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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이'는 어디서 왔는지, 주인에게 버림을 받았는지, 아니면 집을 잃었는지 알 수 없는 강아지입니다.
어느 날 불쑥 저의 가게가 있는 빌딩 근처를 헤매고 다니는 녀석을 발견한 사람은 제 남편이었습니다.
갈 곳을 몰라 가게 근처를 이리 저리 쏘다니는 녀석이 안되어 보인 남편은 빌딩 옆에 주차장을 관리하고 계시는 분께 "아마도 저 개가 집을 잃어버린 것 같은데 주인을 만나게 될 때까지 당분간 보살펴 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목숨이 살아있는 동물을 나는 모르겠다"고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벌써 여러 날이 지났습니다.
예전에 어떤 이름으로 불렸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은 '똘똘이'라는 새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똘똘이를 잘 살펴보면 새끼를 출산한 경험이 있어 보이는 암컷이고, 또록또록 커다란 눈이 착해 보이는 시츄입니다.
아저씨는 며칠동안 돌보다보면 주인이 나타날 거라는 생각에 녀석을 덜컥 맡아 버렸는데,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똘똘이가 개 사료를 잘 먹지 않아서 아저씨의 용돈이 똘똘이의 식사비용으로 쏠지 않게 지출된다고 합니다.
하루에 우유 2통, 계란 2개, 소시지 3∼4개를 먹는다는 똘똘이 때문에 우리 마트의 매출이 조금 더 늘어날 듯합니다. 또 며칠 전에는 아저씨의 집에 데려 갔더니, 낯선 환경 때문인지 자꾸만 큰소리로 짖어댔다고 합니다. 그런 바람에 이제는 아예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재운다고 합니다.
처음 아저씨는 주인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서 애견센터에 데리고 갔었답니다. 애견센터에 찾아가서 똘똘이를 맡아 두었다가 혹시라도 원하는 고객이 있다면 입양을 보내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주인이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면서 동물보호소에 보내라고 하더랍니다.
그래서 아저씨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주차장으로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저씨는 그 동안 강아지를 씻겨주지 않아 어찌나 지저분하던지, 어제는 애견센터에 보내서 목욕을 시켰다고 합니다. 애견센터에서는 똘똘이를 목욕도 시켜 주고, 향기 나는 향수까지 뿌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놓고 보니 똘똘이가 그 동안 주인에게서 보살핌을 잘 받은 강아지 같다고 애견센터 주인이 말하더랍니다.
똘똘이는 나름대로 훈련도 받았는지 손을 달라고 하면 손도 잘 주고, 저쪽 손을 달라고 하면 다른 손으로 바꿔주기까지 합니다. 이를 보면 여간 영리한 강아지가 아닙니다.
똘똘이가 왔던 첫날 저녁, 주차장 근처를 쏘다니던 똘똘이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기에 아저씨는 여러 곳을 찾아다니다가 이제 제 갈 길로 가 버렸나하고 포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똘똘이는 다시 주차장으로 찾아 왔더라고 합니다.
그 동안 삭막하게 느껴지던 주차장 한 켠의 컨테이너박스에서 똘똘이는 벌써 귀여운 마스코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아저씨가 우리 가게문을 열면 똘똘이는 자기가 무슨 대단한 손님이라도 되는 듯이 아저씨보다 한 발 앞서서 당당하게 가게 안으로 들어옵니다.
"똘똘아 이리 와∼"하고 부르면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가까이 왔다가, 은근히 퉁기는 듯 되돌아갑니다. 이를 보면 똘똘이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방법까지도 꿰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 퇴근길에 저는 소시지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주차장에 들렀습니다. 똘똘이가 목욕을 한 이후라 더럽혀지면 안 된다고 아저씨는 똘똘이를 잠시 의자 위에 노끈으로 묶어 두었습니다. 똘똘이에게 소시지를 잘게 떼어 주었더니 넙죽 넙죽 잘도 먹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저씨가 똘똘이의 아침밥을 준다고 소시지 2개를 사서 갔습니다. 똘똘이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는 것을 보았는데, 잠시 후 아저씨가 다시 와서는 똘똘이가 교통사고가 날 뻔해서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 동안 똘똘이가 항상 인도로 다니기에 마음을 놓았는데, 순식간에 차도로 뛰어드는 바람에 달리던 트럭이 급정거를 해야만 했답니다. 아저씨는 그 순간 이래서는 큰일이 나겠다는 생각에 결국 목걸이도 사고 말았다고 합니다.
똘똘이를 처음 발견한 남편의 권유로 어떨 결에 똘똘이를 떠맡게 된 아저씨가 똘똘이 식비는 물론이고, 목욕도 시키고, 목걸이까지 구입하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에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조금 전에도 똘똘이 저녁밥이라고 훈제란을 사서 가는 아저씨께 소시지 하나를 더 얹어 드렸습니다.
그나저나 똘똘이가 유기견이 아니고, 잠시 뜻하지 않은 긴 외출을 나온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이라도 똘똘이를 잃어버린 주인이 나타나서 "그 동안 애타게 찾았노라"고, "이렇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게 되어서 무척 반갑다"고 눈물의 상봉을 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