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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각 인사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왼쪽)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당 지도부의 당·청 관계는 악화되지 않을 조짐이다. 3일 여당 지도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 "질서있는 수습"을 강조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이종호

"대통령께서 당을 도와달라."
"당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 주 청와대와 당 지도부가 가진 만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이 나눈 말이다. 당시 당·청은 지방선거 이후 위기의식을 공감하며 관계 회복을 꾀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 건으로 당·청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섰다.

이견은 전달하지만, 국민 마음 읽는 게 중요하지만...

3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는 예정과 달리 30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회의에 앞서 의장실에서 가진 지도부간 의견 교환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의장실 밖에서 대기한 기자들의 질문에도 의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회의가 시작되고서도 김근태 의장만 입을 열었다. 김 의장은 "회의가 좀 늦어졌다, 개각과 관련 담백하게 말씀드리겠다"고 서두를 꺼냈다.

"지난주 워크숍 때 한두 명 의원들의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이후 김한길 원내대표와 제가 당내 의견을 수렴해서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행정부 인사는 국가 수반인 대통령의 고유권한임을 확인하고자 한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것이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결정하면 당정청 발전을 위해 당 지도부는 최선을 다해 협력하기로 했다.

이날 지도부가 정리한 내용은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당내 제기되고 있는 '부적절한 인사'라는 이견을 수렴해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것. 하지만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므로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 그리고 향후 개각과 관련 반대 의견이 당 지도부로 모아지길 바란다는 일종의 입단속이 그것이다.

이번 개각과 관련 김근태 의장의 기조는 '질서있는 수습'이다. 우상호 대변인은 "당 차원에선 더 이상 개각 문제를 재론하지 말자는 데 지도부간 의견 일치를 보았다"며 "사실상 오늘로 정리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월초 개각 파문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에는 유시민 의원의 복지부장관 기용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했고, 의장·원내대표를 겸임하고 있던 정세균 의원을 산자부장관으로 빼가는 것에 대해 '서명파' 의원들이 생길 정도로 반발 기류는 조직적이었고 광범위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번 개각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면 안 된다'는 특정인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것은 아니다"며 "또한 지도부가 개각 대상자라 수습 통로가 마땅치 않았지만 지금은 의견수렴을 통해 정리된 입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며 '위기관리 시스템'이 그 때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질서있는 수습은 이별 수순?

▲ 지난해 6월 김병준 청와대 전정책실장이 3일 오후 과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가비전 당정워크숍'에 참석해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김병준 실장의 교육부총리 기용에 대한 당내 반대 정서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책임질 인사가 다시 요직을 맡는다는 것은 지방선거로 드러난 민심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선 "과보다 공이 크다"는 반박도 공존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김병준 실장의 '세금폭탄' 발언에 대해서도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이 만들어낸 것이지 김 실장의 발언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 김 전 실장은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아직 멀었다'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내겠다' 등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었다.

또 하나는 '코드 인사'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우 대변인은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하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것이지, 개인의 도덕성과 능력을 문제삼는 지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에는 '비전문가'라는 지적이 있지만 정봉주 의원(국회 교육위 소속)은 "교육정책을 만드는 것보다 지금은 집행과 추진 동력이 필요한 때"라며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

한 핵심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김병준·권오규 등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을 교육부총리와 경제부총리에 나란히 앉힌 것과 관련 다음처럼 촌평했다.

"임기말 역대 대통령이 그랬듯이 노 대통령이 남은 임기를 호흡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마무리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당이 이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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