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대구·경북건설노조 간부들에 대한 검경 수사가 기획 수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구지역 건설일용노동자(노가다) 1500여 명은 지난 1일부터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70여 명은 20일부터 아파트 공사현장 33층에 올라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오후 서울 을지로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지역건설노조 공안탄압 대응 긴급토론회'가 민변 등의 주최로 열렸다. 토론자들은 "건설노조 파업사태를 풀기 위해서는 공안탄압을 중단하고 건설현장의 실질적인 지휘감독권을 쥐고 있는 원청회사가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먼저 권두섭 민주노총 변호사는 "원청회사는 건설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한다"며 "하지만 원청회사가 근로조건의 결정 과정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과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원청회사에게 사용자로서의 근로계약 의무가 있다는 것.
권 변호사는 특히 "노동조합을 잠재적인 범죄집단으로 바라보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정보기구를 통해 주요 노조 간부에 대한 일상적인 정보 수집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는 2003년 지역건설노조를 공갈 갈취범으로 몰았던 전형적인 공안탄압 기획 수사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김호중 건설산업연맹 토목건축협의회 의장도 "지난해 11월 조사가 끝난 사건을 두고 검찰이 이제 와서 대구경북건설노조 지도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파업을 방해하는 것은 2003년 9월부터 대전, 천안, 안산 등에서 수많은 구속자들 낸 공안탄압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공안탄압 주장의 근거는 건설노조에 대한 일상적 사찰과 대량 구속, 체포영장 발부 때문. 실제로 대구·경북건설노조의 경우 간부 6명에 대해 6일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이 가운데 2명이 구속됐다. 또 12일 대구 수성경찰서 앞 시위와 관련 70여 명이 사법처리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충남지역건설노조 간부 2명도 16일 구속됐다.
김호중 의장은 "대구경북건설노조의 총파업은 건설산업연맹의 희망이기 때문에 전국의 건설노동자들이 총파업투쟁에 한없는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고 있다"면서 "건설산업연맹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공안탄압 대책회의'를 구성하여 대검, 법무부를 상대로 투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기서부건설노조 고문상씨는 "불합리한 노동 현실을 바로잡고자 대구 건설노동자들이 파업을 선택했다"며 ▲적정임금 보장 ▲유보임금(임금을 1~2개월 미뤄 주는 것) 근절 ▲다단계 하도급 및 시공참여자제도 철폐 ▲4대 사회보험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임금인상이 기본적인 요구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싶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회사들이 책임 있는 자세로 건설노조와의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대구에서 올라온 건설노동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대구에 있는 대규모 건설현장마다 경찰이 배치되어 건설노조와 대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태철씨는 "12일 수성경찰서 앞 집회에서 경찰이 마구잡이로 패는 바람에 귀가 찢어지고 광대뼈와 무릎뼈가 깨지고 내려앉는 등 다친 사람이 속출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경찰에 맞은 것이 너무 억울해 투쟁을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이 현장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구교진씨는 "경찰이 어리다고 봐주었는데 그들은 무자비하게 노동자들을 향해 폭력을 휘둘렀다"면서 "앞으로는 경찰이 어리다고 봐주지 말고 잡히면 족쳐서 '죽이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한 뒤 울먹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편 건설산업연맹이 이날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건설노동자들의 평균연령은 46.7세, 평균 근속연수 15년, 1년 평균 작업일수 200일, 한달 평균 수입 158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