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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명주 1층에 위치한 상하이역사박물관이나 다른 전시관을 찾을 때마다 마치 실제인물이 모여 있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밀랍형 구조물을 모며 '중국 사람들, 밀랍 하나만은 정말 잘 만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100여 년 전 상하이 도시모습을 통째로, 전체적인 변형 없이 장점을 살려 현대적 감각으로 재창조 한다'는 점이다.

언젠가 상하이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데리고 와이탄(外灘)을 찾아갈 때, 강변을 따라 쭉 늘어선 고 건축물 지붕에 달린 깃발들을 바라보며 "건물 지붕마다 달린 저게 뭐냐?"고 물어오면 "네~ 저건 중국 오성기인데, 사회주의 국가라서 애국심 고취하기를 좋아하는 모양입니다"라는 궁색한 대답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물 중 100여 년 전 와이탄 전경 사진에서 지금보다 훨씬 큰 깃발들이 지붕 꼭대기에 펄럭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서 단순히 애국심 고취를 위한 국기계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상하이역사전시관에 걸려있는 과거 사진 몇 장을 들고서 '상하이 90년 과거와 현재 찾기'를 해보자.

90년 전 난징루 풍경 그대로 살린 현대적 도시미관

ⓒ 유창하
▲ 위 사진 중 흑백사진(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사진 촬영)은 상하이를 대표하는 번화가인 난징루(南京路)의 90여 년 전 모습이며, 칼라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2006년 6월27일 야간에 촬영한 모습이다.
ⓒ 유창하
지난 27일 흔히 '중국 제일의 상업거리'이자 번화가로 불리는 난징동루(南京東路)의 옛 사진에 나오는 고건물들을 배경으로 건물 전체에서 화려한 불빛을 발산하고 있는 현재의 난징동루 야간촬영을 시도해 보았다.

난징루 흑백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100여 년 전에도 난징동루는 현재의 백화점격인 대형상가가 들어서 있어 많은 사람들이 상업거래를 했던 장소였다. 왼쪽 둥근 지붕건물이 현재도 그 모습 그대로 서있는 영안백화점(1916년 완공, 과거 이름 영안신하)이고 맞은편 둥근 지붕 건물은 동아호텔(1915년 완공, 과거이름 선시공사)이며 뒤편의 기다란 원형건물은 오늘날의 신세계백화점 건물이다.

90여 년 전에 지어진 낡은 상가건물을 헐지 않고 원형그대로 사용하면서 최소한의 인테리어와 조명장식만으로도 고급 백화점으로, 유명 호텔로 운영되고 있다는 게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놀라운 것은 100년 전의 난징루 스카이라인을 그대로 존중한다는 점이다.

현재와 과거의 사진을 비교해보면 90년이란 오랜 기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스카이라인을 살리면서 현대도시로서의 도시미적 경관을 돋보이도록 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뒤편의 중국 상하이 매출 2위의 백화점인 신세계백화점 건물도 건물외형과 지붕원형을 그대로 살리고 있으며, 현재의 난징루 모습 칼라사진에 나오는 제일 뒤편의 보다 큰 원형 탑 건물인 초현대식 신축빌딩의 호텔 건물 역시 지붕을 신세계 백화점 건물 지붕과 같은 양식으로 건축하여 과거의 난징루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와이탄의 오성기 깃발, 애국심 고취만은 아니다

ⓒ 유창하
▲ 위 흑백사진은(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사진 촬영) 90여 년 전의 와이탄(外灘) 일대 모습 이고, 칼라사진은 2006년 6월27일 흑백사진의 배경구도에 맞추어 와이탄 강변 황푸공원(黃浦公園)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 유창하
와이탄에 나부끼는 오성기 깃발은 단순한 애국심 고취만을 위해 걸어 놓은 게 아니다. 현재 와이탄 고건물들 꼭대기에 펄럭이는 중국 오성기 깃발 역시 와이탄 90여 년 전 당시 모습을 재현하려는 '서울 인사동 옛 거리 복원'과 같은 와이탄 복원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진행된 것이다. 다만 깃발이 영국과 미국 국기에서 중국 국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곳 와이탄 고 건축물거리(현 중산동루) 역시 90여 년 전 스카이라인을 과거 그대로 최대한 살리면서 큰 변형 없이 100년 전 도시모습을 재현하려 하는 듯하다. 흑백사진에서 왼쪽 편 큰 원형지붕건물은 1923년에 건축된 포동발전은행(과거 홍콩 HSBC 은행건물)이며 중간에 같은 모양 원형지붕 2개가 있는 건물은 현 AIA건물(과거 우방건물)로 1924년에 건축된 것이다.

그런데 칼라사진에는 포동발전은행 건물 옆에 시계탑이 보이는 건물이 있는 데 흑백사진에는 시계탑이 없다. 시계탑이 세워져 있는 건물은 1927년에 건축된 건물로 와이탄을 대표하는 고건물 중의 하나이다. 두 건축물의 건축연도로 보아 위의 와이탄 흑백사진은 1924년 포동발전은행 건물 건축이후, 1927년 상하이세관 건물 신축 이전에 촬영한 사진임을 알 수 있다.

이 건물 꼭대기 층에 있는 시계탑은 80여 년 전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시계탑을 모방하여 런던에서 제작하여 상하이까지 배로 이송해 재조립한 것이다. 이 시계는 현재까지 정확하게 시간을 알리며 은은하면서도 웅장하게 종소리를 내어 와이탄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와이탄의 과거를 감성적으로 일깨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리고 흑백사진과 다르게 와이탄 칼라사진 뒤쪽 편에 눈에 확 띄는 지붕이 독특한 고층건물은 미국 시다우 그룹에서 투자한 웨스턴호텔이다. 시 도시건축 담당국의 상하이 도시미관 보호규제정책에 의해 중국을 상징하는 연꽃모양으로 지붕이 설계됐다.

1908년 전차 개통... 100여 년 만에 자기부상열차로

ⓒ 유창하
▲ 위 흑백사진(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사진 촬영)은 징안스(靜安寺)에서 난징루까지 다니던 100여년 전의 전차 모습이고, 아래 모습은 산뜻한 모습으로 지하철이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는 지하철 3호선의 풍경이다.
ⓒ 유창하
1908년 징안스(靜安寺)에서 와이탄까지 다니는 전차가 개통되었다. 그로부터 86년 후인 1994년 신좡(申庄)역에서 상하이기차역까지 지하철 제1호선 전구간이 개통되고, 현재 5호선까지 개통되었다. 상하이 전역을 관통하는, 남은 6호선에서 12호선까지는 2010년 상하이엑스포 개최 전까지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운행 중인 지하철 5개 노선 외에 2002년에 개통한 최고속도 430km의 자기부상열차가 포동공항에서 2호선 종착지인 롱양루역까지 35km를 8분 만에 주파하고 있어 포동공항 승객들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앞으로 자기부상열차가 상하이에서 항주까지도 1시간에 주파할 수 있도록 연장하는 상하이-항주 자기부상열차 건설안이 중국 중앙정부 심의과정에서 이미 통과되어 공사를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0여 년 전인 1908년, 상하이에 전철이 도입된 후 약 100여 년 만에 차세대 지하철이라 할 수 있는 자기부상열차가 세계최초 상업용으로 상하이에서 개통되면서 '상하이런'들의 상대적 우월감을 높여주고 있다.

마차, 인력거에서 오토바이, 자가용으로

ⓒ 유창하
▲ 위 흑백사진(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사진 촬영)은 100여년 전 출퇴근하기 위해 인력거, 마차를 타고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말이 달리는 거리라 하여 붙여진 마루(馬路)라 불리던 영국 조차지 거리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오토바이, 자전거, 택시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바쁘게 출근 하는 스촨베이루(四川北路) 사거리에서의 중국인들 현재 모습이다.
ⓒ 유창하
100여 년 전 와이탄에서 근무하던 중국인과 외국인들은 전통적 교통수단이었던 인력거, 마차를 비롯하여 뒤에 들어온 전차, 공공버스를 이용하였다. 또한 교통수단의 대부분은 서민층 중국인들의 유일한 생계수단이 되어 마부들과 인력거꾼들이 많았다.

하지만 현재의 대중교통 수단은 지하철, 오토바이, 택시, 자전거, 자가용으로 바뀌었다. 그 중 버스와 연계된 지하철 환승역이 많고 지하철과 연계한 버스노선도 많기 때문에 지하철과 버스, 자전거를 많이 이용한다.

그동안 중국인들의 교통수단이며 전통적인 출퇴근용이던 자전거 타기는 지하철 노선이 다양해지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차츰 줄어들고 있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 대신 전기자전거나 소형 오토바이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이다. 한편, 상하이 시는 소득증대로 늘어나는 자가용 이용자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하철역 주변에 대형주차장을 건설계획을 세우는 등 방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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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흑백사진(상하이역사박물관 전시사진 촬영) 은 상하이에 폭우가 많이 내려 도로에 물이 차 자동차가 물에 잠겨있는 100여년 전의 사진이고 아래 사진은 작년 8월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상하이를 강타하여 홍차우로(虹橋路) 도로가 물에 잠기자 차량이 물살을 가르면서 침수지역을 벗어나는 사진이다. '자연의 위력'은 10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 유창하
상하이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비교하며 여러 가지 상상을 했고, 한 장의 사진에서 나름의 작은 의미를 찾아보려고 했다. 식민지 과거 역사를 무시하지도 않으면서 발전 동력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낡은 건물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상하이가 놀라운 두려움의 대상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00살 노인 상하이를 청년으로 되살려내는 그 괴력'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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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 기간 오마이뉴스에서 쉬었네요. 힘겨운 혼돈 세상,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일상을 새로운 기사로 독자들께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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