지 이용은 제한적이었다. 특히 삼례 아래의 만경강은 곡류하천으로 넓은 배후습지와 염습지를 이루고 있어 농사를 짓기 어려운 땅이었다. 그러나 한일합방을 전후로 일본인들이 주도하여 수리조합을 만들어 만경강 하류와 중류지역에 대규모로 수리 사업을 전개했다.

특히 1908년 만들어진 옥구서부수리조합은 옥구사람 김상희가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수리조합으로 현 농촌공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대규모 토목공사로 대아댐과 경천저수지가 만들어지고 만경강이 직강화 되었다. 만경강 어우보에서 취수한 대간선 수로는 옥구저수지와 군산에 대규모 간척지 계획도시인 불이농촌을 만들었다. 만경강 제방 안쪽의 경작면적만 해도 1500만평에 이른다.

대간선 수로
대간선 수로 ⓒ 전주환경운동연합
유독 전북도민들이 간척사업에 긍정적인 이유도 대규모 간척사업이 일제시대부터 박정희 정권말기까지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시기의 간척은 규모와 크기, 환경자원의 가치 측면에서 현재의 사업과 비교되지 않는다. 이전의 간척사업이 만경강을 기반으로, 만경강에 의존한 간척사업이었다면 새만금 간척사업은 만경강은 물론 주변의 관개지역까지 위협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익산 춘포 배후습지
익산 춘포 배후습지 ⓒ 전주환경운동연합
만경강은 사람과 자연이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함께 잘사는 지역을 만들며 아름답게 흘러왔다. 역사의 상흔도 넉넉하게 보듬어 안았다. 90년 전 직강화 공사는 지금처럼 살벌하지 않고 스스로 수변 구역을 복원했다. 이처럼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만경강이, 거대한 죽음의 호수로 변할 기로에 서 있다. 하수처리장을 짓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 한 만경강은 미래는 어둡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만경강은 흐른다.

만경강은 250리를 굽이굽이 흘러 온갖 영양염류를 새만금에 실어 날라 갯벌의 생명을 키웠고, 칠산 어장의 산란처를 만들고, 전국 백합 생산량의 60%를 차지했던 심포, 거전 갯벌의 생금 밭을 일구었다. 넉넉하진 않아도 작은 배 한 척과 그레(갯벌에서 조개잡는 도구) 한 자루로 자식들을 키우며 생활을 했다.

하지만 강물이 멈춘 지금, 만경강 하구의 포구엔 주민들의 긴 한숨이 찢긴 어망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 이 글은 전주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정책실장이 썼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이글은 환경운동연합이 매월 22일에 발행하는 새만금 생명리포트 2호에 실렸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kfem.or.kr/campaign/sos_e_report/060622/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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