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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한 사립고의 학생(왼쪽)과 교사 식단. 식판의 재질과 반찬수가 확연히 다르다.
ⓒ 오마이뉴스

학생이 먹는 급식과 교사가 먹는 급식은 달라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이 학생과 교사 급식에 차이를 두지 말라는 규정을 마련했음에도 대부분의 학교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일부 학교는 학생 식당과 교사 식당을 따로 운영하며 급식을 차별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진춘 경기도 교육감은 지난 2월 각 학교에 일괄 적용되는 지침 '2006년 학교급식 운영 내실화를 위한 급식 기본방향'을 통해 학생과 교사 식단에 차이가 없도록 지시했다. 도교육청이 이 같은 지시를 내린 이유는 학생들의 급식 위생 관리 때문.

도교육청은 이 지침서에서 "교직원 식단을 별도로 관리할 경우 작업량이 늘어나 학생들의 위생 관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을 위해 별도의 반찬을 준비할 경우, 학생들의 급식 위생 관리 수준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학생 급식위생 관리 이유로 '차별 금지' 지시

하지만 경기도 내 많은 학교가 도교육청의 지침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지역 C고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마친 사범대생 이아무개(24)씨는 "급식이 뷔페식으로 제공되는데 학생이 먹을 수 있는 공간과 교사가 먹는 공간이 분리돼 있다"며 "반찬 내용과 가짓수도 분명 다르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다른 고등학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수원 H고에 재학 중인 이세원(가명·18)양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먹는 식당이 아예 분리돼 있다"며 "선생님들의 반찬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우리가 먹는 반찬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불평을 털어놨다.

인근 S고교의 심지훈(가명·19)군도 "우리들보다 반찬 가짓수가 많은 선생님들의 급식이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군포시 G고교의 한 영양조리사는 "교사들에게 조금의 추가 비용을 더 받고 학생들과 차별되는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해 많은 학교가 사실상 도교육청의 지침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이 만든 '2006년 학교급식 운영 내실화를 위한 급식 기본방향' 문건. 이 지침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학생 급식위생을 이유로 교사와 학생 식단 차별을 금지했다.
ⓒ 오마이뉴스

물론 '학생들이 먹는 급식에 반찬 한두 가지 더 놓는 게 무슨 문제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또 교사들이 학생들보다 급식비를 더 내기 때문에 더 나은 식단을 제공받아도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경기지역 20여개 학교에 직접 전화조사를 한 결과, 교사들의 급식비는 학생들보다 1끼당 200∼300원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금액은 학생들의 급식비에 '부가가치세'를 더한 것이다. 학생들은 급식비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받지만, 교사들은 면제 대상이 아니어서 겉으로는 더 비싼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따라서 돈을 더 내기 때문에 더 나은 식단을 제공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경기도 교육청은 '2006년 급식 기본방향'에서 "부가가치세 납부를 이유로 교사들 반찬의 종류가 증가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일부 교사 "함께 밥먹기운동 교사가 반발... 권위의식일 뿐"

도교육청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교사와 학생 급식을 차별하는 행위가 비판받아야 할 이유는 또 있다.

일부 교사들은 급식 차별이 학생들의 급식 수준을 높이는데 방해가 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같은 급식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급식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 한 고등학교 교사인 K씨는 "예전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은 질 낮은 도시락을 먹고, 교사들은 식당에서 음식을 차려 먹는 게 잘못된 관행이었던 것처럼 급식 차별도 권위의식일 뿐"이라며 "교사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한상 전교조 경기도지부 사립위원장도 "경기도 교육청의 권고사항은 올바른 일"이라며 "학생과 교사가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학생들의 식사 질도 높아질 것이고 식중독과 같은 사고 역시 발생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제 학생들의 급식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밥먹기운동'도 시도해 봤지만 교사들의 반발이 커 무산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학교와 급식업체는 '식단 차별 금지' 규정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원지역 학교에 급식을 제공하고 있는 A업체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그런 방침이 내려진 것을 몰랐다"며 "확인해 보고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규정을 마련해 놓고도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교육청 학원지원과 담당자는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반찬에 차등을 두지 않도록 지시를 내렸으나 학교에 따라 지키지 않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시인했다. 그는 이어 "(규정을 어기는 학교에 대해) 계속적인 감사를 통해 시정명령을 할 것"이라며 "아직 고발 건수가 없어 (감독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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