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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시행에 따른 언론중재제도의 변화와 과제' 토론회가 헌재의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 관련 결정 후인 5일 전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언론중재법 시행에 따른 언론중재제도의 변화와 과제' 토론회가 헌재의 신문법 및 언론중재법 관련 결정 후인 5일 전주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 박주현

지난달 29일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신문들의 시각이 저마다 다르다. 신문들은 자기 입맛에 맞춰 일부 조항만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 식으로 제각각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특히 헌법소원을 청구한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함께 <중앙일보> 등 과점신문들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이 ‘표적입법’이라며 신문법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은 여론의 다양성을 도외시한 결정이라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역신문들도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신문법 핵심조항인 ‘시장지배적 사업자 추정조항’(신문법 제17조)의 위헌결정에 대해 전국 각 지역신문들도 여론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은 실망스런 결정이라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헌재 결정 후 첫 ‘언론중재제도 변화와 과제 토론회’

5일 전북 전주에서는 ‘언론중재법 시행에 따른 언론중재제도의 변화와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헌재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언론중재법의 문제점과 과제 등이 무게 있게 논의됐다.

언론중재위원회가 마련한 이날 토론회는 전주코아호텔에서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준희 위원장을 비롯해 전북지역 중재 위원들과 학계, 법조계, 언론계 관계자(신문사 사회부장 중심) 등이 참석했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언론중재위원회 전북중재부 위원)는 발제자로 나서 중재원회원회의 기능과 역할, 지난해 7월부터 달라진 새 언론중재제도 등을 소개한 뒤 개선돼야 할 과제 등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최근 언론중재위에 조정신청을 한 신청인과 피신청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 의하면 언론중재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신청인(96.4%), 피신청인(95.0%) 응답자 절대 다수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난 한 해 동안 전북지역에서는 모두 29건의 중재건수가 접수돼 타 시도에 비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타 지역보다 신문사가 많은(10개 일간지)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석했다.

권혁남 교수‘새 언론중재제도 소개 및 과제’ 발제

'언론중재제도 변화와 과제'에 관한 발제를 한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언론중재제도 변화와 과제'에 관한 발제를 한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 박주현
권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별 중재건 수는 서울이 59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경기(87건), 광주(45건), 부산(35건), 전북(29건) 등의 순으로, 일간지가 많이 분포된 지역일수록 중재건 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지 난립현상이 덜한 충북지역은 10건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고 제주(13건), 대구(14건), 강원(15건) 등은 20건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날 가장 관심을 끈 대목은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들의 언론중재(조정)대상 제외였다. 권 교수는 “새 언론중재법의 적용대상 범위를 방송, 정기간행물, 뉴스통신뿐 아니라 인터넷신문으로까지 다양화함으로써 인터넷언론에 대해서도 신속성과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포털이 제외된 것에 대해서는 그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언론중재위원회 내부적으로도 이 문제가 논란이 돼 왔음이 권 교수에 의해 발제됐다. 그는 “포털이 중재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 “포털은 개별 매체보다 훨씬 많은 뉴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털을 이용한 뉴스 소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포털이 제공하는 뉴스가 조정 중재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은 독자적 기사 생산이라는 기준 때문”이라고 말한 권 교수는 “하지만 신문법의 ‘독자적 생산’은 그야말로 공급자 측면에서의 관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신청인 86.8%, “포털도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돼야”

권 교수는“더구나 시행령에서는 이 기준을 30%이상이라고 명시해 놓았지만, 포털이 인터넷 신문이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기사를 자체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중재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대다수 이용자들은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의 출처에 무관심하며 단지 그 포털의 기사만을 이용하고 있을 뿐”이라며 “‘독자적 기사생산 30% 이상’이라는 조항으로 인해 중재 대상에서 제외되는 많은 인터넷 뉴스가 오히려 피해구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언론조정 신청인의 86.8%, 피신청인의 72.5%가 인터넷 포털도 조정(중재)신청 대상이 돼야 한다는 결과는 이를 잘 반증해 준다”며 “언론중재위원회 내부에서도 이와 관련된 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또 언론중재법의 문제점과 과제들이 제시돼 주목을 끌었다. 새 언론중재법은 언론에 의한 피해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몇 가지 측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음이 지적됐다.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 언론인들은 언론피해구제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지나치면 언론피해에 대한 구제만을 강조함으로써 언론활동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결정 살려 형평성 살리고 공정한 중재 노력”

조준희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조준희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 ⓒ 박주현
“언론인들이 자율적으로 규제해야 할 윤리적 판단사항까지 법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새로 적용되고 있는 손해배상제도에 대한 찬반논란 또한 적지 않게 거론됐다.

“반론보도와 정정보도뿐만 아니라 손해배상까지도 조정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언론보도를 둘러싼 분쟁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바람직한 제도”라는 주장과 “손해배상에 전문성을 갖고 있지 않은 언론중재위원들이 언론피해로 인한 손해배상의 액수 산정을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전치주의’도 도마에 올려졌다. ‘반론보도에 대한 전치주의 폐지가 과연 바람직한가?’에 관한 의제에 참석자들은 이견들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 조준희 위원장이 직접 나서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종래의 정간법은 제19조 제1항에서 중재위원회의 중재를 거치지 않고는 법원에 반론보도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반론보도청구에 관해서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중재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전치주의를 채택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정보도 청구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지 않고 신청인이 임의적으로 중재위원회를 거칠 수도 있으며 곧바로 법원에 제소할 수도 있는 ‘임의적 전치주의’를 두고 있었다”며 “이에 대해 언론중재법은 피해자는 법원에 정정보도 등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반론보도 청구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필요한 전치주의를 폐지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 위원장은 “최근 언론중재법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안주하지 않고 언론중재법의 기본정신을 살려 형평성을 유지하고 공정한 조정 및 중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내부 성찰과 자성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언론중재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언론중재법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과 관련,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언론중재위는 “이번 결정은 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그에 상응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분담케 함으로써 공정한 여론 형성과 언론의 공적 책임 실현에 기여하고자 한 언론중재법의 입법취지를 재확인한 데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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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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