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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조별 경기가 치러지던 6월 중순, 이곳 프랑스 파리에선 월드컵 분위기를 감지하기 어려웠다. 언론에선 연일 자국 대표팀의 불안한 전력에 대해 비판했고 실제로 프랑스 대표팀의 경기력은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파리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국 대표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파리 시민들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돌려 놓은 건 스페인과의 16강전 결과였다. 경기 다음날 이곳저곳에서 월드컵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늙은 지단과 뚱뚱한 호나우도."

브라질과의 8강전을 앞두고 프랑스 방송사 'TF1'의 아나운서가 한 코멘트였다. 프랑스 시간으로 7월 1일 밤 9시, 파리 16구에 위치한 '쟝부앵 경기장(STADE JEAN BOUIN)'에서는 '프랑스 대 브라질' 월드컵 8강 경기 단체 응원이 펼쳐졌다.

단체응원이라고 해서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사전 행사가 있거나 응원을 이끌기 위한 응원단장이나 치어리더가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경기 전 댄스음악 몇 곡으로 흥을 돋우는 정도였다.

주로 가족이나 친구, 연인들과 함께 한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모두들 저녁거리를 준비해 와서 '대형화면' 앞에 자리를 잡고 편하게 응원하는 분위기였다. 경기는 1-0으로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지만 응원은 밤새 이어졌다. 거리는 잠을 이루지 못 할 정도로 환호에 휩싸였다.

"지주! 지주! 지주!"

'지주(ZIZOU)'는 프랑스의 축구영웅 지네딘 지단의 애칭이다. 경기 전부터 이곳저곳에서 '지주'를 연호하기 시작했고 경기가 끝난 후에도 결승골의 주인공 '앙리'가 아닌 '지주'를 연호하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프랑스인들의 '지네딘 지단'에 대한 애정은 각별함을 뛰어넘는 그 이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 프랑스가 우승 후보 브라질을 꺾었다는 뉴스와 함께 '지단의 은퇴 경기'가 멈추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데 더 큰 기쁨이 있을 것이다. 적어도 프랑스 시민들에게 있어선 말이다.

사진과 함께 이날의 표정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 경기 시작 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아이들. 등번호 10번 '지주'의 열성팬
ⓒ 조영표

▲ 친구들끼리 둘러 앉아서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있다.
ⓒ 조영표

▲ 마르세예즈(프랑스 국가)를 함께 부르는 파리 시민들
ⓒ 조영표

▲ 스탠드에서 내려다 본 경기장 모습
ⓒ 조영표

▲ 경기에 열중해 있는 어린 축구팬
ⓒ 조영표

▲ 경기장 뒷편, 프랑스 서포터와 브라질 서포터가 함께 경기를 보고 있다.
ⓒ 조영표

▲ c'est fini(끝났다)! 이때부터 응원전 2막이 시작됐다.
ⓒ 조영표

▲ 지하철 문이 열리자 승객들이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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